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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9. 13:53

태국|| Ep.30 빠이(Pai)에서 친구를 얻다.

곤히 자고있는 수철이형과 현석이를 두고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내가 알던 치앙마이의 불쾌한 찜통속 더위와는 달리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있었다. 방앞에 있는 나무평상에 누워 잠시 눈을 감고 어젯밤을 회상해본다. "진짜왔네? 니 또 도망갈거제?" 라고 웃으며 맞아주는 수철이형. 형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너무 반가웠다. 짐만 방에 떨구고 형이랑 같이 동행하고있다는 두 여성과 통성명을 나눴다. 둘 다 눈이 선한게 수철이형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여행객들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서로간의 동의없이 형성된 만남이 조금 어색했는지 경계를 하는듯 했다. 처음에는 말이 없다가 맥주한잔을 하며 통성명을 해보니 둘 다 활력이 넘치는 여행객들이었다. 내가 그렇게 새벽에 형을 버리고 간 후 어떤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자 다른 동행을 ..

2016. 5. 6. 16:06

태국|| Ep.29 치앙마이 bye! Pai로 가는길

역시나 무모한 선택이었을까... '빠이로 가는 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달려야 한다.' 부아통에서 한번도 쉬지않고 타패 게이트를 향해 내리 달렸다. 부랴부랴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시설을 이용하려는데 사장님이 100밧을 내란다. 아니...에어컨 더블베드 숙박비가 300밧인데... 체크아웃을 했다는 이유로 따로 샤워시설 이용료를 받으시려는 코리아하우스 사장님. 뭐 이것도 예전같았으면 엄청 씹어줬을만한 소재거리 였겠지만, 인정을 빌미로 빈대가 되는건 나도 원치않는 일이기 때문에 그저 씁슬하게 돈을 건네고 샤워를 마쳤다. 잠시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우리를 빠이(Pai)로 데려갈 운전사가 픽업을 왔다. 배낭을 챙겨 뒤도 돌아보지않고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와 봉고차에 올랐다. 차에 우리밖에 없는걸 보아..

2016. 5. 6. 12:24

태국|| Ep.28 끈적한 폭포? 부아통 폭포 탐험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에 진입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부아통 폭포에 도달 할 수 있었다. 핸들을 부여잡은 두손에 땀이 차도록 열심히 달렸던지라 서둘러서 시원한 폭포아래에 몸을 담그고 싶어 부랴부랴 이정표를 따라 폭포 아래로 향했다. 육안으로 보아해선 매우 미끄러운 지면으로 보였지만 여행책자에 기재되어 있던대로 맨발로 발을 내딛자 왜 "끈적한 폭포" 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석회성분이 폭포가 흐르는 바위면을 뒤덮어 상당히 그립감있는 꺼끌한 표면이 형성되어서 물이 흐르는 폭포를 맨발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었다. 물로 바로 뛰어들 생각으로 숙소에서부터 수영복을 입고와서 바로입수. 경사가 상당히 있어서 꼭 미끄러지지 않더라도 굴러 떨어질거같아 현석이와 나는 빌빌 거리고 있는..

2016. 5. 5. 20:01

태국|| Ep.27 부아통가는길에 만난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망고

조금 무모한 길을 떠나려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저녁에 빠이로 떠나는 일정이 있어서 아침일찍 출발하려 했지만 잠이 우선인 두 남정네들은 9시 반이 되어서야 침대를 탈출 할 수 있었다. 아침햇살을 등지고 치앙마이를 벗어나 큰길을 달린다. 숙소에서 핸드폰으로 찍어놓은 지도 하나만 의지한채 6차선이 넘는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오토바이로는 무리겠지?' 라는 의문이 생긴순간 도전정신이 압도해 버린걸 어떡하리... 오토바이가 허락하는 최고속력으로 한시간즈음 달렸을까, 한적한 숲길에 들어섰다. 파란 하늘에 닿을것같이 시원하게 뻗은 한적한 숲길이 너무 아름다워 간간히 서서 사진에 담아두었다.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온 길이라 그런가 마음도 한적하고, 우릴 맞아주는 모든 풍경이 눈에 곱다. 10..

2016. 5. 5. 17:24

태국|| Ep.26 치앙마이 밤길을 달리다

나이트바자에서 돌아와 뜨신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에어컨님이 선사하신 찬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침대보위에 드리운 한기가 좋아 비비적거리다 하루종일 걸어다녀 아려오는 두 다리를 쭉 뻗어 무릎팍으로 전해오는 찌릿찌릿함을 인식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피곤마져 왈콱 쏟아져 두 눈꺼풀 위에 들어앉았다. '내일은 뭐하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 순간 잠이 확 깨버렸다. 여행책자며 블로그며 이곳저곳 뒤져보다 부아통(Bua Thong) 폭포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Sticky water fall이란 독특한 수식어가 붙어있고 리뷰를보니 평이좋다. 현석이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한대 태울동안 같이 난간에 기대어 한적해진 길가를 내려다 보았다. 신발 밑창의 고무마져 녹이버릴듯이 달구어져있던 시멘트 바닥은..

