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1. Ep.6 자만의 무게 그리고 겸손의 무게.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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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순례자들만을 위한 안식처이다.


카미노에 오르기 전에는 알베르게가 단순히 "숙소"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줄 알았는데


"Albergue"는 피난처란 뜻을 가진 단어였다.


순례자들이 비로부터, 추위로부터 그리고 더위로 부터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


편리와 편안을 위한 숙소가 아니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를 포함한 다수의 알베르게가 작년인 2015년도에 보수공사와 신축공사를 마치고


많은 순례객들에게 조금더 안정된 휴식처를 제공 할 수 있게 되었다한다.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해 1층에서 체크인과 도장을 하나 받고 2층에 있는 도미토리로 향했다.


퀘퀘한 냄새와 찌든 메트리스를 예상했지만 4인실로 칸막이가 나뉘어져있는 잠자리는 엄청나게 청결하고 편안해 보였다.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무조건 샤워실로 향했다.


준이와 동시에 들어가 목청것 노래를 부르며 뜨거운 샤워를 마치고 잠시 마당으로 나가 햇볕을 쐬는데 천국이 따로없다.


옆에선 바람을 받아 나풀거리는 빨래거리가 즐비하게 널려있고,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깔깔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순례객들의 웃음소리도 너무 좋다.


자판기에서 콜라 한캔을 뽑아와서 뜨거운 커피인것마냥 홀짝대며 마신다.


너무나 행복하다.


하루에 시작과 끝이 있어서 일까?


아직 갈길은 멀지만, 그래도 무언가 이루어 낸게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잠시 휴식을 만끽하다 혹시나 줄이 길어질까해서 식당으로 일찌감치 향했다.


내 생각이 적중한듯, 머지않아 많은 순례객들이 우릴 뒤 따라 식당으로 들어왔고 자리를 배정받기위해 다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100명도 넘어보이는 사람들로 가득찬 대기실,


다들 "힘들었지만 할만하던데?" 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같은 미소를 지을수 없는 난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씁슬한 미소를 지어본다...


준비가 너무 부족했던걸까?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던 나 인데... 가방 때문일까?


오늘 페레네 산맥을 넘으면서 모두들 내 배낭을 보고 미쳤다며 혀를 둘러댈때 솔직히 난 조금의 희열감을 느꼈었다.


마치, "너네는 이렇게 못할걸" 이라며 과시하는듯한 내 가방의 무게.


항상 배낭여행을 하면서, "배낭의 무게는 자신이 살면서 짊어지고 갈 인생의 무게라고 사람들에게 매번 해줬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제일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배정을 받고 스페인에서 온 둘, 미국에서 온 둘 그리고 준이와 나 둘


여섯이서 마주보고앉아 저녁을 함께하게 되었다.


모두들 영어가 되서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엄청 많이 마실 줄 알았던 와인을 입에 가져대 보지만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가 와인이라 그런지) 맛이없다.


음식만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후


밤새 식당에서 수다를 떨거같은 외국인들을 뒤로한채 준이와 함께 일등으로 식당을 나섰다.


카미노길을 자전거로 다섯번이나 끝냈다는 스페인 아저씨들이 


알베르게에 붙어있는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갈 것을 강력추천해줬다.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순례길을 걷고있는게 아닌 나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준이는 그래도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내 발목을 붙잡았다.


솔직히 미사를 드리러 가서 앉았다 일어났다 훈련을 하게 될걸 알았기에,


그리고 내 무릎은 접혀지는걸 원치 않고 있었음에 고민을 했지만


10분만 보고 오자는 준이에게,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날 위해 천천히 걸었던걸 생각해서 같이 가기로 한다.


스페인어로 드리는 미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성당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신부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40여분동안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미사를 드리고


마지막에 순례자들을 위해 각국의 언어로 기도를 해주시는 기도문까지 다 듣고 숙소로 향했다.




치카치카를 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사방팔방 서라운드 사운드로 피곤을 알리는 코골이의 합주가 한창이었다.


내 건너편에 누워있던 녀석은 미켈란젤로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멕시코 녀석이었는데


낮에 만났을때 분명 나보고, "아 제발 주위사람들이 코를 골지 않았으면!" 이라며 탄식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녀석의 코골이 소리가 제일 크다...


문디자슥... 귓방메기를 한대 때려버릴까하다 참았다...


한참을 뒤척이다 잠에 든다.


눈을 다시뜨면 무릎이 괜찮아져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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