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Ep.1 도망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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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뛰는 여행을 할 것을 다짐했었다.

어김없이 도피와 같은 여정에 올랐다.

오년전 변하리라 다짐하며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을때랑 무엇이 바뀌었는가.

뛰는척만하며 제자리 걸음을 해온 지난 8년,

돌이킬수없는 청춘을 거짓과 부정으로 눈가림하며 낭비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Camino de Santiago는 죄를 씻겨 준다더라,

과연 내가 해온 수많은 거짓말들도 사죄가 될까.



어머니, 아버지의 무능함이 아니다.


나의 무능함이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구나.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무거웠을까.


과연 이런 극단적인 선택밖에 없었을까.


하늘보다 넓은 마음을 가진 그들은 날 이해 해줬을텐데...


이렇게 죄 지은 사람마냥 도망친 내가 너무나도 싫다.


하지만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며 무능하게 보낸 시간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걷고, 걷고 또 걸으면서 내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해다.


난 왜 우울한가.









공항을 가득메운 여행객들.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한 그들과 함께하지 못해 혼자서 공항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50번이 넘게 비행기를 탔지만 에어버스는 처음이다.


에어버스란 853명의 승객을 수용할수있는 엄청난 녀석이다.


영국발음이 멋들어지는 영국 승무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둥지를 텄다.


먼저, 비행시간을 지옥으로 몰아넣을수있는 베이비 존(baby zone)인지 확인을 하고 9시간동안 함께 할 옆자리 사람과 인사를 나눠본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백발의 할머님이 깊이 파인 주름을 드러내시며 웃어보이신다. (나이스, 일단 옆사람은 마음에 든다.)


기체가 워낙 큰 녀석인지, 엄청난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달려 10만 미터 상공위로 날아오른다.



맥주와 프렛즐, 유럽유럽하다.


단번에 때려붓고 고개를 빼곰 내세워 맥주 캔을 치켜들고 승무원에게 두캔만 더 달라 애원했다.


하나씩 밖에 안된다며 정중하게 사과하는 남자 승무원,


그와 눈을 마주친 3초간 엄청난 대화가 오갔고 그는결국 "천천히 마시세요..." 라는 말과 함께 맥주 두캔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또 단번에 때려붓고 트림을 하며 영화시청에 몰입했다.






저녁시간 비행기 인지라 맥주로 가득 찬 배가 가라앉기도 전에 저녁이 나왔다.


8년전, 18살. 내 생에 첫 배낭여행인 유럽여행을 갈때도 British Airway를 이용하였다.


그때 저녁으로 받았던 차디찬 감자샐러드 샌드위치의 기억을 떠올리면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그 이후로 BA도 많은 개선을 통해 변화가 있는듯했다.


음식맛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스페인산 레드와인.






레드와인 4병을 때려붙고 입맛을 다시고 앉아 있으니 옆에 앉으신 할머니가 자기 화이트와인 안좋아 한다며 자기것도 마시란다.


원래는 거절하는게 맞지만, 고개로 꾸벅 인사하고선 입가심으로 화이트와인을 마셨다.


술기운에 선잠을 잤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창밖을 보니 비행기가 벌써 착륙을 하고 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기장역시 멋드러진 영국발음으로 환영을 해준다,


갑자기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난다. 





유럽에 오면서 매번 보면서 신기한 변기통...


엉댕이가 겁나 큰걸까 아니면 엉댕이 절반이상이 구멍에 빨려들어가는걸 즐기는 변태들인가...






화장실 벽 한켠에 로션이 달려있길래 9시간동안 사하라의 사막같이 건조해진 나의 피부를


달팽이처럼 촉촉한 피부로 만들어 주려고 얼굴부터 발끝까지 쳐발라 줬는데


알고보니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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