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6. 9. 8. 07:13

Camino de Santiago|| D17. Ep.38 아름다운 메세타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Seventeen Episode Thirty Eight 2 0 1 6. 0 6. 1 9 The inner beauty 새벽에 잠시 추워서 뒤척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침실 방이 후끈후끈하다. 남정네 일곱명이서 발산하는 체온은 엄청나다. 게다가 어제는 심하다 싶은 코골이가 없었다 (덕분에 푹 잘 수 있었다) 아침인사로 이마에 뽀뽀라고 해주고 싶다. 어두운 방 안에 피난민처럼 또 가방을 챙긴다. 역시나 윗니와 내가 제일 부지런하게 준비해서 마당으로 향했다. 윗니는 배낭을 당나귀서비스에 맏기겠다고 한다. 어젯밤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채찍질을 했을까... 알았다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배낭을 배달시키려면 당나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알베르게에..

2016. 9. 7. 15:25

Camino de Santiago|| D16. Ep.37 카미노에서 (돌팔이)의사가 되다.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Sixteen Episode Thirty Seven 2 0 1 6. 0 6. 1 8 Camino Doctor 여행하면서 습득한 노하우가 있다. 나처럼 땀 돼지인 여행객들은 삭타구니가 젖어 허벅지가 쓸리는 고통을 겪은적이 한두번 있을 것이다. 지난 8년간 내 허벅지를 지켜준건 다름아닌 수영복이다. 통풍도 잘 되고, 가볍고, 무엇보다 빨래를 하면 보통 아침에는 바삭하게 말라있다. 혹시나 비를 맞으면 수영 한번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고, 길을 걷다가 강이나 냇가가 보이면 그대로 입수해 정말로 수영을 하면 된다. 단, 빨간색 삼각 수영복을 입을시 경찰에게 체포 될 수 있다. 반바지 같이 생긴, 트렁크 스타일로 준비하자. 해가 중천에서 심술을 부리고 있을즈음 테라디요..

2016. 9. 6. 14:48

Camino de Santiago|| D16. Ep.36 카미노 중간지점.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Sixteen Episode Thirty Six 2 0 1 6. 0 6. 1 8 Midpoint 눈을 감은지 10초도 되지 않은거 같은데 이제는 익숙해진 윗니의 알람 소리가 들려온다. 매일같이 하는 아침 준비를 마치고 빨래를 걷으러 가는 길에 수녀님과 마주쳤다. 어제 내가 윙크를 날린, 나에게 노래할 기회를 만들어주신 수녀님이다. 잘 잤느냐고 물어오는 수녀님의 물음에 덕분에 너무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오히려 자신이 고맙다는 수녀님. 어제 나의 노래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노래에서 슬픔이 느껴졌다며 혹시 슬픈 일이 있냐고 물으신다. 부연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본다. 그런 내 마음을 ..

2016. 9. 5. 13:32

Camino de Santiago|| D15. Ep.35 전 세계인들이 하나가 되는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ifteen Episode Thirty Five 2 0 1 6. 0 6. 1 7 Unification 수녀님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니 이제는 너무 익숙한 스멜 (다시말해 악취) 과 소리 (코골이) 가 우릴 반겨준다. 닭장처럼 침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큰 방은 지나치고, 작은 방 문 앞에 멈춰섰다. 열쇠로 굳게 잠겨있던 방 문을 여시고선 잠시만 기다리란 말과 함께 어두운 방안으로 사라지신다. 잠시 후 방이 밝아 지더니, 수녀님이 어서 들어오라 하신다. 이층침대가 두개만 있는 독방. '할렐루야 아멘!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구나' 책상도 있고 창문도 있어 통풍도 잘 된다. "Muchas Gracias!" 너무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니 또다시 인자한 미소를 지으..

2016. 9. 5. 11:13

Camino de Santiago|| D15. Ep.34 수녀님에게 윙크를 날리다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ifteen Episode Thirty Four 2 0 1 6. 0 6. 1 7 Wink Wink 까리온으로 향하는 마지막 2km 지점에 위치한 언덕에서 비바람을 만났다. 사정 없이 퍼부어 대는 빗줄기 때문에 고개를 가슴팍에 푹 처박고 땅만 주시하며 걷는 윗니. 배낭을 앞뒤로 매서 비를 피할수없는 나는 "그래!! 더 퍼 부어봐!!" 라고 미친사람처럼 소리지르며 윗니의 뒤를 따랐다. 손도 놓은 상태. 배낭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균형을 잡기 위함이었다. 비록 아침에 했던 약속 (끝까지 손을 놓지 말자했던 ) 은 지키지 못했지만, 그녀를 지키겠단 명분만은 중시하였다. 하루종일 발 상태가 좋지 않던 윗니를 위해 자처해서 당나귀가 되었다. 몇번 해봤기에 이젠 ..

