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섬으로 유랑. 일본으로 떠난 초저가 배낭여행 |일본|오키나와|자마미섬





아침 7시. 내 단잠을 깨운건 아침햇살도, 새의 지저귐도 아닌 나무 침대의 삐그덕 거리는 불쾌한 소음이었다. 배낭여행의 필수인 귀마개를 잊고 챙기지 않는 내탓이려니 해야지... 잠도 깰겸 이를 닦으러 화장실로 직행. 잠자리가 불편해 다들 잠을 설쳤는지 토끼눈으로 고개 인사를 건네온다. "오하이오" 여행자 신분을 가진 세계인의 아침 모습은 다들 한결같다. 잠이 부족하거나 불편해 아침에 대한 증오와,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하루에 대한 설렘을 정확히 반반 섞어놓은 듯한 미묘한 표정을 가졌다. 안드레아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짜증이 좀 더 섞인듯한 녀석. 화장실 문 바로 앞 자리를 배정받아 밤새 물에 빠진 꿈을 꿨단다.

"야! 너 안돼겠다. 오늘 배타고 섬에 가야하는데 부정탈라. 넌 그냥 가지마!" 녀석을 조롱하듯 조크를 던져본다.   

정색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어보인다. 성격 좋은 녀석이다.

 "근데 우래 배 몇시야?"

"나도 몰라."

"그래 그럼 일단 부둣가로 가보자"

이런게 진정한 여행이 아니겠냐며 '노 계획, 노 브레인'을 모토를 삼자고 입 모은 우리.

숙소에서 도보로 1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 토마린 항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 하려는데 직원이 영어를 하지 못한다. 일어로 열심히 무언가를 물어오는 직원에게 "자마미?" 라는 동사, 목적어, 주어도 없는 질문을 하니 직원이 잠깐 어리둥정해 한다. 마치 서로 등지고 타구를 치는 대화 였달까... 답답한지 잠시 고민에 빠진 직원이 갑자기 신분증을 요구한다. 잠시 신분증을 확인하던 그는 이어 신청서 같은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기재해준다. 원래 저거 내가 해야하는거 아닐까...

잠시 후 표를 주면서 2120엔을 요구한다. 요금을 지불한 후 표를 건네 받고선 멍하니 서 있으니 직원이 유리에 붙어있는 페리 자마미 호 선을 가리킨다. "페 리 자 마 미" 라고 아이에게 가르치듯 천천히 말해주는 그. 


아직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니 배 타는 곳의 위치가 안내되어 있는 안내 팜플렛을 건네준다. 체계적이다. 나같은 김치맨들을 위한것인가.

(나중에 알고보니 토마린 항의 배는 사전예약이 필수란다. 비수기 였고,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 여행객이라 직원이 편의를 봐준 것 같다.)


토마린항에서 페리 자마미호로 두시간, 쾌속선인 퀸 자마미호로는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자마미 섬. 케라마 제도의 유인도로 500명도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아주 작은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두개를 준 후루자마미 해변이 있고 일본 최고의 다이빙 스폿으로 알려진 자마미는 일본의 하와이라고 알려졌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란다.현재 섬 인구의 90%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투어리즘이 활성화 되지 않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매니아층에게만 인지도가 높단다.



아침 10시. 하루 딱 한대만 출항한다는 페리 자마미호. 쾌속선인 퀸 자마미호 보다는 한시간이나 더 걸리지만 멀미를 잘 하지 않아 배놀이를 즐거워하는 나에겐 느릿한 이동도 나쁘진 않다.


출항의 설레임을 만끽하고선 굼주린 배를 채우러 선실 내에 있는 다인실로 향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바닥 문화는 비슷한거 같다. 아무데나 누워 쪽잠을 청하는 아재들로 가득한 다인실. 우리의 등장에 수많은 고개가 돌아갔지만 최대한 의식을 하지 않고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나 해서 출발하기전 세븐 일레븐에 들려 구입한 삼각김밥과 야쿠르트 맛 음료로 공복을 달래기로 한다.




별 기대없이 먹었는데 일본의 편의점 음식은 퀄리티를 지향하는 나의 입맛에도 썩 잘 맞았다. 한국에서 파는 야쿠르트는 용량이 너무 적어 항상 아쉬워 했던 나는 일본에서 "bikkle"이란 신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750ml 야쿠르트라니! 넘나 달달한것!



선실 안에만 있는게 답답해서 소화도 할 겸 다시 갑판위로 올라갔다. 날씨가 정말 너무 좋다. 해변에서 노늴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외로울수도 있는 여행이었지만 잠깐의 용기로 유쾌한 녀석과 함께하게 되었다.



잠시후 케라마 제도 섬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코랄색 바다와 새하얀 해변. 안드레아스와 감탄사를 번갈아가며 연발해댔다. 




케라마 제도의 수많은 섬 중에 유인섬은 단 세개란다. 아카섬과 토카시키섬 그리고 우리의 목적지인 자마미섬. 페리 자마미호는 아카섬에 먼저 정박한 후 자마미 섬으로 향한다고 했다. 수심이 워낙 낮은지라 아카섬과 게라마섬 그리고 후카지섬은 기다란 아치형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아카항에서 5분도 걸리지 않아 자마미항에 도착. 건물이 스무개도 되지 않는 이 곳에서 일주일간 또 어떤 말 못할 사건들이 일어날지 정말 기대된다.




배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무작정 섬을 둘러보기로 한다. 워낙에 마을이 작기에 도보로 10분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좁은 골목에 들어선 가게들. 비수기임을 알리려는지 다반수가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계속해서 섬을 둘러보는데 열대과일 나무들이 많다. 바나나와 패션 프룻, 그리고 스타 프룻까지 이곳저곳 달려있다.



숙소를 찾는게 급선무지만 섬의 매력에 빠져 이곳저곳을 헤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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