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6. Ep.58 극한 다이어트의 길,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Six
Episode Fifty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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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diet




해몬드 이네스란 작가가 그랬다,


"He who lets the sea lull him into a sense of security is in very grave danger."


바다의 잔잔함에 긴장을 늦춘자는 위험에 처한다고.


잘먹고,  잘놀고,  잘잔 하루.

이젠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순간 복통이 찾아왔다.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위에 앉는순간


헬게이트가 열렸다.


화장실 안에 에코를 일으킬법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설사가  찾아왔다.

화장실에 한참동안 앉아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거사를 치르고 난 뒤 침실로 조용히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괜찮냐고 물어오는 윗니.


걱정할게 뻔한 윗니에겐 괜찮다고 말하고 돌아누워  쓰라린 배를 움켜잡았다.


'하아... 이러면 안돼는데...'


내일 일정을  소화 하려면 아침에라도 약국에 들려 조취를 해야겠다.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밤새 기침을 하며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순례객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내 아래 침대를 사용하는 프랑스 아저씨가 그 범인이다.


전날 밤  아저씨가 연주하는 하모니카 소리에 둘이 즉흥연주도 하며 친분을 쌓았었는데..


그에  대한 호감은 하루밤새 극 비호감으로  탈바꿈하였다.


'악운이 아직도 엎혀있나...'


느긋하게 나갈  채비를 마치고 1층에 있는 주방에 윗니와 마주보고 앉았다.

어제 만들어 놓았던 샌드위치를 먹는 윗니에게 오늘의 일정을 브리핑 해 본다.


"약국  들렸다  버스표를 구하고 사리아로 이동해서 사리아에서 하루 쉬고 내일부터 걷자"


피곤과 (아픈것에대한)  짜증이 섞여 있는 내 표정을 곁눈질하더니

걱정스런 눈빛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윗니.


이제 이런 모습은 그만 보여주고싶다.

빨리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알베르게를 나서서 약국을 찾아 헤메는데 보이는 약국마다 문이 굳게 잠겨있다.

알베르게에서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이 들어 돌아갔더니 문이 굳게 잠겨져있다.

혹시몰라 문을 두드려 보았다.

주인  할머니가 환한 미소를 귀에 걸고 나타나셨다.


무슨일이냐는 물음에

아침일찍 여는 약국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9시반에 여는 약국이 마을 메인광장에 있단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사진 한장을 부탁했다.


"부엔 카미노"


"그라시아스.  아스타 루에고."


(비록 내가 오징어같이 나왔지만...) 사진이 잘 나왔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금 약국을 향해 출발했다.






메인 광장에는 Convento de los Padres Paules 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건물이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처음에 교회로 지어졌던 이 건물은 19세기에 정부청사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박물관 건너편에 위치한 약국.

약국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잠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약사누나.

바로 뒤따라 들어가는건 민폐란 생각이들어

10분정도 기다렸다 약국안으로 들어섰다.


앳되어 보이는 약사누나에게 지사제인 이모디엄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거대한 장부를 꺼내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누나.


없단다.


망했다.


혹시나해서 이모디엄의 약명인 로페라마이드는 없냐고 물어보자

다시금 고개를 장부에 쳐박고선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뭐지...?


브랜드명과 약명 때문에 대답이 바뀌다니..


약사누나가 계산을 도와줄동안 잠시 생각해보니 누나가 헷갈린건 내 실수였다.

난 방금 스페인에서 케첩을 달라고 한  것과 같은 실수를 했다.

(스페인에선  레스토랑에서 salsa de tomato,  "토마소 소스"를 달라고 해야  케첩을 가져다 준다.)


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2틀만 참으면 괜찮아 질거라고 했던 라몬형이 생각나 잠시 화가 치밀었지만

참지 못하고 음식을 섭취한건 엄연히 내 잘못이니 죄를 달게 받아야겠다.