2016. 9. 4. 03:25

Camino de Santiago|| D15. Ep.33 카미노의 반지 원정대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ifteen Episode Thirty Three 2 0 1 6. 0 6. 1 7 Gollum! 커튼 사이로 간드러지게 불어오는 아침 바람. 바람에 맞춰 살랑 거리는 커튼의 춤사위를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건너편 침대에는 윗니가 깊은 잠에 들어 있다. 지난 14일 동안 다섯시간 이상 푹 자본적이 없다고 한 윗니를 위해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윗니 보다는 덜 예민 하지만, (술을 마신 날을 제외하곤) 나도 깊은 잠에 빠져 본 적이 없던거 같다. 덕분에 너무나 개운한 아침을 맞이 한다. 시계를 보니 8시 반. 평소와 같았다 면 벌써 10km정도를 걸었을 시간이다. 조금은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윗니를 보니 마음이 평온하..

2016. 9. 4. 02:04

Camino de Santiago|| D14. Ep.32 순례자 메뉴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ourteen Episode Thirty Two 2 0 1 6. 0 6. 1 6 Pilgrim's menu 하루를 앞서고 있는 롯데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될 수 있으면 프로미스타까지 가는걸 추천할게. 그 전 마을들은 마트도 없고 음식점도 없어서 고생할거야." 윗니와 목표 삼았던 마을은 보아디야 델 카미노("Boadilla del Camino"). 혼타나스에서 29.6km 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소규모 마을이다. 그 다음 마을인 프로미스타 까지는 5.3km를 더 걸어야 된다는 말에 윗니와 나는 "No!" 를 외쳤다. 2틀연속 30km이상을 걷는다는건 무리라 판단이 되어 보아디야 마을에 들어서서 곧장 알베르게로 향했다. ▲출처: En el Camino 혼타..

2016. 9. 1. 12:16

Camino de Santiago|| D14. Ep.31 문과생의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ourteen Episode Thirty One 2 0 1 6. 0 6. 1 6 Aesthetic 혼타나스의 새벽이 밝아왔다.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와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순례객들은 아직 모두 한밤중이다. 졸린눈을 비비며 빨래를 걷으러 뒷뜰로 나갔다. 문밖을 나서자, 상장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한기가 온몸을 감싸안는다. 있는힘껏 몸을 한번 떨어주고 아재마냥 "어으~ 시원~하다" 를 크게 외쳤다. 빨래거리를 품에안고 침실로 돌아오니 배낭을 꾸리고 있는 윗니. 어두컴컴한 방에서 더듬거리며 배낭을 꾸리고 있는게 귀엽기도 하고 미련하기도 해 보인다.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켜서 바닥을 비춰주니 미소짓는 그녀. 소곤대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한참동안 부스럭 거리며 배낭..

2016. 9. 1. 12:11

Camino de Santiago|| D13. Ep.30 혼타나스의 숨겨진 맛집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hirteen Episode Thirty 2 0 1 6. 0 6. 1 5 Hidden Gem 혼타나스로 향하는 길. 역시나 마지막 2km는 힘들다. 윗니와 함께하는 너무나 가슴 벅찬 길이지만 30km는 얕보지 말아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항상 몸 어딘가가 아파서 잘 걷질 못했지만, 처음으로 체력적으로 "힘들다" 는 걸 느꼈다. 그래도 옆에서 응원해주는 윗니가 있어 씩씩하게 걸어서 혼타나스에 도착했다. 경사진 언덕면에 자리잡은 혼타나스. 평지였던 언덕 위 지형을 내버려두고 왜 하필 경사면에 마을이 형성되었을까? 궁금증에 휩싸여 있는데 집집마다 높이 쌓여져있는 돌 담이 눈에 돌아온다. 메세타 지형상, 바람이 거세서 평지를 피했나 추측 해 본다. 마을에 ..

2016. 8. 31. 08:56

Camino de Santiago|| D13. Ep.29 '우리'의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hirteen Episode Twenty Nine 2 0 1 6. 0 6. 1 5 Our Camino 새벽 5시. 이제는 정말 일상이라도 되어버린 듯 저절로 눈이 떠진다. 화장실로 곧장 향한다. 어제 너무 잘 먹었던 건지 오랜만에 아주 긴 시간 동안 변기에 앉아 배변 타임을 즐겼다. 침대로 돌아와 세면도구를 챙기려는데 윗니도 방금 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세안 도구를 챙기고 있었다. 남여 공용 화장실 안. 윗니와 둘이 세면대 앞에 나란히 서서 이 닦기에 돌입한다. 교정을 하고 난 뒤로부터, 종교적으로 이를 열심히 닦는 나.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닦는 윗니. 태어나서 나처럼 이를 열심히 닦는 사람은 처음 본다. 윗니를 보고 있자 하면 초등학교 도덕책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