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19. Ep.43 관광객의 신분으로 레온 시티투어!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Nineteen
Episode Fourty Three
2 0 1 6. 0 6. 2 1


Tourists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시계 알람소리가 아닌 배에서 나는 자연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얼마나 열심히 잤는지 눈을 뜨기 전부터 고파오는 배...


기지개를 켜며 손목시계를 보니 아침 10시가 다 되어간다. 보통 10시라면 열심히 걷고있을 시간인데...


하루를 쉬어가기로 선택한 난 꿈속에서 카미노를 걷고 있었다.




내 인기척에 잠에서 깼는지 옆 침대에 있던 윗니도 기지개를 켜고있다.


"잘 잤어?"


코를 콜았나? 쇳소리처럼 거친 내 목소리.


"응 완전!


그녀도 꿀잠을 잤는지 목이 잠겨있다.




느긋하게 준비를 하니 11시가 넘어서야 숙소를 빠져나왔다.


레온의 북쪽끝에 있는 한적한 거주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맛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순례자들은 다 빠져나갔을 시간이라 한가로이 하루를 준비하는 로컬들과 한데 섞여 도시를 가로질렀다.


"[윗니]야 우리 로컬같지 않아?"


주말에 장보러 나온것마냥 치즈가게에 들려 치즈도 구경하고 잡화점에 들려 소모품도 구입했다.


등에는 배낭을 짊어지고 땀에 쩔어있는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지엘로 ("Zielo") 라고 불리우는 카페에 도착했다.


확실히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손님들이 죄다 로컬뿐이다.


젊은 남자 둘이서 운영하는듯 분주히 움직이는 서버들.


인사할 겨를도 없는지 눈길도 주지 않아 아무데나 앉았다.


메뉴를 펼쳐보는데,


스페인어밖에 없다.


한참동안 앉아 눈치를 주니 그제서야 달려오는 서버형.


제일 인기있는 메뉴로 추천 받으려는데 "다 맛있어"라고 하는 형...


'아니...그게 아니라... 난 메뉴에 당최 뭐라 적혀있는지 알아들을수가 없다구요...'


형도 답답한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추천해 줘서 주문은 형의 취향에 맡기기로한다.





가만히 둘러보니 식당 내부 인테리어가 유별나다.


스페인 사람들의 인테리어 감각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게에 있는 소품 하나하나가 이질감이 없지않아 있으면서도 다같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할까?


가우디를 낳은 나라라 그런지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다.


음료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형이 추천한 메뉴라서 기대를 했지만


음식은 솔직히 그저 그랬다.


소위 말하는 American Breakfast라고 불리우는 계란, 감자, 햄( 이나 소세지 또는 베이컨) 그리고 빵조각 콤보와


물기를 제거하고 갈아만든 토마토 잼을 하드 크러스트 빵위에 얹은 음식이 나왔다.


독특할거라 생각했던 토마토 잼은, 딱 '토마도 잼' 맛이었다.




정말 맛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이도(?) 아무생각없이 주문했던 디톡스 음료가 우릴 감동시켰다.


파인애플, 생강, 사과, 콩에서 추출한 렉틴이라는 가루와 미역줄기에서 추출한 스피룰리나 가루가 함유된 음료인데


태어나서 처음 마셔본 조합의 맛이랄까.


처음엔 "이게뭐지?" 하고 마셨는데, 계속 마시다 보니 엄청나게 중독되는 맛이었다.






그래도 카페의 분위기에 취해 윗니와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배불리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 옆에있는 초콜릿 케잌을 보더니 윗니가 입맛을 다신다.


윗니의 눈치를 보다가 외쳤다, "이것도 하나 포장해 주세요!"






소화도 할겸 도시 구경을 하기로 한다.


먼저, 어제 저녁에 지나쳤던 캘리그라피 전문 상점으로 향했다.


문과생인 나의 지갑을 열게 만들만한 아이템들로 가득한 상점.


손으로 직접 그린 카미노 전도들과 라틴어로 쓰여진 문구들과 형상화들.


마음같아선 전부다 쓸어담고 싶었지만 짐을 늘려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절제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홀리 카우 ("Holy Cow")라는 젤라떼리아에서 디저트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하루만에 순례객의 신분을 잃어버리고 관광온 사람마냥 느긋한 마음으로 반나절을 보냈더니,


어제 느꼈던 조바심과 불편한 감정들이 금세 잊혀졌다.


그렇게 카미노는 잠시 잊고 우리에게 주어진 황금같은 휴식을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만끽하기로한다.


충분히 휴식을 갖은 후 더 열심히 걸으면 된다.


남의 시선에, 그리고 자신의 채찍질에 질척이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 하면 되는거다. 그게 진정한 순례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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