2016. 3. 26. 15:06

태국|| Ep.25 치앙마이 나이트바자(회)

도이수텝에서 내려와 부핑팰러스(Bhuping Palace)를 향해 힘껏 밟았다. 정상에서 너무 장시간 멍때려서 오후 세시가 훌쩍 넘어 버리고, 세시 반 까지 연다는 부핑팔라스의 입구라도 보고 오자는 플랜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3km를 미친듯이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장사를 접고 차에 짐을 싣고 있는 상인들로만 분주하고 여행객은 우리 둘 뿐이었다. '뭐.... 입구는 봤으니까!....' 그래도 부핑팔라스 입장료 50밧도 아끼고, 내장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을 맞으며 멋진 드라이브도 즐길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스릴있고 짜릿하다, 눈썹이 휘날리게 달리는 나와는 달리 안전을 중요시하는 현석이는 서행이다. 계속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어 신경은 쓰이지만, 현석이의 - 동행하는 사람의 - 철학을 존중하..

2016. 3. 17. 22:01

태국|| Ep.24 천원에 팔아버린 양심

롤러코스터마냥 굽어있는 길을 따라 굴곡을 즐기며 도이수텝 사원 입구에 도착할수있었다. 여느 관광명소답게 줄지어있는 투어버스들과 상점들 멋부린다며 선글라스에 챙모자, 금에 광내고 왔는지 유난히 반짝이는 금목걸이와 팔찌 그리고 장님마냥 붕붕 휘둘러대는 셀카봉으로 치장한 여행객들이 즐비한 주차장을 지나 오토바이 세워둘곳을 탐색했다. 갓길을 주시하며 상점을 지나가는데 거의 마지막 상점 앞에 '무료주차장'이라는 푯말이 적혀져 있었다. 가게와 가게 사이에 뚤려있는 비포장도로에 화살표가 있는걸 보아하니 상점뒤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듯했다. 나무판자로 위태롭게 짜여진 램프를 조심스레 올라, 비좁은 흙길을 내려가니 예상대로 오토바이 몇대가 세워져있는 아~~~주 의심스러운 공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뒤따라오던 현석이에게 잘..

2016. 3. 9. 17:19

태국|| Ep.23 치앙마이에서 맛 본 인생카레!

치앙마이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저녁에 내가 춥다고 징징대서 에어컨을 좀 줄여자고 일어났더니 방이 아주 찜통이 되어있었다. 땀이차서 촉촉해진 방댕이를 의식적으로 벅벅긁어주고 쌔근쌔근 자고있는 현석이를 위해 에어컨을 이빠이 틀어주고선 잠시 누워있었다. 잠시 미뤄두고 있었던 걱정들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여행밖의 걱정들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의미가 없다, 수철이 형님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한다. 형, 내일 저녁 6시에 출발해요. 후딱갈테니 카톡으로 지금 계신 숙소정보 알려주세요. 혹시나 수철이형이 다른지역으로 이동할까 걱정이 된다. 내가 왜 이렇게 형에게 메달리는 걸까? 분명 좋은 사람은 맞지만, 내가 동행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건 표면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으리... 방콕에서 밍기적 거리고 있는 나를 이끌어 ..

2016. 3. 3. 23:10

태국|| Ep.22 도보로 치앙마이 정복

빽빽히 들어서서 미로를 형성한 건물들 사이로 사람과 차, 쓰레기와 주인없는 개들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을뿐 인도의 자이살메르처럼 성벽내에 역사와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길 바랬는데...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역사가 숨쉬는"이란 형용어는 누구의 술주정부리였는지 만나면 귓방망이를 한대만 때려주고 싶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성태우는 혼잡한 사거리에 멈춰섰고 기사 아주머니는 "타페게이트" 라고 외치며 내리란다. 썽태우에 마구 구겨넣어진 외국인들도 같이 내릴 줄 알았는데 다들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위치파악을 하고있었다. 눈을 마주치니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기는 아직이란다. 폴짝 뛰어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맥도날드도 보이고, 스타벅스도 보이고.... 성벽같은게 보인다, 타페게이트 인가보다. 현석이도 같이내려서 숙..

2016. 3. 2. 10:09

태국|| Ep.21 페이스 체인지! 치앙마이 입성!

커튼사이로 따갑게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너무좋다. 밤새 신나게 달리던 기차는 도시 변두리에 근접했는지 서행을 하고 있었다. 뒤뚱뒤뚱 덜컹거리는 기차의 느릿한 리듬에 맞추어 내 심장박동도 느긋하게 가슴을 두드려댔다. 아래 벙크베드(Bunk Bed)에 자고있는 현석이가 깨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복도의자에 앉았다. 햇빛에 달궈진 창문에 머리를 맞대고 폐를 쏟아낼 기세로 하품을 해대다 창밖이 이뻐서 멍을 때린다; 방콕과는 대조되는 초록색이 가득한 산길에 빨려 들어가고있는 기차. 이런 기차여행이라면 몇일, 아니 몇달이라도 좋을듯하다. 잠도 깰겸 바람을 쐬고싶었다. 침실칸 문을 열고 열차 연결부분으로 들어서자 태국의 익숙한 끈적함이 온몸을 끌어안았다. 문에 매달려 고개만 뺴꼼 내밀고 아침공기를 폐 안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