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19 잠깐의 이탈, 실수와 만회

홍익인간여전하다.


마음은 분명히 어딘가를 가길 갈망하는것 같지만 손발이 묶인듯 홍익인간에서 장기투숙하고 있는 여행객 5명.


[난 마음속으로 그들을 "방콕 독수리5형제"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30대중반의 독수리 5형제의 맏형은 "또왔어?" 라며 날 반겨주셨다.


나머지 독수리 형제들은 여느때와같이 도미토리에서 널브러저 있었고,


독수리5형제의 기에 눌려 겉도는 다른 투숙객들은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했는지 1층 라운지에서 여행담을 늘어놓고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독수리5형제의 그룹에 소속되어 홍익인간에 있는동안 알수없는 권력을 누릴수있었다.


미묘한 계층이 형성이 되어있고,


어떠한 실수도 용남되지 않을것같은 집단,


홍익인간으로 돌아왔다.



형진이와의 파타야 여행이 나쁘지 않았지만, 깊은 대화가 없어서 였을까?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동행이었다.


제대로 작별인사를 나눌시간도없이 형진이는 공항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떠나버렸다.


하지만, "이젠 뭐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수철이형님이 짠~하고 나타나셨다.


겉모습만 봐도 뭔가 굉장한 캐릭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 띄었다. 


내 침대 바로 옆이라서 처음에 홍익인간으로 돌아와서 말을 나누게 되었는데, 


작은체구에 거인같은 캐릭터를 가진듯한 수철이형에게서 동네형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형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서로에게 뭔가 홀린듯 하루종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심지허 남정네들 둘이서 씨암으로 영화를 보러가게 되었다.


[홍익인간에서 난 "게이"로 낙인이 되었다. 이유인 즉슨, 내가 남자 여행객들하고만 친하게 지내서였다]


무엇보다 형이 마음에 들었던건, 


여행에대해 나랑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계획적이지만 갑자기 들어닥치는 변수에 느슨해질수 있는 그런 여행자였다. 


세계여행을 하고있다는 수철이형. 포부가 엄청났다.




내가 돌아오는걸 알았는지 


저녁에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어딜가나 먹을복은 있다]


여러사람들이 모였지만 여전히 난 수철이형의 매력에 끌려 '이형을 잡아야겠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조금더 대화를 나눠보니 형은 더욱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울산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다가 장사를 접고 세계여행을 결심하게된 수철이형.


형의 길을 가로막는건 '두려움' 만이 아니였단다.


교제하고있던 여성과의 만남을 포기하면서까지 여행을 택한 수철이형의 어려운 선택을 누구보다 난 잘 이해할수있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이기적인 선택이지만 나도 같은 선택을 하고 이번 여행에 오르게 되었다.


일체감과 동질감을 느껴써 일까? 우린 남에게는 하지못했던 속마음까지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이 모든게 2틀안에 이뤄졌다는게 신기했다. 그리고 우린 동행을 결심하고 태국의 북쪽으로 향하는 치앙마이(Chiangmai)행 기차티켓을 예매하게 되었다.





그 누구보다 형이 날 더 잘 알아줄거란 착각 때문이었을까?


수철이형이랑 기차를 타고 치앙마이로 이동하기로한 당일 날 아침에 난 엄청난 만행을 저질러 버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수철이형이 베고있는 베게 아래에 같이 끊었던 치앙마이 기차티켓 두장을 조심스럽게 밀어넣어놓고 


도망치듯 홍익인간을 빠져나왔다.


무언가에 홀려 방콕에 4일간 더 남기로 결심을한다.


캐나다에서도 부담이 될법한 값비싼 저녁을 먹고


나의 크록스와 꼬질꼬질하고 거무 튀튀한 살곁과는 어울리지않는 숙소에서 편히 쉴수있었다.


모든 경험에서 배울게 있듯,


방콕에서의 물질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카오산로드에서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상류층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일상에는


낭만도 없고,


향기도 없고,


무엇보다 (여행지에대한) 설렘도 없다는걸 느꼈다.





머리가 복잡해서 벽을보며 혼자 맥주 몇캔을 들이키고선 쇼파에 누워있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일어나니 아침이 밝아왔다.


꿈이었나?


지난 3주간 있었던 모든일들이 희미하다.


내가 계획한 여행은 이런게 아니였다.


내 몸보단 마음의 힐링이 필요했고, 지구 반바퀴나 날라와서 호텔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해 보였다.


벌떡 일어나서 핸드폰을 찾아 수철이형님께 카톡을 하나 보내고,


급하게 짐을 꾸려 호텔밖으로 뛰쳐나왔다.


수철이형 어디세요?


저 오늘 치앙마이 올라가려구요.


형 계신 숙소 이름 알려주세요.


내일 아침에 뵈요.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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