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4. Ep.54 기사단의 도시 폰페라다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Four
Episode Fifty 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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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ron Bridge





의사 라몬형의 "괜찮아 질거야" 라는 말 한마디가 마음의 짐을 덜어주었다.

진찰실 문 앞까지 배웅해주는 라몬형과 힘이실린 악수를 하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잘가! 부엔 카미노!"


"그라시아스!"


여왕의 병원 (Hospital de la Reina) 이 다행이도 도심과 근접해 있어 알베르게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시설이 좋기로 소문난 알베르게 기아나 (Albergue Guiana).

로비부터 호텔같은 분위기다.

50유로짜리 2인실을 제외하곤 모두 7인실이란다.




방으로 올라가니 호텔처럼 푹신한 매트리스와 새것같이 깨끗한 침구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배낭을 풀고 짐을 정리하는데,

카미노 길을 걷지 않았기에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마땅히 할게 없다.

일과였던 (샤워, 빨래, 치료) 3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넘나 행복한것.




아프다고 무기력하게 있는게 싫어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콤포스텔라에 향하는 프랑스 루트의 마지막 대도시로 여겨지는 폰페라다.

성전 기사단 (Knights Templar) 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역사유적지구라 그런지 마을 곳곳에 기사단의 깃발이 걸려져 있다.

군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유럽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카미노 길의 보존을 위해 자신들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용맹한 전사들의 조직체였다.

붉은 십자가가 그려진 하얀 웃옷을입은 그들의 용맹한 모습은 벽화나 그림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1095년 무슬림을 무찌르고 예수살렘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을 보호한 걸 시작으로 그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129년에 기독교의 지원과 후원을 받게 되면서 기사단의 규모가 증폭되었고

순례길에 오른 순례자들과 무역상인들을 위해 은행을 세우면서 거대 금융기관으로 발달되었고

이후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슬림들에게 예수살렘을 빼앗기면서 분노한 기독교인들은 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세웠단다.

당시 기사단에게 거금의 빚이 있던 프랑스의 왕 필립 5세는 이때다 싶어 그들을 마구자비로 잡아들여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거짓자백을 받아낸 필립은 그들을 처형을 집행하였고

이후 클래멘스 교황에게 압박을 줘 기사단이 결국 해체되었다고 한다.

강렬한 스페인의 태양처럼 막강하던 그들의 존재는 너무나 허무하게 역사 너머로 저물어 버렸다.



폰페라다에 있는 기사단의 성도 한때 기사단을 대표하는 군주가 거주했다고 한다.

(무너져 내린) 성벽과 성터는 카미노에서 질리도록 보아왔지만 보존이 잘 되어있는 성은 본적이 없어 구경해보기로 한다.  

무료인줄 알고 입구로 향했는데 가격표가 적혀져 있다.


쿨하게 패스.


공복이여서 배고프다는 윗니를 위해 음식점이 밀집되어있는 메인 광장으로 향했다.






메인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생장에서 봤던것과 비슷한 모습의 시계타워가 우두커니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이상한 점을 발견한 윗니.

시계바늘이 움직이질 않는다.

멋있다고 감탄하던 시계가 그림이었다니...

영원히 멈춰버린듯한 시간.

윗니와 함께하는 시간도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하는 바보같은 생각을 해 본다.


Torre del reloj [시계타워] 는 1576년에 지어진 에라스의 아치 위에 1963년도에 벨타워가 세워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에라스의 아치는 남대문같은 존재다.

메인 광장으로 향하는 아치형  문 중에 유일하게 긴 세월을 견뎌낸 녀석이란다.


광장에 몰려있는 음식점들은 저녁장사만 하는지 문을 굳게 걸어 잠궜다.

하는 수 없이 빵집이라도 찾아보자며 광장의 북쪽 길로 걸었다.









광장을 끝으로 모던한 도시가 이어진다.

다행이도 빵집이 보여 들어갔더니 생활빵(식빵, 바게트, 크로상 등등) 외에도 달달해보이는 페이스트리 (타르트, 파이, 케잌)가 진열되어있다.

행복한 고민을 하더니 엠페나다와 크림이 들어간 롤빵을 고른 윗니.

잔뜩 기대를 하고 한입씩 베어물더니

별로란다.


프랑스와 근접해 있는데도 빵기술이 허접해 보이는 스페인.

프랑스에선 동네빵집만 가도 맛나더만...


대체적으로 단단한 빵을 취급하는 스페인

이유가 궁금해서 제빵 전문가이신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단단한 빵과 부드러운 빵의 차이점은 뭔가요?


수많은 이유들 중 귀를 사로잡는 답안,

"물의 산성레벨에 따라 반죽의 숙성을 좌우한다"


옳거니.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유럽의 물이 주범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알칼리성인 물을 사용해서 반죽을 하면 빵이 단단하게 구워진단다.

