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5. Ep.57 리틀 콤포스텔라, 비야프랑카.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Five
Episode Fifty Seven
2 0 1 6. 0 6. 2 7


Little Compostela





잘생겨진 난 백마탄 공주의 부름에 잠에서 깼다.

가혹했던 어제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지라 너무나 달콤한 낮잠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했다.

졸린눈을 비비고 마트로 향한다.





다리를 건너며 비야프랑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저 멀리 언덕 위에 제임스 성인의 교회가 보인다.





비야프랑카가 리틀 콤포스텔라  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이 교회 때문이다.


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어 산티아고까지 갈 수 없는 순례객들이

이곳에서  자신이 산티아고까지 갈 수 없음을 증명한 후 카미노 증서를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카미노에서 산티아고를 제외하고 증서를 발급해주는 유일한 곳인 만큼 화려하겠거니 생각했지만

초라해 보일 만큼 소박하다.




이 교회의 서쪽벽에는 거대한 아치형 문이 있는데,

푸에르따 데 페르돈,  "용서의 문"  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을 통과함으로서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산티아고 대성당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문이 있다.)


용서.


수많은 순례객들이 카미노를 걷는 가장큰 이유  중 하나이다.

순례길을 걷는 이들에게 대사 ( 죄를 용서받음) 를 약속함으로써

16세기 이후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겼던 카미노가 다시금 활성화 되었을 정도로 중요한 이유이다.

안식년이 7번지난 해에 찾아오는 희년(禧年)에만 허락된다는 전대사 (모든 죄를 용서받음)를 받기위해

엄청난 인파가 산티아고로 몰려든다고 한다. 

2016년을 교황 프란시스코가 용서의 해  (year of mercy)로 지정함으로써

카미노를 걷고있는 나도 용서를 받을 자격이 주어졌다.


카미노를 걸으며 고민해 보았다.


'난 도대체 무엇을 용서  받아야  할까?'


고심  끝에 생각난 것을 산티아고에서 읽어보겠다며 쓴 편지에  담았다.





마트에서 샌드위치 재료를 구매해서 다시금 주방에 섰다.

뭘 또 만들거냐며 궁금해하는 윗니에게 비장한 미소를 짓고선 칼을 잡았다.




닭가슴살만 한데모아 잘게다진 야채와 피클을 마요네즈와 함께 버무리고







후추간을 슉!슉!






닭가슴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물개박수 짝짝짝)






좀 있어  보이게 플레이팅도 해주고.





내일 점심으로 먹을 수 있도록 여분을 만들었다.


남은 닭 부위는 닭죽으로 만들고 남은 야채로는 샐러드도 만들었다.

상다리가 휘어지겠다며 윗니와 둘이 씐나서
또다시


물개박수 짝짝짝





주방을 같이 사용하게 된 스페인 노부부.

삼계탕에 관심을 보이시는 할머니에게 몸보신에 좋다고 말씀드리자

스페인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며 신기해 하신다.

인삼이 스페인어로 뭔지 몰라  그림도 그려가며 엄청 애를 먹다가 영어로 ginseng이라 말했더니

스페인어로도 ginseng이란다;;





노부부와 겸상을 하게되어 닭죽 한그릇을 권했다.

두분  다 처음엔 사양을 하셨는데 할아버지가 한숟가락 떠 드시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엄지를 치켜세우신다.


얼떨결에 가족처럼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윗니와 내가 손잡고 걷는  걸 몇번 봤다는  할머니,

스페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윗니의 눈치를 보며 내게 장난스레 말씀하셨다


"산티아고에서 결혼할거니?"


경황이 없어 성함도 물어보지 못했던 두 분.

잘먹었다고 인사하는 두분에게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다.

하루종일 화기애애하며 항상 웃고계신 두분에게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화도 할겸 윗니와 산책을 하기로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거리로 나섰다.

알베르게 레오가 위치한 길의 이름이 너무나 이쁘다


Calle del Agua. 


물의 길.


한때 쟁쟁했던 가문의 고택들이 자리잡은 길이라 그런지 보이는 건물마다 품위가 있다.

문마다 걸려져 있는 문패가 그들의 자부심을 알리고 있었다.




가로등의 빛으로 물든 길을 걸으며 감성에 젖어 머리속에 시를 써내려갔다.


When the town sleeps,

It sleeps with its mouth open.

It snores, sounding the drums of a pilgrim's march into the dreamy night.

It weeps, drenching the streets with the tales of the Camino.

And when it wakes, it awakes with its eyes closed.

For the pilgrims never stayed.

The pilgrims never stayed.


몸도  마음도 포근한 밤이다.


반응형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