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5. Ep.56 카미노의 잘생겨짐 효과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Five
Episode Fifty Six
2 0 1 6. 0 6. 2 7


Beautification





어깨에 뽕이 들어간 듯 의기양양하게 비야프랑카에 도착했다.

남들은 절대 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근거없는 이유로 말이다.


24km를 아픈 몸과 금식이란 컨디션을 갖고 걷는동안

가끔 어지러워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쓰러질번한 순간이 몇번 있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몸이 따르질 않았으니

오늘은 확실히 정신력의 승리가 아니였을까?


잔잔한 강이 있는 협곡에 형성된 마을 비야프랑카.

마을 초입부터 경사가 가파르다.

미리 검색해 둔 알베르게 레오로 향한다.


"어 저거 트루디 누나 아니야?"


"맞는거 같은데?"


지나치는 펍 안에 있는 트루디 누나와 누나의 동행분을 발견했다.

카미노를 걸으며 자꾸 마주치니 이젠 이런 만남이 놀랍지도 않다.

누나도 같은 마음인지 당연한듯 맞이해 주신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누나에게 폰세바돈에서부터 있었던 일들을 하소연 했다.

내 몰골을 보아하니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간다며 걱정해 주시는 누나.

눈에 띄게 야위었다며 엄지를 척 들어주신다.

카미노에서의 무용담은 순례자들 사이에서 자랑거리 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리쟁탈전을 위해 서둘러 알베르게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작별인사를 나눴다.


"누나 또 봐요!"


"응 그래! 우리 인연이되면 또 보겠지"




언덕 길 끝에 있는 알베르게 레오.

역사가 깊은 가문이라고 한다.

집을 소개하는 머릿글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El Músico llegó ligero, con apenas un puñado de ilusión en los bolsillos, pero con la música de la vida en el aire de su gaita. Buscaba una casa donde las escaleras fueran las teclas de un piano, y el balcón mirase al Agua y la melodía se escuchase observando el techo estrellado.

Entonces, Leo, el músico, enseñó la casa a su mujer Mercedes, y está al verla dijo: ¿Es posible que todo esto pueda ser nuestro?, porque supo, en ese mismo momento, que haría de aquella casa su hogar. Y en poco tiempo se convirtió en la bodega de todos, porque el músico sólo es músico cuando comparte sus notas y sabe transmitir su alegría.

Hoy nuestros abuelos Leo y Mercedes, que ya nos miran desde allá arriba, estarán muy orgullosos de ver que su casa es ahora un albergue y un rincón para todo aquel peregrino que quiera compartir con nosotros un trocito de su camino en Villafranca del Bierzo.




주머니엔 허망한 꿈만 가득한 한 악사가, 인생을 노래하는 백파이프를 가지고 [비야프랑카에] 나타났다. 그는 피아노의 건반을 닮은 계단과, 잔잔한 물결을 바라볼 수 있는 발코니 그리고 별로 가득한 지붕이 있는 집을 찾고 있었다. "레오"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악사는, 그의 아내, "메르세데스", 에게 비야프랑카에서 찾은 집을 보여주었다. 메르세데스는 첫눈에 그 집에 반했고 순식간에 그 집을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었단다. 관객이 있어야만 악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은 레오와 메르세데스는 자신들의 집을 음악을 공유하는 장소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 날 하늘에 계신 레오 할아버지와, 메르세데스 할머니가 자신들의 집이 알베르게로, 그리고 순례자들이 비야프랑카에서의 추억을 말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걸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음악인들의 안식처 알베르게 레오.

도착해서 후딱 씻고 1층에 있는 거실로 내려왔다.

구석에 기타가 있길래 주인 할머니의 허락을 받고 기타줄을 튕겨본다.

스페인 클래식 기타와는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저음과 세월을 노래하는 듯한 연륜이 뭍어나오는 기타의 울림소리에 깜작 놀랐다.





주방일을 하던 주인 할머니가 앞치마 차림으로 한참동안 멍하니 서서 지켜보셨다.

노래가 끝나자 물개박수를 치며 말을 걸어오신다,


"음악하는 사람이니?"


"아! 아니에요..."


남들 보여주기 부끄러운 실력이다.

음악을 공유하려고 지어진 공간이라 그런지 어쿠스틱이 엄청난 덕분에 그나마 들을만 하다.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까지 확성시켜주는 신비한 공간.

그 공간에 심취하여 노래를 불렀다.

노래 한곡이 또 끝나자 기다렸다는듯이 다시금 말을 걸어오신다,


"저기 저 사진 보이니?"


벽 한 공간을 차지한 흑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할머니.


"저분이 우리 할아버지인데. 그 기타가 우리 할아버지가 17살때 처음 잡으셨던거야"


감히 악기의 가치를 논하긴 새발의 솜털도 안되는 실력을 가진 나.

그래도 기타의 가치가 어마무시하단 걸 알아차리고 조심스레 내려 놓았다.


"부탁인데, 노래 더 해줄 수 있어?"


"악. 부족하지만 그럴게요"


백년도 넘었을 연륜이 있으신 분을 조심스레 다루며 목청것 노래 불렀다.


곡이 끝날때 마다 박수를 힘껏 쳐주시는 할머니 때문에 몸둘바를 몰라 몸을 베베 꼬았다.


"오늘 저녁에 뭐해? 아니다, 내일 저녁에 뭐해?"


계속 서서 경청하시는 할머니가 말을 또 걸어오신다.


