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대하는 30대의 자세

갑갑하고 외로웠다. 

충분했다, 삼십대에 막 들어선 남자가 취미를 찾는 이유로.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의 시간과, 하등하고 저능한 직장 상사들과의 의미없는 다툼속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머리 검은 외국인을 향한 병x같은 열등감과 일관성없는 잣대를 매일 같이 겪어야 하는 시간은 순례길에서 달리했던 우울한 내 과거를 다시금 마주하게 하였고 발치앞에 놓인 이득만 취하려는 빈곤한 삶을 사는 무리속에서 내가 부리는 여유는 나태함 또는 특권 같은 말도 안되는 레이블링에 내 영혼은 빛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삶의 속도엔 질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지 못해 서로 어깨 사이 사이에 끼워져 행선지도 모른채 떠밀려 가는 영혼없는 그들의 질주에 난 참여하기 싫었다. 
나태주 시인님의 말을 빌리자면 자세히, 오래 보아야 비로소 그 밀도와 온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거늘, 잠시 멈추어 가는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삶엔 그 어떤 무엇이 가치를 지닐까?

안장 위에서 바라 본 한국은 사뭇달랐다.

한국에서의 3년의 시간이 감옥과 같았다고 묘사를 해오곤 했는데, 페달을 천천히 굴리며 마주한 한국의 모습에 성급히 판단했던 내 자신을 뉘우쳤다. 어쩌면 내가 혐오하던 무리들도 내 편견속에 속박되어 하찮은 현상으로만 비추어 진게 아닐까. 그들도 그들만의 가치관계를 형성하여 삶의 바퀴를 굴렸을 텐데, 어떻게 내 가치관만이 유의미하다 논할 수 있으랴.

또 바삐 페달을 밟다가도 잠시 멈추어 갈 수 밖에 없는 풍경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새로운 여행지에서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매일같이 지나치던 출퇴근길의 모습도 새롭게, 그리고 매말라있던 내 감성의 깊은 구석구석을 자극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잠시만 달려도 차갑던 바람은, 시원한 바람이 되었고. 하나같이 똑같아 보이던 개체는 다들 제각각의 속도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빠르게, 또 느리게, 그들도 자신만의 가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오래된 것을 바라보는 자세

그 어떠한 사물도 눈에 익다보면 그 가치를 점차 잃게 되는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겠지만, 빠르게 또 느리게 페이스 조절이 가능한 취미는 아무리 잊혀진 사물이라 해도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어 줬다. 우리의 제주 여행이 그랬다. 이미 올레길을 세번이나 완주한 나로선 제주도가 살짝 지루하고 뻔한 존재로 다가올 시기였다. 하지만 세화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느릿한 고물 자전거로 마주한 제주도는 또 다른 매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혼자 였다면 취미의 시간이 끝날을 때, 그 희열과 감동의 회로가 싹둑 끊겨 버렸겠지만; 새로운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내는데 있어 두려움이 마중 나오기 보다, 극복해냈을 때의 순간을 먼저 떠올리며 열정을 쏟아붓는 건강한 사고와 정신을 가진 윗니와 함께할 수 있었기에 내 취미생활은 내 삶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아호이 공식 라이딩
안동 라이딩
담양 라이딩
덕적도 라이딩
베프 알렉스

무엇보다, 익숙한 사람들과 대인관계에 있어 조금 더 친밀한 관계형성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일상에서는 그 어느 기하학적인 우발사건이라 해도 연이 닿지 않았을 사람들과의 유익한 시간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경험치를 얻는 것을 통해 한국에서의 내 삶이 조금 더 가치를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차 한대 값은 이미 넘었다.
30대의 취미엔 차 한대 값은 우습다

아무리 보여주기 좋아하는 사회라고 하여도 상한가가 있길 마련인데, 상대적 행복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의 구렁텅이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덕들이 흔히 말하던 하차감에 맛을 본 뒤론 나도 그 좋아하던 치킨도 포기한 채 장비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아마 돈 쓰는 귀신이 있다면, 그게 나 였지 않았을 까 싶을 정도로 "더 좋은거" "더 비싼거"에 집착을 하게 되었고. 삶의 비중에 취미가 점점 더 큰 파이를 차지 하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유욕은 거실과, 발코니며, 결국 방 안까지 침투하게 되었다.
 

 

돈지랄과 지랄몸의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

다행이도 끝판왕, 대장급, 기함급이라 불리우는 장비에 도달함과 동시에 장비에 전혀 비례하지 않는 내 비루한 몸땡이의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직면한 순간, 취미 활동에 있어서도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주었던 취미활동에 있어 무엇보다 감사했던건,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과 공간과 사람에 내 열정을 쏟아 부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하여 이제는 열명이 넘는 사람들을 이끄는 그룹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내 열정의 가치는 지난날 내가 증오에 소비하였던 힘과 시간이 얼마나 무의미 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고로, 취미를 대하는 삼십대의 자세는 삶에 있어 유의미하다. 본질이 일시적으로 나빠 보일 수 있으나, 사는게 다 그렇듯 실수하고 후회하는 번복의 굴렁쇠에서 가치있는 시간이 존재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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