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Ep.3 첫 도장, 그리고 카미노의 시작.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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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나무가 내 머리위로 떨어져 프랑스의 외진 숲에서 압사로 뒈질까 걱정되어 앉아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


"힝 추웡" 거리며 한참을 있다가,


새벽 5시즈음 옆에서 자기집 안방마냥 편히 자고있는 미쉬와 모니카를 깨워본다.


6시 20분즘에 생장으로 가는 첫 기차가 있다해서 어제 봐 두었던 기차역으로 향할 계획이다.






동도 트지않은 새벽에 짐을 싸느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핸드폰으로 잠자리를 비춰보니... 이건 비박이 아니라 그냥.... 야박하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생각보다 가볍다.


카미노가 시작되었다는 기분때문일까,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


반어법으로 어제의 악몽을 묘사하며 웃어제끼고 앞으로 있을 일정에 몰두해 본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걱정했던데로 프랑스 철도파업때문에 생장으로 가는 기차가 없단다.


일단은 조금 더 큰 도시로 향하자며 버스를 타고 바욘으로 향한다.





아쉽게도 미쉬, 모니카는 오늘부터 생장에서 카미노 걷기시작하는 일정이라 (단 28일만 잡고 800km를 완주하려는 계획이랬다)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젯밤 잠들기전에 셋이서 침낭안에 누워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친해져 버렸다.


그들에게도 카미노의 축복이 가득하길, "부엔 카미노!"





갑자기 혼자가 되어서 일까...


덜컥 겁이 났지만 씩씩하게 바욘의 거리들을 가로질러 순례자 여권을 받을 수 있다는 성당으로 향했다.


프랑스답게,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선 바욘,


혼자서 감탄사를 마구 던져대며 걷는데 어젯밤 비가와서 그런지 비좁은 거리로 불어오는 아침바람이 이가 시릴정도로 차다.





성당으로 향하는길에 빵집이 열려있길래 창가에서 기웃거렸다.


'뭐 먹을까?'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있는데 딸내미 손을 잡고 빵을 사들고 나오는 프랑스 아저씨가 바게트 하나를 건넨다.


'뭐지...?'


어리둥절해서 일단 빵을 받고서 고맙다고 하자 미소를 짓고 있던 그는


"부엔 까미노"를 외치고 돌아선다.


굽어진 길 저편으로 사라지는 그의 등에대고 다시한번 "Merci"를 외쳤다.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성당안에는 나혼자 뿐이었다.


잠시 제단에 다가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조아리고 앞으로 있을 일정에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기도했다.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렸더니 신부님이 인자한 웃음으로 아침인사를 건네오신다.


짧디짧은 불어로 순례자 여권을 받으러 왔다고 했더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도장이 찍혀진 여권을 건네시며 다짜고자 내 손을 붇잡으신다.


고개를 숙이시고 엄숙한 표정으로 순례자의 기도를 해주신다.


그의 존엄함에 짖눌려 나도함께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다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고개를 들어 그와 마주친 눈으로,

신부님과 맞잡은 손으로,

그리고 그의 깊고 울림없는 목소리로 기도문을 받아 들였다.


St James, Apostle
Chosen among the first
You were the first to drink
The Cup of the Master
And you are the great protector of pilgrims;
Make us strong in faith
And happy in hope
On our pilgrim journey
Following the path of Christian life
And sustain us so that
We may finally reach the glory of God the Father
Amen






내 카미노의 시작점인 바욘을 그냥 지나칠수없어서,


성당을 빠져나와 비에젖은 바욘거리를 정처없이 걸어본다.






해리포터영화에 나올법한 거리를 걸으며 카미노에 대한 두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여본다.


솔직히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800km를 혼자서 끝까지 걸을수있을까?


살면서 무언가를 시작부터 끝까지 열심히 해본적이 없어서 카미노를 걷다 중간에 포기할까봐 두렵다.


무엇보다 준비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그만큼 마음의 준비도 되지않은 상태에 무작정 집을 떠났다.






계속해서 질척이는 거리를 걸으며 다짐해본다.


끝까지. 끝까지 걷는거다. 반칙없이. 그리고 길의 끝에서 내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홍주야."






Gare Du Bayonne, 바욘 기차역에 가기위해 다리를 건넌다.


그리고 기차역앞에 도착했다.





생장으로 가는 바욘 기차역까지 오는데도 정말 힘들었다.


20시간이 넘는 비행, 그리고 비아릿츠 어느 산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동이 트기도 전 걷기시작해 바욘으로 이동.


아직도 생장까지 가려면, 프랑스 철도파업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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