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7. Ep.60 카미노 마지막 100km!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Seven
Episode Sixty
2 0 1 6. 0 6. 2 9


The final stretch







등산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오랜만에 워킹스틱도 꺼내들었다.

출발이다.

카미노의 마지막 남은 100km를 향해.


오늘의 일정은 22km밖에 되지 않는다.

천천히 즐기며 걸어도 다섯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





카미노의 끝.

그녀와의 끝.


대조되는 기로점을 향해  걷는 나의,  그녀의 그리고 우리 길은 끝에 다다르고 있었다.


언제  끝나냐고 징징대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해본다.

아팠던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들도 그녀와 함께여서 소중한 시간이었단걸 이제서야 알아버렸다.

끝을 향해 달리는 것  같다며  불안해하는 윗니에게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고 위로해보지만

우리에게 카미노 길 끝에는 더 험하고 더 힘든 길이 놓여져 있단  걸 알고있다.





로페라미드를 먹고 드디어 고질병  같던 설사를 무찔렀다.


오늘 아침 변기타임 중,

변기물 수면에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된똥에게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사리아를  빠져나와 조용한 숲길을 걷고 있는데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순례자를 위한 간식 테이블 나타났다.

Donativo 사인이 걸린 통에 .40 유로를 투척하고 바나나와 주스한잔을 챙겼다.


지체하고 싶지 않아 주스를 원샷하고선 다시금 출발해 속도를 올려본다.

앞서 출발했던 순례객들이 줄을지어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다.

지난 몇일간 제대로 걷지 못했던 서러움을 담아 미친듯이 오르막길을 올라 그들을 앞질렀다.


젊은 6월2일 생장팀은 보이지 않고 나이가 지긋이 드신 순례객들이 많다.

사리아 부터 산티아고까지 100km만 걷는 분들이 분명하다.

지나칠때 인사하는 그들의 얼굴엔 아직 여유가 있고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베테랑인 모습을 보이고 싶어 "부엔 카미노"를 크게 외쳐주며

계속해서 앞에 나타나는 순례객들을 앞질렀다.





갑자기 나타난 카미노 이정표.

 99.930km가 적혀있어 그 앞에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좋을것만 같던 감정이 아쉬움과 섞여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 졌다.


난 진정 카미노를 즐기고 있는걸까?


난 카미노에서 무엇을 이룬걸까?


한가지 만은 분명했다.


많은 걸 버리려고 오른 카미노길 위에서 난 윗니를 통해 너무나 값진 많은 것들을 얻었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간식 테이블.


마침 식수도 떨어져서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사막의 오아시스같이 나타나준  이곳에 이번엔 가방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마당에 뛰어놀던 닭이 귀엽다며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며 영상에 담는 윗니.

항상 진지할 것 같은 윗니의 이런 동심어린 모습을 볼때마다 아빠미소가 절로나온다. 






일주일 전 발렌타인으로부터 사진 한장이 날라왔다.


라면,  햇반,  믹스커피,  3분카레,  캔음료...


사진안에는 한국의 평범한 편의점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여기...뭐야?"


라는 내 질문에


포르토 마린으로 가는 길에 있는 기념품 가게라며  지나치지 말고 꼭 들리란다.


당연하지!



그리고 나타난 Peter Pan(k)

동화속 피터팬의  마법의  세계 같은 상점일까?





기대감을 안고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로 엄청났다.


한국인들의 침샘을 마구 폭행해 버리는 단.짠.맵. 

달고 짜고 매운 3인방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음같아선 다 쓸어담고 싶지만

혹시라도 속이 거부할까봐 봉지라면 두개만 구입해서 배낭안에 고이 모셔두기로 한다.





상점을 둘러보는데 다른 기념품 가게에서 본적이 없는 레어템들이 많다.

소비를 부채질 하는 지름신이 강림하여 눈이 뒤집혀버렸다.

수많은 기념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순례자 여권 케이스.

가죽으로 만든 케이스인데,  순례자 여권이 쏘옥~  들어가는 사이즈다.

가격을 보니 30유로. 

너무 비싸다.

두개사면 흥정이 가능할까해서 윗니에게 감성팔이를 해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


힝!


산티아고에 도착하면 더 저럼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거란 그녀의 달램에

눈물을 머금고 지름신을 보내드렸다.


아쉬움을 달랠겸 봉봉 한 캔과 식혜 한 캔을 구입해 단숨에 들이켰다.





캔음료로 당을 끌어올린 난 또 미친듯이 걸었다.

길 위에 있을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윗니.

아스토르가로 향하는 날 그녀에게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는 그녀가 이상하다고 놀려댔지만

이제는 나도 그녀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덕너머로 보이는 포르토마린.

발렌타인이  자신이 1순위로 꼽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말을  했었다.

가볍게 자신의 의견을 내는 친구가 아닌지라 기대가 더 컸다.


언덕을 내려가다보니 갈림길이 있다.

경사가 가파른 돌담길과,  완만한 도로길.

당연하다는 듯이 돌담길을 선택했다.





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주의하라는 문구를 한귀로 흘린채

씩씩하게 걸어 내려갔다.






환호성을 지를만큼 예쁜 돌담길.

자생력이 강한지 초롱꽃이 돌담 사이사이로 만개하고,

정면으로 보이는 푸른빛의 호수와

시퍼런 하늘이 조화를 이루었다.





돌담 사이로 들꽃들과는 비교도 안 될 더 예쁜 꽃이 피었다.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니 호수가 발치앞에 나타났다.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선 호수를 건너야한다.

잔잔한 호수위로 곧게 뻗은 다리를 건너다말고 화보촬영을 하자며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동원해서 허세 사진을 몇장 남겨 본다.

뭔가 아쉬워 윗니의 손을 꼬옥 잡고 거북이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본다.

문득 저녁에 달이 걸친 호수를 구경하며 다리를 거늴어도 운치있을거라 생각이 든다.


저녁에 윗니와 함께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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