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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0. 03:46

카미노로 다시 떠나는 이유.

"왜 다시 가서 고생하냐"고 물어보더라고, 질문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이제것 미루다 출발을 일주일 남겨두고 혼자만의 대화를 나누어보려고 해. 2016년 4월. 내겐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만큼 힘든 시기였어. 왜 살아가고 있지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다보니, 차라리 죽는게 괜찮겠다 라는 쉬운답이 나를 지배하더라고. 그런 내 상태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어. 너 주위에도 정말 아무 불평도 없이 살며 항상 웃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의심을 꼭 한번 해보길 바래. 그 친구도 2016년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절벽 끝에 서 있을수도 있어. 정말 평온하더라고, 마음이. 나를 괴롭히는 머리속의 목소리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하기까지 하더라고. 그런마음으로 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

2023. 12. 7. 04:26

취미를 대하는 30대의 자세

갑갑하고 외로웠다. 충분했다, 삼십대에 막 들어선 남자가 취미를 찾는 이유로. 코로나로 잃어버린 3년의 시간과, 하등하고 저능한 직장 상사들과의 의미없는 다툼속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머리 검은 외국인을 향한 병x같은 열등감과 일관성없는 잣대를 매일 같이 겪어야 하는 시간은 순례길에서 달리했던 우울한 내 과거를 다시금 마주하게 하였고 발치앞에 놓인 이득만 취하려는 빈곤한 삶을 사는 무리속에서 내가 부리는 여유는 나태함 또는 특권 같은 말도 안되는 레이블링에 내 영혼은 빛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삶의 속도엔 질과, 가치가 있음을 깨닫지 못해 서로 어깨 사이 사이에 끼워져 행선지도 모른채 떠밀려 가는 영혼없는 그들의 질주에 난 참여하기 싫었다. 나태주 시인님의 말을 빌리자면 자세히, 오래..

2023. 12. 7. 01:25

소아시아|EP.4 산토리니, 첫 스타트가 아주 좋다!

소아시아|EP.4 산토리니, 첫 스타트가 아주 좋다!혼자여서 좋았던 곳도 있었지만, 꼭 함께하고 싶었던 곳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가장 사랑했던 거리를 함께 걷는 행위. 너도 그곳을 나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산토리니로 떠났다.산토리니 섬에 랜딩하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간 계산을 잘못한 내 탓에 숙소에서 지하철 역까지 배낭을 멘 채 미친듯이 뛰게 되었다. 한참을 뛰고 있는데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마라톤의 본고장에서 새벽부터 배낭 메고 뛰어본 사람은 카미노 커플이 처음이 아닐까... 어찌저찌 시간이 딱 맞게 공항까지 도착했지만, 체크인 카운터 직원이 무게잡힌 중저음으로 "서두르는게 좋을거야" 라는 일침을 하길래 게이트 까지 또 냅다 뛰었다(거짓말 1도 안..

2023. 11. 20. 16:44

소아시아|EP.3.2 섭씨 42도를 이겨내라

소아시아|EP.3.2 섭씨 42도를 이겨내라 아테네 중앙시장에서 갖가지 향신료를 구매한 뒤 (기념품은 사지 않아도, 현지 향신료는 포기할 수 없다) 트립어드바이저 그리스 포럼에서 만렙형님에게 추천받은 현지 맛집으로 향했다. 허름 한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아직까지 관광객들에게 발걸음이 닿지 않아보였다. 화려하지 않은 플레이팅 이지만 기본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시장에 근접해 있어 재료가 신선한게 느껴졌다. 차지키는 첫 날 먹었던 곳이 3배는 더 맛있었지만, 음식 가격이 5배나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난 이곳을 조금 더 추천해보고 싶다. 물론 언어 소통이 어려운 점과, 로컬맛집인 만큼 여행객들에대한 안좋은 시선과 태도는 조금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윗니와 난 항상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고..

2023. 11. 16. 13:04

소아시아|EP.3.1 Artem, Philosophia, Bellum

= 소아시아|EP.3.1 Artem, Philosophia, Bellum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난 아직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내가 여행을 하는데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더보기 가끔은 정말 지루하고,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년, 천년,그리고 때론 몇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 이야기를 머리에 욱여넣으며 여행 중에 보고 겪고 느끼는 것들에 의미부여를 한다는건 말이다. 하지만 겪어 본 사람만 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20대 때 했던 수많은 여행에서 느꼈던 공허함과 무미건조함이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도착한 곳에서 보이는 거라곤 건물과, 사람, 산과 강 밖에 없을 때, '난 지금 왜 이렇게 먼 곳에 와서 갖은고생을 다 하며 정..

2023. 9. 13. 01:08

소아시아| EP.2 섭씨 42도, 아테네 입성!

