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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3. 08:51

카미노 순례길|Day0. 격리.수련.인정 그리고 비아리츠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처음 올렸던 글들을 조금 더 정리하고 다듬어 다시 올려 봅니다. 본문:https://www.bambitravels.com/45?category=196943 난 분명 통로자리를 예약했지만 탑승하고보니 창가자리. 히드로 공항을 벗어난 비행기는 눈 깜작할 새에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이젠 정말 집에서 멀어졌구나 하는 사실이 가슴을 압박해 왔다. 안전벨트 등이 꺼지고, 기내의 무겁던 공기는 설렘이 가득한 웅성거림으로 채워졌다. 여행을 앞 둔 승객들의 어깨 사이에 억지로 끼워진 채로, 난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혼자여서가 아녔다. 내가 소외감을 느꼈던 이유는 이 여정의 끝에..

2017. 5. 4. 14:04

Camino de Madrid|| Ep.9 걸어서 1000km. 그 끝. 세고비아로 향한 카미노 길.

급작스런 내리막길이 나타나 스틱에 체중을 최대한 실은채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딛는다. 자칫 배낭의 무게가 무릎에 실리게 되면 오늘 남은 일정은 생지옥이 되어 버리기 때문. 이미 내 것이 아닌 발 걸음이 중력에 의해 힘겹게 앞서간다. 그리고 그 발 걸음에 업히듯 실려있는 내 몸뚱아리는 멘탈과의 바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오늘 정말 마지막이 되어버릴 수 있는 이 카미노 길을 걸으며, 단지 '잘 걸어야겠다'는 목표만 둘 순 없다. 무언가 의미있는 길이 되었으면 하는 압박감에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며 세고비야를 향해 걸어야 할 지 머리속으로 장황한 토론을 열어본다. 프랑스길이 "우리"에게 소중했다, 반면에 마드리드길은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2017. 4. 22. 23:42

Camino de Madrid|| Ep.8 여유 잃은 길.

Camino de MadridEpisode Eight 0 7. 0 9. 2 0 1 6 몇시에 잠들었던 걸까? 창 밖의 어둠이 방안의 것과 경계선을 잃었던 저녁. 달달하던 로제 와인의 꾀임에 꿈나라로 정신을 빼았겼다. 꿈속까지 아침을 알리러 온 새의 지저귐에 눈을떴다. '몇시지?' 커튼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땀이 베어 조금 눅눅해진 이불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아 코에 박고선 눈에 초점을 맞추려고 미간을 접어본다. 맙소사. 화면에 비춰진 내 모습에, 그리고 화면에 비춰진 숫자에 두번 놀라 이불킥을 날렸다. 9시다. 벌떡 일어나 방안을 미친듯 헤집었다. 선풍기 위에 널어 두었던 팬티 두장을 챙기다 말고 메마른 입에 치약을 대충 짜 넣고 칫솔을 한 손에 쥐어 양치질을 하다말고, 다른 손..

2017. 4. 13. 12:47

Camino de Madrid||Ep.7 위대(偉大)하고 위대(胃大)한 마드리드 길.

Camino de MadridEpisode Seven 0 7. 0 8. 2 0 1 6 여기다 싶어 둘러보는 곳마다 구름처럼 새하얀 화살표만 있을뿐, 카미노 심볼과 손잡고 출가 했는지 노오란색 화살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행이도 길이 넓어진다. 좁혀오던 두려움도 확보된 시야만큼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지평선에 누워있는 산 능선. 저 너머 어딘가에 세고비야가 있겠지. 산 기슭으로 길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돌 무더기에 노란 화살표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카미노 심볼인 조개 문양이 새겨진 이정표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참 나태해졌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세르세디야를 향해 못다한 의지에도 불을 지펴본다. 카미노 이정표를..

2017. 4. 7. 12:30

Camino de Madrid||Ep.6 마드리드 길에서 길을 잃다.

Camino de MadridEpisode 60 7. 0 8. 2 0 1 6 카미노 de 마드리드 근래에 제 블로그에 사용할 새로운 스킨 작업을 하느라 카미노 연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새로운 컨텐츠를 제공해 드리지 못한점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타도 많고 실수도 많은 제글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어제밤 분명 욕조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침대위 자유낙하 자세로 뻗어있다. 나체로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었지만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안고 잤는지 방이 훈훈할 정도다. 관에서 십년만에 나온 드라큘라마냥 있는힘껏 기지개를 켜고 창문을 열었다. 연인의 방도 아닌 남정네의 방을 달궈놓은 주범인 태양이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작렬하다. 나체인..

