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18. Ep.41 페드로 아저씨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Eighteen
Episode Fourty One
2 0 1 6. 0 6. 2 0


Pedro





걷는걸 포기하고 같이 버스를 타겠다는 내 말에 윗니의 눈빛이 요동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녀, 다급하게 나를 말린다,


"아니야 너 자신과 한 약속이 있잖아. 나 때문에 약해지는거 싫어..."


그렇다, 푸엔타 라 레이나 이후로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겠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 그래서 여지것 찢어질 것같이 아픈 무릎을 질질끌고 여기까지 왔다.


내가 카미노에 처음 오르게 된 이유를 잠시 되돌려 본다.


우울했던 내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더 나의 내 자신을 찾기위해


그리고 끊기없이 살아온 삶에 처음으로 끝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기 위해서 였다.


중간에 포기할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윗니 만나고 나서 끝까지 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녀와 함께하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힘든 하루하루를 즐길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었보다 행복하다. 살면서 누군가와의 시간이 이렇게 행복한적이 없었다.



반면에, 혼자서 고집부리고 끝까지 걸어서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얻는것은 무엇일까?



"벌써 결심한거야. 내가 한 결심이니까 미안해 하지마."



버스 시간표가 버스정류장 뒤에있는 미용실 유리창에 붙어있었지만


유효기간이 지난건지 10분뒤에 올거라는 버스는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결국 도심 중앙으로 조금 더 걸어가서 택시라도 잡아보기로 한다.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술집에 들어가서 택시를 부르게 전화좀 쓸수있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술 마실게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손짓을 해서 빈정이 확 상해버렸다.


뭐라 한마디 할까도 생각했지만, 이 상황에 싸움까지 붙으면 윗니가 더욱더 힘들어 할 걸 알기에,


꾹! 참았다.


"옴마니방메움"




대도시와 근접해서인지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로 한다.


레온에 근접한 마을이기에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춤이라도 출 기세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갓길에 서 있는데.


2분도 되지 않아 차 한대가 크락션을 울리며 멈춰섰다.


"레온?" 이라고 짤막하게 물어보자 얼른 타라며 트렁크를 열어주신다.




윗니는 이 모든 상태가 신기한지 뒷자석에 조용히 앉아있었고,


조수석에 앉은 난 페드로 아저씨와 폭풍대화를 했다.


레온에서 사업을 한다는 아저씨의 이름은 페드로.


업무때문에 외각지에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그는 레온을 싫어한다며 도시를 엄청 비판했다.


그래도 규모가 조금 있지 않냐는 내 물음에 새끼 손가락을 보이며, 코딱지하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술 얘기가 나오니 급 열정적인 아저씨.


레온의 로즈와인이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차를 태워주신것도 모자라, 알베르게까지 데려가 주시겠다는 아저씨.


성당 앞 까지만 태워주셔도 된다해도 막무가내시다.


어쩔 수 없이, 내비에 찍어드렸다.


도심 중앙에 있을 줄 알았던 Santo Tomas de Canterbury 알베르게는 레온안에 있다고 하기도 좀 애매한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다.


페드로 아저씨도 변두리 길은 잘 모르시는지, 5분정도 헤매고 나서야 알베르게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 하게 될까봐 들고다녔던, 한국의 장구모양 열쇠고리를 아저씨께 선물로 드렸다.


차에서 내려 페드로 아저씨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셀카 한장을 부탁했다.


이방인을 너무나 당연한듯 태워주신 페드로 아저씨.


그에게도 카미노의 행운이 가득하길.



산토 토마스 알베르게에 들어섰다.


접대실이 따로 없는듯, 바텐더 아저씨가 무슨 용건으로 왔냐고 물어봐서 윗니의 배낭이 도착해 있는지 물어보았다.


창고에 있다며 잠시만 기다리란다.


아저씨가 배낭을 가지로 간 사이 윗니와 작전을 짜기로 한다.


작전명: 최대한 공손히 이 알베르게를 도망쳐라!


알베르게의 시설은 좋아보이지만, 너무 도시 외곽이라 다른 알베르게로 가고 싶다.


하지만 배낭이 이곳에 배달되어 있으니 배낭만 받아들고 그냥 가기엔 숙소 주인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배낭을 가져오더니 체크인을 도와주겠다는 아저씨께 맥주 한잔 먼저하고 하겠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내 순발력에 감탄하는 윗니.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맥주를 들이키고선,


다른 순례객과 대화를 나누는 틈을 타,


냅다 뛰었다.






성당이 위치한 레온의 중심부까지는 2km 조금 안되는 거리였다.


말이 2km지 발 상태가 좋지 않은 순례객들에게는 100m만넘어도 멀다고 느껴지는 거리다. (대부분의 알베르게가, 도시의 중심부가 되는 성당과 근접해 있는 이유도 순례자들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배낭을 매고 걷는 윗니가 영 불안해서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결국 배낭을 뺐어버렸다,


"대신 가서 발 마사지 해줘!"



레온의 명소인 대광장을 통과하는데,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연이 있을건지 곳곳에 무대가 세워지고 있다.


알고보니 6월 마지막 주에 있을 San Juan y San Pedro 축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덕분에 가는 알베르게마다 더이상 자리를 없단다.


레온 유스호스텔에서 도시 지도를 받아들고 레온에 있는 모든 알베르게와 호스텔 그리고 호텔의 위치를 안내받았다.


하지만 찾아간 공영 알베르게, 사설, 심지어 호스텔, 호텔까지 전부다 꽉 찼다며 미안하단다.


안그래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오늘, 한걸음만 더 떼면 쓰러져 죽을 것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도시 외각으로 걸어가기엔 체력이 부족하다.


결국 한곳만 더 둘러보자며 향한 호스텔.


다행이도 침대 두개가 남았단다.


"할렐루야, 알라 아크바르, 하리옴, 나무 관세음보살"





하루종일 땀으로 샤워한 몸을 씻으려고 탈의를 하는데 샤워실 거울에 비친 내몸....


이런 미친....


오만 쌍욕이 나온다.


온몸이 초토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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