여행에 오르기 일주일 전, 여느날과 같이 트립어드바이저 포럼에서 시덥잖은 질문을 답해주던 난 호기심에 아테네 포럼으로 놀러갔다가 충격적인 기사를 맞닥드리게 되었다: "아테네 폭염, WHO가이드 라인에 의거 아크로폴리스 및 야외 유적지 출입제한" 이상기온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곳은 한국뿐만이 아니었고, 그리스도 산불이며 고온현상에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그리스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까지 억제기를 걸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웬만한 더위 아니면 끄덕 없는 나와는 달리 날씨에 의해 컨디션이 좌지우지하는 윗니에겐 충분히 걱정이 될 만한 뉴스였다. 걱정과는 달리, 아테네 국제공항을 나와 체감했던 더위는 윗니에 의하면 "견딜만 했다". 아테네 공항에서 도심까지(신타그마 광장)의 이동은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가격-시간..

2023. 9. 7. 15:11

소아시아| EP.1 인생여행 후 4년만의 해외여행.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벌려만 놓고 끝맺음을 짓지 않은 내게, 5년이란 짧지않은 시간동안 열중하였던 글쓰기 취미를 일절 중단했다는 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변명과, 정당한 사유가 적절히 버무려진 이 진취적인 글을 시작했다는 건 분명 그만큼 큰 결심과 목표도 생겼다는 것일거다. 하지만 큰 약속은 하고싶지 않다. 며칠 못 가 다시금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2019년 7월 21일부터 내 삶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다 담을 수 없는 다사다난이었다. 인생의 두번 째 이민, 결혼, 그리고 지금의 커리어에 닿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일들. 주막에 제대로 자리잡고 앉아,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는 사람을 붙들고 짤막하게 썰을 풀자하여도 꼬박 일주일 밤을 지새워야 할 만한 분량이 될 것이다. 이..

2019. 4. 3. 08:51

카미노 순례길|Day0. 격리.수련.인정 그리고 비아리츠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처음 올렸던 글들을 조금 더 정리하고 다듬어 다시 올려 봅니다. 본문:https://www.bambitravels.com/45?category=196943 난 분명 통로자리를 예약했지만 탑승하고보니 창가자리. 히드로 공항을 벗어난 비행기는 눈 깜작할 새에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고도가 높아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이젠 정말 집에서 멀어졌구나 하는 사실이 가슴을 압박해 왔다. 안전벨트 등이 꺼지고, 기내의 무겁던 공기는 설렘이 가득한 웅성거림으로 채워졌다. 여행을 앞 둔 승객들의 어깨 사이에 억지로 끼워진 채로, 난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혼자여서가 아녔다. 내가 소외감을 느꼈던 이유는 이 여정의 끝에..

2019. 1. 29. 23:57

Ep.14 계속되는 호이안 맛집 탐방|베트남|호이안|

격하게 잤다. 격하다는 표현은 보통 의식 속에 진행되는 행동에 부여되는 수식어지만, 어젯밤 취했던 잠은 무의식적인 수면이 절대 아니었으므로. 격하게 잤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거 같다. 여행 중 하루일과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성취감을 주는가 보다. 아무리 피곤해도 필사적으로 세었던 양 백 마리에도 쉽게 잠들지 못했던 일상에서 난, 하루에 대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밤을 지새우곤 했다. 불면증이라 쉽게 넘겨짚던 무의식적인 시간에 괴로워했던 반면, 여행중 난 매일밤 무슨 생각을 하며 잠들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잠든다. 사족) 그래서 종종 블로그 글을 쓰며 윗니에게 물어본다, 이날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잠들었는지 새벽 5시 반. 분명 부족한 수면시간이었지만 어제밤 호..

2019. 1. 3. 15:00

Ep.13 삼국의 합작, 호이안의 까오러우.

도착했다는 안내방송도 없던 열차는 플랫폼과 맞닿음과 동시에 멈춰섰다. 종착역인가 보다. 양손에 봇짐이 가득한 현지인들은 이미 열차내 복도를 가득메워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반대로 느릿하게 배낭을 짊어멘 윗니와 난 그들을 선두로 여유롭게 하차하였다. 플랫폼으로 쏟아져 내린 승객들, 일제히 출구로 바삐 움직인다. 그 치열한 대열에 몸뚱아리를 맡겨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윗니와 나도 역 밖으로 빠져나왔다. 탁한 하늘과 대기층을 가득 메운, 매연이 짙은 공기. 하노이와 다른점을 찾아보기 힘든 다낭과의 첫 대면이었다. 열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배낭에서 꺼내어 손에 쥐고있던 마스크를 쓰고 뿌연 도심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숨막힐 만큼 빼곡히 들어선 업소와 동일한 밀도로 도로를 가득메운 차들. 베트남 여행에 오르기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