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20 굿바이 방콕! 치앙마이로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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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이번편도 음악과함께

▲Damien Rice || Delicate


기차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다.


다시 혼자가 됐다는게 두려움보단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번 여행 시작부터 계속해서 누군가와 동행을 하게 되었던건 축복받은 일이지만, 


여행중에는 혼자만의 자유를 선호하는 내 취향상 말못할 답답함이 머리위에 눌러앉아 날 짓누르고 있었다. 


호텔에서 뛰쳐나온뒤 생각없이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근래에 돈을 쓰는게, 그리고 편한걸 찾는 습관이 벌써 몸에 베어버린것 같다...


무슨 허세끼가 끼었는지...없는놈 인심이 더 좋다고,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팁을 후하게 드렸더니 배낭까지 짊어메고 창구 앞까지 데려다 주셨다.  


후아 람퐁 기차역 (Hua Lamphong Station)은 서울역을 연상케 하였다;


큰 짐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대기실에 앉아서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바닥에 버려진 짐짝마냥 베낭을 베게삼아 자고있는 배낭여행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창구에서 치앙마이행 티켓 한장을 구매하고 물을살겸 매점으로 향했다.


도망치듯 호텔을 빠져나오느라 조식도 못챙겨먹고 나와서 출출했던 참이라,


배 채울 간식이 있을까해서 매점을 몇번이나 돌아봤지만...


김밥도 없고, 삶은계란도 없고, 컵라면도 다팔리고 없단다.


작전을 바꿔서 매점 건너편에 위치한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보다 파리가 더 많아보이는 식당내부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맛있는 냄새를 뿜어댔다.


유리전시장에 제멋대로 진열되어있는 음식들을 쭉 훑어보니 뭔가 도전정신이 필요할법한 '로컬' 음식들로 가득했다.


이열치열이라고, 뜨거운국물이 펄펄끓는 오리내장탕 한그릇을 시켰다.


나보고 어디가서 전쟁이라도 치르고 오라는듯 얼굴이 부처보다 현자한 주방 아주머니는 삼인분이 족히 돼 보일법한 제삿밥을 내어주셨다.


국그릇을 가르키시더니, 사발채로 마시는 시늉을 하시고는 가져오면 국물을 더주겠다는 시늉을 하신다.


마음만 받고, 아주머니꼐 엄지를 척 들어보였다.


내장이 기름과 뒤섞여 비주얼적으론 최악이었지만, 


삼계탕과 비슷한 맛에 고수풀이들어가서 동남아의 향이 첨과된 환상적인 맛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릇을 싹싹 비우고 복부를 조여오는 단추마저 풀어제낀채 구내식당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기차 출발시간까지는 3시간이나 남았다...


뭐할까 두리번거리다, 딱히 할게 없어서 외쿡인들이 모여있는 구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자리에 앉아있는 꼬맹이가 귀여워서 조금 놀아주다가 눈이 자꾸 감겨서 주머니에있던 사탕을 손에쥐어주고 저리가서 놀라고 빠빠이를 해줬더니 말을 잘듣는다.


밥을 먹었더니 식곤증이 온몸에 내려앉아 맥없이 베낭을 메고 아무렇게나 누워서 잠이들었다.


자는 내내 무슨 태국 국가대표팀이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는지 엄청나게 어수선했지만 배낭여행시 항상 챙기는 귀마개를 달팽이관까지 꾹 쑤셔넣고 깊은잠에 빠졌다.


자는내내 꿈이 뒤숭숭하더니, 기차를 놓치는 장면에서 "악!"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출발시간 20분전이다.


배낭을 질질끌고 플랫폼으로 향했더니 언제왔는지 치앙마이행 기차와 승무원들이 떠날채비를 하고있었다.


오랜만에하는 기차여행이라 그런지 기차에 들어선 순간 심장이 마구 뛰어댔다.


표번호를 보고 쉽게 배정된 침대를 찾을수있었다.


751km, 13시간을 달리는 기차여행. 


넘흐넘흐 설레서 배낭을 침대위에 휙 던져놓고선 기차내부를 휘젖고 다녔다. 


식당칸 위치와 식당메뉴까지 섭렵하고 자리로 돌아오니,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친구가 침대보를 씌우고 있었다.


혼자서 낑낑거리는게 안쓰러워보여 도와줬더니 씩 웃으면서 제일 깨끗해보이는 베게를 골라 내게 건네주고선 사라졌다.


4인실로 나뉘어있는칸에 혼자 앉아있다가 할게없어서 침대로 올라가기로 결심. (결심이 필요한 높이였다)


배정된 침대가 2층이라서 낑낑대며 올라가서 누워 출발전 마지막 여유를 즐겼다. 





아래로 뭔가 검은게 나타나서 내려다 보았다.


사람은 안보이고 커다란 배낭이 시야를 가렸다, 배낭 위쪽부분에 태극기가 정갈하게 바느질 되어있다. 한국인이다.


"어?!!! 한국분이세요?"


"네" 짤막하게 대답해오는 그.


"어? 크크 안녕하세요" 


기차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통성명을 하고 잠시 대화를 나눠보니 동갑내기 친구였다. 


베트남에서 시작해서 8개월동안 세계여행을 할꺼라는 현석이 


방콕에선 배앓이 때문에 숙소에서 누워만있다 왔다며 하소연을 했다. 


상태가 안좋아보여 더 말걸면 실례일거같아 좀 쉬라하고 혼자식당칸으로 향한다.



식당칸 안에는 이빠이 젖혀진 창문에 머리를 맞대고 담배를 맛깔나게 피우고있는 중년의 신사와 


옹기종이 모여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거리며 잡담을 나누고있는 직원들이 있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앉아 제일 무난해 보였던 치킨볶음 콤보메뉴를 주문하고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난히 심하게 덜컹거리는 식당칸에 앉아 에어컨 바람이 아닌 태국의 저녁바람을 쐬고있자니 


지난 3주간에 있었던 기억들이 기차옆을 지나가는 불빛들처럼 휘릭휘릭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날 괴롭히려고 준비를 하려는 찰나 음식이 나왔다.


기차역에서 거지처럼 쳐먹었지만 또 밥이 목구녕을 넘어가는게 신기할뿐...


그래... 잡생각은 반찬삼아 씹어먹어버리고 똥으로 싸지르자!






침실칸으로 돌아가니 옆칸에는 군인 네명이 군복을 입은채 곯아떨어져있다.


무언가 마음이 더 놓인다.


인도만큼은 아니지만, 혼자있을때는 더욱더 조심히 행동하게 된다.


자고있을줄 알았던 현석이는 노래를 듣고있다, 내가 돌아오자 식당칸 음식에 대해 물어온다.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태국의 밤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기차마냥 늘어져갔다. 

 

대화가 끝나고도 창가에 홀로앉아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무언가를 찾는사람마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드디어 날 무기력하게 만들던 방콕을 탈출한다.


안녕 방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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