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18 꼬란에서 헤롱헤롱

일찍 일어나서 이동하자는 계획은 "계획"일뿐이다 라는걸  엄격히(?) 준수하고, 중천에 떠있는 햇빛을 스포트라이트마냥 받은채 나반(Na Ban)선착장으로 향했다.


녹슨부분을 페인트로 덕지덕지 눈가림한 배에 올라 삐걱거리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깐 졸았더니 눈깜짝할새에 꼬란에 도착.


선착장으로 서두르느라 공복이었던 형진이와 나는 곧장 음식점으로 향했다.


시장바닥마냥 시끄럽던 음식점엔 하나투어를 통해 온 한인 단체관광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글리 코리안과(단체관광에대한 나의 선입견) 섞이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음식점 구석에 자리잡고 메뉴를 정독했다.


아쉽게도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는 음식은 볶음밥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은 뭐 먹나 두리번 거렸더니 부엌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시더니 다짜고짜 "신라면?"이라 물어오신다...


어안이 벙벙해서, "예스?" 라고 되물었더니 


메뉴판을 휙 낚아채서 주방으로 돌아가셨다.


잠시후 주방아주머니는 친근한 새빨간 마약물이 담긴 대한민국 국민음식을 내오셨고,


형진이가 시켰던 볶음밥과 김치까지 한접시 툭 던져주시고선 또다시 주방으로 사라지셨다.



방콕에서도 못먹어본 김치를 본 형진이와 나는 연신 감탄사를 외쳐대며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데,


주방아주머니가 무언가가 든 종이접시를 들고선 다시 우리앞에 나타나셨다.


 

'뭐지?' 하며 아주머니를 올려다 보았고


아주머니는 새우 세마리가 담긴 종이접시를 내 얼굴에 내미시더니 씩~ 웃어보이셨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손사래를 치시더니 휙 돌아서서 또 주방으로 향하신다.


하나투어로 온 한인들의 뷔페식 만찬을 침흘리며 보고있던 우리가 측은했던 거겠지...


아주머니 덕분에 오랜만에 해산물을 맛볼수있었다.



꼬란의 선착장에서 성태우를 타고 10여분간 달렸더니 티엔 비치(Tien Beach)가 나타났다. 


단체관광이 점령한 타웬 비치(Ta Waen Beach)를 피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계획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티엔에는 소규모 로컬 가족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해변의 꽃인 비키니걸들은 모두 타웬비치에서 가슴과 엉덩이를 출렁이며 남정네들을 유혹하고 있겠지...


씁쓸한 마음에 형진이와 맥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선 나름대로 물놀이를 즐겼다.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형진이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뭔가 사연이 있는게 분명했다.


기회를 엿보다가 깊은 대화좀 나눠볼까 했지만,


땡볕아래 안주도 없이 냅다 맥주만 들이켰더니 술이 달아올라 헤롱헤롱~


결국 맥주 1리터 네병씩 병나발을 불고선 몽롱한 정신으로 다시 썽태우에 올라 타웬비치 옆에있는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배에 오를때즈음 술이깨고선 무료한지라 뱃머리에 걸터앉아 혼자만의 기타연주를 즐겼다.


하루종일 라면한그릇과 볶음밥으로 여명하고 있었던지라 


파타야에 도착해선 곧장 숙소로 돌아가서 씻자마자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하루종일 굶주린 우리 자신들에게 나름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입을 맞춘 형진이와 나는 숙소앞에 위치한 고급레스토랑에 무작정 들어갔다.


파인애플밥과 그 유명하다는 푸팟퐁커리(게 들어간 카레)를 시켜서 게걸스럽게 맛나게 먹어치웠지만


갑자기 포식을해서 그런지 배에 탈이나서 결국 화장실에서 다 쏟아내고선 


"맛봤으면 됐지..."라 내 자신에게 위로를 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와 에어컨을 쐬면서 자유시간을 가지고 있다가 문득 파타야의 밤문화에대한 호기심이 스멀스멀 내 머리에 기어들어왔다.


"형진아"


"왜?"


"우리 나갈까?"


"응"


반나절동안 취한상태로 물놀이를 했던지라 충분히 피곤 할 만도 한데 


"태국 최고의 유흥가"란 수식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형진아...우린...그냥...궁금해서 가는거야!" 


"응"


수없이 우리의 손목을 잡아끄는 창녀들의 손을 뿌리치며 도보로 워킹스트릿을 향해 헤쳐나갔다.


아침에 꼬란으로 향하는 선착장으로 이동하는길에 지나칠때는 평범하기 짝이없었지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워킹스트릿은 불쌍한 영혼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으려 온갖 화려한 치장을 하고있었다.


형진이와 나는 그저 모든게 신기해서 홍등가를 두리번거리며 정처없이 떠돌았다.


조금 신기했던건,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워킹스트릿에 들어와선 발가벗은 창녀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있었다는 것이다.


50살도 훌쩍넘어보이는 아줌마들이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는 상황이 조금은 당황스러울 만도 한데


익숙하다는듯 계속해서 불쌍한 영혼들을 홀리고 있었다. 


좋은 구경을 했지만 뭔가 허전했던 형진이와 나는 워킹스트릿 중심부에 위치한 무에타이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맥주를 한병씩 시켜서 경기장 맨 앞줄에 앉자마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건장한 청년과 그 청년의 아버지뻘로 보이는 늙은선수의 대결.


처음에는 생각없이 봤지만, 계속보고 있자하니 두 선수가 자꾸 서로의 눈치를 보는것이었다...


게다가 넉아웃을 당한 늙은선수는 조금 과하다 싶을정도로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선 뒷목을 잡고 아프다는 시늉을 해대다가 기권패를 당했다.


눈치가 빠른 형진이와 나는 싸움이 연극이었음을 알아채고선 맥주를 원샷하고 곧장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워킹스트리트를 빠져나와 숙소로 가는길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몸파는 여자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엄마고 아내일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매춘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였을거라 생각하니 그들을 무조건 비하하는건 옳지않다.


호기심에라도 방문을 했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직시해본다.


관광업이 유지되는이상 그들은 이곳에 묶여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남성들의 성노리개로 살아 갈 것이다. 







반응형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