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일본으로 떠난 초저가 배낭여행. 배타고 후쿠오카로! |일본 | 오키나와 |


때는 바야흐로 2012년 여름.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여름 방학을 맞아 잠시 고국을 방문 중이었다.

캐나다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찜통더위에 절인 배추가 되어 아이스크림과 에어컨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어느 날, 일본여행에 대한 환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여행이란게 항상 결심만 하면 추진력이 빠른 난 정확히 일주일 뒤 떠나기로 결심하고 오키나와로 떠나는 항공편을 알아보았다.

주어진 돈은 100만원. 항공비를 포함한 모든 여행비를 100만원 이내로 해결해야 했기에 짱구를 굴려 배를 타고 일본에 상륙하는 작전을 짰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그리고 부산에서 고려훼리라는 조선 스멜이 나는 여객선을 타고 후쿠오카로 건너가, 후쿠오카에서 오키나와로 운행하는 저가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때마침 오키나와엔 태풍이 몰려와 여행 비수기를 맞이하고 있었더랬다. 럭키~

이동비도 절감되었고 무엇보다 숙박비가 저렴했다.



6월 23일 새벽, 시내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출발하는 당일 하필이면 서울에도 우기가 시작되어 비가 질척이고 있었다.



공복인지라 맥도날드에 들려 맥모닝 세트를 사먹고 기차에 올랐다. 부산행 출발지라 그런지 열차가 출발시간보다 많이 이른 시간에 플랫폼에 정차되어 있었다. 딱히 할 것도 없기에 미리 탑승한 후 하나 둘 몰려오는 승객들을 들뜬 마음으로 구경하였다. 열차내에 안내 방송이 시작되고 출발을 알리려는 찰나 누군가 내 어깨너머로 날 내려다 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올려다 보자 아는 얼굴이 이를 들어내며 미소짓고 있었다.

"엇?! 너! 뭐야!?"

"밤비 맞구나!"

어의가 없을 정도로 놀라 잠시 말문이 막힌채 내 옆자리를 꿰차고 앉는 그를 지켜보았다.

작년에 인도에서 처음 우연찬게 만나 골든 트라이앵글(델리, 자이뿌르, 아그라)을 같이 여행했던 녀석이 뜬금없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건 알았지만 서울이 무슨 촌동네도 아니고... 인도 이후로 볼 일 없겠지하며 추억의 저편으로 잊어버렸던 녀석이 말이다.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웃긴다며 업된 목소리로 친구 만나러 지방에 내려 간다며 대화를 이어갔다.

인도에서 작별인사를 하며 했던 말이 기억나 대화를 하는 동안 그를 훑어 보았다.

멀끔한 옷가지와 단정한 차림 그리고 인도에선 보지 못했던 메이크업.

혹시라도 길 가다 마주치면 반가워는 하되 서로가 기억하는 인도에서의 모습은 절대 다시 기억해 내지 말자며 웃었었다.

"야 역시 옷이 날개다?" 라며 말장난 하는 나에게 "너는 그대론데?" 라고 되받아 치는 그.

일본으로 여행 가는 길이라고 말하니 일관성있다고 칭찬한 거라며 말을 바꾼다.


너무 웃고 떠들다 보니 두시간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고 갑자기 나타났던 그는 여기까지 라며 또 갑자기 사라졌다. 기차가 역을 떠날때 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그를 쳐다보며 잠시 눈을 붙였다.



부산 하면 국밥! 외국인이라도 그정도는 안다며 부산역 근처에 있다는 돼지국밥 집으로 향했다.

정말 맛집인지 번호표까지 주며 대기시간이 45분정도 된다는 종업원.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국밥을 눈으로 주워먹고 있다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따로국밥을 시켜서 결국 뚝배기 공깃밥을 투하!

너무 맛있어서 반찬과 장까지 싹싹 긁어먹고 곧장 고려훼리 터미널로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이라는 곳에 도착하니 여행객 보다는 짐을 양손 가득 쥐어든 상인과 뱃일을 하는건지 머리 색과 살 색이 구분되지 않을정도로 검은 아저씨들로 가득했다.


곧 승선이 시작되고 2등실인 다인실로 향한다.



신기하게 카펫이 깔려있는 침실. 개인 매트리스가 지공되었지만 카펫위에 매트리스만 깔고 잔다는게 조금 껄끄럽다.

캐나다에서 카펫 생활을 많이 해봤기에, 카펫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기 때문.



역시나 비수기 인지 다인실 임에도 남자 셋(나를 포함) 밖에 없었다.



온센이 있다길래 짐만 대충 정리하고 서둘러 입수~

반신욕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에겐 천국 같은 장소 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몸을 지진다.



그리곤 식당으로 내려가 돈까스 흡입.

일본 요리사가 조리한건지 튀김이 스고이~! 스라바시~!




멀어지는 부산항을 뒤로하고 자판기의 캔 맥주를 하나 뽑아서 갑판위로 올라갔다.

바닷바람이 조금 차다. 찬 맥주로 추위를 잊어본다. 서울의 찜통 더위가 벌써 잊혀진다.

잘가라는 건지 저 멀리서 춤추는 부산의 빛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지출금:

교려훼리 뉴카멜리아호 (왕복): 140,400원

후쿠오카↔오키나와 (왕복): 262,838원

서울↔부산 : 27,300원 + 28,600원

아침 맥도날드: 4,200원

캔맥주: 6,000원

점심 국밥: 5,000원

저녁 돈까스: 13,000원


잔액 : 509,062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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