"네? 내일이면 다음 마을에 있겠죠?"


"내가 무료로 숙박을 제공할테니 저녁시간마다 작은 공연을 열어줄래?"


"네에??!!??"


이 모든 대화가 스페인어로 오갔기에 내가 스페인어를 잘못알아들은 건가 싶어 되물었다.


"장난이죠?"


"아니 진심으로! 사실 우리 가족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는데, 딸은 피아노를 전공했고 우리 아버지는 기타리스트셔. 저녁시간마다 작은 공연을 여는데 거기에 참석해 줬으면 해서"


몸둘바를 몰라 일단 저녁에 뵙겠다고 얼버무렸다.


"점심 먹었니? 뭐라도 먹을래?"


"정말 감사한데 저 사실 배앓이를 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요"


"그럼 티라도 한잔 타줄게"


주방으로 사라지시더니 금세 티 한잔을 가지고 나오셨다.


"맛은 없을텐데 배앓이에 좋은거야"







차를 홀짝이며 노래를 계속했다.

이번에는 할머니 손녀가 환호를 하며 호응을 해주었다.

자연스레 공연 분위기가 조성되어 한참을 노래하였다.


윗니도 씻고 내려와서 관객이 되어 호응해 주었다.

까리온에서 느꼈던 전율이 다시금 내 온 몸을 흔들어 놓았다.

행복하다.

난 행복하고 있다.

카미노에서 행복을 찾았다.


하지만 삼일째 금식을 했더니 뱃심이 딸려 노래를 멈춰야 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며 기타를 내려놓았다.





알베르게를 나서서 마트로 향했다.

씨에스타를 피하려면 서둘러서 가야한다.

다리를 건너며 비야프랑카 마을 규모를 실감했다.

절대 작다고 할 수 없는 규모.

그리고 무엇보다 협곡에 숨겨져있는 보석같은 마을이다.

레오 할아버지가 왜 이곳에 정착을 했는지 알것같다.





동네에 유일한 마트라 그런지 없는게 없다.


오늘의 메뉴는 그 이름도 고귀하신 삼.계.탕.


더이상 굶을수는 없다 생각들어 몸보신도 할겸 선택한 메뉴다.

일단 닭, 양파, 마늘, 생강이 필요하다.

(인삼은 스페인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하는 생각이 들어 쿨하게 배제했다.)

생닭이 팔길래 정육점 코너 아저씨께 한마리 부탁하였다.

포장지위에 붙여진 가격표.

2.4유료.

닭한마리에 2.4유로라니... 너무나 저렴하다.

부자재를 골라 계산을 하는데 총 6.5유로 밖에 되지 않았다.

순례자메뉴 1인당 12유로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저렴한 가격이다.







주방이 제법 갖추어져 있는 알베르게 레오.

모두들 사먹는걸 선택했는지 주방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열정을 불태우며 요리에 전념했다.

솥뚜겅 운전만 8년.

못하는 요리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오늘 드디어 에스테야에서 부터 들고 다니던 생강을 사용하게 되었다.

언제한번 삼계탕을 끓여먹겠다고 생각하고 3주가 넘게 내 배낭에서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던 녀석이다.

애착감이 생겨서 윌슨이란 이름도 지어주었다.





비록 간단한 요리지만 3일만에 먹는 양식인지라 닭느님 곁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서성였다.





90분 가량 푹 고았다.

너무나 기다리기 힘든 고뇌의 시간이다.





닭이 완성되었다.


"우오오오오오"


아름다운 비주얼을 가진 닭의 자태에 감탄사를 마구 날려주었다.





물은 잘 맞춘거 같은데 밥이 설 익어서

할수없이 전략을 바꿔 닭죽으로 메뉴를 바꾸기로 한다.

닭육수를 부어넣고 사알~사알~ 섞어준뒤 20분더!






꺼내놓고 보니 더욱더 아름답다.

닭느님도 냄비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견뎠는지 물집이 잡혀있다.

좀 더러운 생각이지만.

마치 카미노를 걸은 순례자의 발 같다.

더럽게 맛있게 생겼다.





아직도 설사가 완전히 멎지 않았기에

코딱지만한 닭 살 두조각과 소금간만 한 닭죽으로 허기만 달래기로 한다.

3일만에 먹는 첫 끼니인지라 흥분을 감출수없다.





윌슨에게 감사를 표하며 식사시작!

혀를 애무하듯 넘어가는 닭죽을 느끼한 표정으로 음미하며 정열적인(?) 식사시간을 가졌다.





끝나지 말았으면 하는 식사시간이 너무나 아쉽게 끝나고 침실로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빨래를 하겠다는 윗니는 자신의 양말을 들어올려 보이며 민망한 웃음을 짓는다.


"이거 봐... 신은지 얼마나 됐다고 구멍이 나버렸네"


그렇다.

나만 열심히 걷고 있는게 아니였다.

지난 3일간 아프다는 이유로 윗니를 챙겨주지 못했다.

그녀도 분명 발 상태가 좋지 않았을텐데...

괜시리 미안해져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본다.


"엄청 열심히 걸었다는 증표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멋있다.

잘생겼다.

섹시하다.


또 자아도취에 빠져 셀카타임을 갖는다.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이.


멋있다.

잘생겼다.

섹시하다.


카미노에게 절이라도 해야하나...





배도 채웠겠다.

잘생겨졌겠다(?).

꿀같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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