(한국에서 가져간 비누가 유럽에선 거품이 잘 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윗니의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마땅히 할게 없어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숙소 근처에서 보았던 분위기 좋은 곳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옮기는데

기사단의 성 앞을 지나치는 찰나 지나가는 차 안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든다.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서 누군지 보지 못했지만 6월2일 생장팀이 아닐까



기사단의 성 건너편에있는 Godivah.

"Godiva"란 라틴어로 신의 선물이란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투박하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카페의 내부.

원래는 Bodega de la Godiva, "신의 창고"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창고로 쓰였던 건물이란다.





허기지다는 윗니를 위해 수제버거를 시켰다.

오늘도 금식을 해야하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쭈볏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괜찮아! 맛나게 먹어"


"힝... 그래도..."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자 맛나게 먹는다.










씨에스타를 즐겨보자며 숙소로 돌아가서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먹은게 없어서 그런지 힘없이 쓰러져 잤다,

두시간정도 자고 일어나니 윗니도 곤히 잠들어있다.

지난 이틀간 병간호를 하느라 피곤이 쌓였나보다.


오랜만에 뉴스앱을 틀어 세계 뉴스를 받아본다.

브렉싯때문에 시끄럽다.


'하아.. 주식쟁이들 신났겠구만'


한 사람의 손해는 다른사람의 이득이 되는 시장.

일상에선 모두들 자기의 주머니를 채우려고 아둥바둥 살아가지만,

카미노에선 물질적인, 그리고 금전적인 이득도 다 무용지물이다.

그저 딴딴한 두 다리와 의지만이 최고의 가치가 있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몸이 개운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금 알베르게를 나섰다.

마을 중심부에 있는 성당에 잠시 들려 미사 드리는 걸 구경하고

맛집을 찾겠다며 동네방네 휘젖고 다니며 골목대장이 되었다.







폰페라다를 가로지르는 씰 강 (Rio Sil)이 너무나 아름답다.

강 옆 절벽위에 지어진 기사단의 성이 중세분위기의 마을이 마치 디즈니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였다.

저 멀리 폰페라다의 주요 건축물인 철다리가 보인다.

순례객들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아스토르가 주교의 지시하에 지어진 거대한 철다리.

폰페라다 라는 이름이 이 다리에서 유래됬다고 한다.

라틴어로 Pons 는 다리 ferrata 는 철을 뜻한다.






강을 내려다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미안함과 아쉬움이 뒤섞여 마음이 무겁다.

내가 아프지만 않았아도...

윗니에게 짐이 된거 같다.


초심을 잃은걸까?

계속해서 나약한 생각들만 든다.

'내일도 아프면 버스라도 타야지' 라는 생각따위나 하고 있다니...

처음에는 발이 하나 불구되어도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를 악물고 걸었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스크림을 집어든 윗니는 싱글벙글이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버리는 그녀의 마인드를 배우고 싶다.

난 항상 걱정과, 불안에 빠져 허우적대길 반복하는데

일정을 맞추려면 버스를 타야하는 상황이 왔는데도 그녀는 그저,


"타면되지"


라는 간단명료한 결론을 내려버렸다.


그...그래.. 타면되지!







메인광장 주변에 맛집이 있다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씨에스타 시간을 맏아 잠겨있는 가게의 문.

어쩔수없이 시청앞 계단에 앉아 시간을 때우기로 한다.

셀카도 찍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는데 느낌이 뭔가 쎄해서 가게 이름을 구글링 해 보았다.

내 직감이 맞아 떨어졌다.

알고보니 오늘만 휴업일.

운도 더럽게 없다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광장 귀퉁이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






정장이라도 입고 들어와야 할 것 같이 멀끔한 레스토랑.

내 꾀죄죄한 모습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지만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자리도 조용한 구석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선택하기 어렵다는 윗니를 위해 야채 리조또와 알리오올리오를 주문해 주었다.






냄새만 맡아도 음식의 맛을 알 것 같다는 허세를 부리며 여전히 미안한 표정인 윗니에게 음식 맛 묘사를 부탁했다.

해본적이 없어 잘 못하겠다며 무조건 "맛있다"는 윗니.

내겐 그저 그림의 떡이지만 괜히 포크로 찔러대며 음식 상태를 확인했다.

면 삶은 상태와 리조또의 점성을 보아하니 제대로된 이탈리안 음식 같다.

맛나게 식사하는 윗니 앞에서 소금이 듬~뿍~ 들어간 이온음료만 벌컥 벌컥 들이켜 댔다.

내일은 정말 괜찮아져서 모든걸 다 먹어버리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렇게 맛난 수분식사를 마치고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뭔가 아쉽다.

지하층에 있는 다용도실을 구경해 보자하여 계단을 내려가니 레크리에이션룸이 구비되어 있다.


다트게임으로 내기를 하기로 한다.

쓸데없는데 승부욕이있는 난 오늘 하루 걷지 못해 축적되어있는 열정을 쏟아부었다.

결국 게임에서 이겼지만 그래도 마음이 허전하다.

이제는 매일같이 카미노를 걷지 않으면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다.


과연 내일은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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