2017. 3. 28. 12:49

Camino de Madrid||Ep.5 만자나레스 엘 레알에 나타난 왕자

Camino de MadridEpisode Five 0 7. 0 7. 2 0 1 6 카미노 de 마드리드 우리 어머니가 습관적으로 하시는 말이 있다, "돈이 좋다." '라 페드리자' 민박집의 풀장에 비치되어있는 선탠베드에 누워 돈이 주는 행복을 만끽한다. 30 분 전만 해도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숙소를 찾아 헤메었는데... 마지막이라며 찾아간 숙소는 마을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위치에 없었다. 결국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서 숙소의 행방을 물어보았다. 다들 묵묵부답. 결국 세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네번째 집에서 노부부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타나 날 마주했다."무슨 일이니?" 라는 물음에 숙소를 찾고있다며 "페드리자"를 찾고 있다고 했더니 돌산을 가르킨다. (나중에 알고보니 만자나레스를 둘러싸고 있는 병풍같은 돌..

2017. 3. 25. 04:33

Camino de Madrid|| Ep.4 물지옥, 불지옥의 마드리드 길.

Camino de MadridEpisode Four.0 7. 0 7. 2 0 1 6 카미노 de Madrid 배를 빵빵하게 채웠더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마침 비도 그치고, 따사로운 해가 길을 밝혀준다.다음 마을인 만자나레스 엘 레알로 향한다. 한낮이라 그런지 다들 일과에 열중하고 있나보다, 거리가 텅텅 비어있다. 마드리드 길을 걷다 보니 사람이 그립다. 궂이 관심은 아니더라고, 호기심의 눈길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인기척이라곤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뿐. 콜메나르 마을의 북서쪽 끝자락에 다다랐을 즈음에서야 사람을 만났다.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할아버지 그룹이었는데, 복장을 보아하니 트렉킹을 하거나 등산을 다녀오신듯 했다. "올라"로 말을 꺼내고 "카미노"로 대화를 이어간다. 그리고 "부엔 카미노"란 응..

2017. 3. 20. 02:26

Camino de Madrid|| Ep.3 투우의 도시 콜메나르 비에호

Camino de MadridEpisode Three.0 7. 0 7. 2 0 1 6 카미노 de Madrid 새벽 다섯시 삼십분.눈 감은지 십분도 채 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어제밤 새벽에 쥐가 나서 종아리를 부여잡고 잠시 침대위를 데굴데굴 굴렀던 기억밖에 없던걸로 보아 기절하듯 잠들었나보다.새벽 여섯시까지 비워줘야 하는 시청의 알베르게,'두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위에서 뒹굴거리고 있는찰나 어제 날 저세상으로 인도하실 뻔한 경찰형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잽싸게 일어나서 마치 준비를 하고 있던 것마냥 분주히 움직였다. 배낭을 꾸리느 내내 문틀에 기대어 날 뚫어져라 쳐다보던 경찰형 피곤한 모습이었던 그는 건물 밖까지 나를 인도하..

2017. 2. 27. 14:27

Camino de Madrid|| Ep.2 노래 세번, 비명두번에 저승으로 갈 뻔한 트레스 칸토스.

Camino de MadridEpisode Two.0 7. 0 6. 2 0 1 6 카미노 de 마드리드 지나가다 주워들은 얘기로는 첫째. 트레스 칸토스엔 알베르게가 없다 는 팩트와 둘째. Ayuntamiento란 시청과 같은 개념의 정부행정기관이 순례자를 위해 쪽방을 내준다는 소문. 전자나 후자나 믿기 힘든 루머였지만 전자는 트레스 칸토스를 도보롤 샅샅히 뒤져본 결과 검증된 사실이었고,후자는 터무니 없는 소문 같았지만 선택권이 없는 난 무작정 지도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때국물 흐르는 몰골로 삐까번쩍한 시청건물로 들어서자 문앞에서 일하던 직원이 인사도 없이 날 스캔하듯 쳐다본다. 날 경계하는 눈초리의 직원에게 "Estoy peregrino y yo quiero dormir aqui por favor..

2017. 2. 26. 19:22

Camino de Madrid|| Ep.1 혼자 걷는 길, 카미노 데 마드리드.

Camino de MadridEpisode One.0 7. 0 6. 2 0 1 6 카미노de마드리드 → 혼자 걷는 길 불편한 잠자리 였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떠 보니 몸이 개운하다.익숙해진 그녀의 샴푸 향, 한달내내 뒤집어 쓰고 다니던 흙냄새, 그리고 이젠 구수하게만 느껴지는 우리의 발냄새와 땀냄새는 온데간데 없고 혼자가 된 후 어제 하룻밤 방을 쉐어했던 다섯 남정네들의 악취로 가득한 방냄새가 낯설기도하고, 무엇보다 역하다. 늦은 밤에 체크인을 했던지라 방문부터 침대사이의 거리만을 발끝으로 느낄수 있었던 방 모습을 아침에서야 확인 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하반신 마비에 걸린 환자마냥 고개만 돌려 방을 둘러본다. 밤새 마셔라 부어라 했는지 외출복을 입고 자유낙하 자세로 뻗어있는 친구,방바닥이 아닌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