형이 지사제를 권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이부프로펜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부프로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위 출혈을  로페라마이드가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설사하면서 걷는것과  (이부프로펜 복용)

설사하지 않으면서 걷지 못하는것  (로페라마이드 복용)


두개의 선택  중 전자를 택한 나를 위함이었던 거다.





버스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려 매표소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알려  준 곳으로 갔더니 "정말 여기서 버스티켓을 팔까?"  하는 의문이 들만한 조그마한 담배가게가 나타났다.

카운터에서 졸고있던 배불뚝이 주인장 아저씨께 사리아까지 가는 버스티켓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자

컴퓨터로 온라인 티켓을 프린팅 해 주신다.

티켓에 서비스 차지가 있다.

보아하니 버스회사와 협력된 가게는 아니고 (아무나 구할 수 있는)  온라인 표를 판매하시는 분이었다.

티켓을 고이고이 접어 뒷면에 버스정류장 약도를 그려주신다.


아저씨가 그려주신 약도를 따라 마을외각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음식점의 주차장에 달린 초라한 버스회사 간판.

버스정류장보단 승객이 있어야만 들리는 간이 정차지점같다. 





버스 도착시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뙤양볕 아래에 죽치고 앉아  있어야 했다.


해를 피해보겠다고 그늘에 쭈그리고 앉은 윗니.

카미노에서 거지 다 됐다는 내 말에 환하게 웃는다.

항상 해맑은 그녀의 모습에 나도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안되겠다 싶어 음식점의 의자를 가져와 벽에 기대고 앉았다.


햇빛이 비춘 내 발의 명암은 더욱더 뚜렷하다.

그나마 바지에 가려 자외선을 피한 허벅지는 백인같이 허여멀겋고

25일간 스페인 태양에 바싹 익혀진 종아리는 다른 인종의 색이었다.


허벅지도 좀 태워보겠다고 반바지를 삼각팬티마냥 끌어올리고 선탠을 해 주었다.

그 모습이 웃기다고 사진에 담는 윗니.






내가 배낭 두개를 멜때의 무게를 느껴보고 싶다하는 윗니에게 배낭을 건네줬다.


자기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펭귄마냥 뒤뚱거리며 "들만한데?" 라는 장난섞인 그녀의 말에 


웃음으로 답하였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우린 죽어도 피하겠다는 버스위에 올랐다.

어제밤 프랑스 아저씨  때문에 나처럼 밤을 지새운 윗니는 버스에 오르자 말자 곤히  잠들었다.

아기같이 새근새근 잠들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비야프랑카에서 사리아까지 가는 직행 버스는 없다.

고속버스로 루고라는 마을로 이동해서

마을버스로 사리아까지 가야한다.


덕분에 루고라는  마을에 정차하여 잠깐의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체중계가 눈에 들어왔다.


집을 떠났을때 85kg였으니


70후반정도 되었을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동전을 넣고 눈금을 주시하는데..





72에 멈춰섰다.

잠시 멍해져 머리속으로  뺄셈을 해 본다.


85  빼기 72 는 13..?


25일만에 13kg이 감량했다고?

워낙 잘 찌고 잘 빠지는 체질이라 어느정도의 감량은  예상했지만 13kg이라니...

고무줄 달린 바지만 입고 다녔으니 허리둘레가 줄었는지도 몰랐고

거울 볼 기회가 많이 없으니 사진에 담기는 내 모습으로는 체중이 이정도 까지 줄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반면에 자신은 1kg도 빠지지 않았다며 체중계가 고장났다고 질타하는 윗니.

살은 살이고 배고파서 밥은 먹어야  한다며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이 귀엽다.




루고에서 30분에 한번  출발한다는 버스는 두시간에 한번씩 있었다.

덕분에 사리아로 향하는 버스는 만석이 되어 출발하였고

붐비는 버스 안에는 많은 순례객들이 (버스를 탔다는 부끄러운 마음에)  서로의 눈치를 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벌써 마음의 타협을 끝낸 윗니와 나는 고프로에 찍힌 영상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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