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8 Ep.62 발로 한번, 머리로 두번, 마음으로 세번 걷는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Seven
Episode Sixty One
2 0 1 6. 0 6. 2 9


Logos Pathos Ethos






PortoMarin->->->-Gonzar---Castromaior[食]--Hospital de la Cruz--Ventas Ne Naron--Λ^--Ligonda--Eirexe---Portos------Palas de Rei


투숙객이  유난히 없던지라 밤새 고요한 알베르게.

덕분에 꿀잠을 잘 수 있었다.

환생한  것 같이 개운한 아침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배낭을 꾸리고 아침공기도 맡을겸  창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에 놀라 턱이 바닥을 향해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창문에 성에가 잔뜩 끼어있어  미처 보지 못했던 절경.

못 보고 그냥 출발해 버렸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분주히 준비하고 있는 윗니에게 슬그머니 다가가 두눈을 손으로 가렸다.


"보여줄게 있어!"


내가 안하던 행동에 흠칫 놀라더니 바로 수긍하는 그녀.

조심스레 창가로 다가가 쓸데없는 서스펜스를 조성한 뒤에 눈을 떠보라 했다.


"짜잔!  선물이야!"






나만큼 풍부한 그녀의 감성이 온 몸을 뒤흔들었는지 잠시 말문이 막힌 그녀.

항상 바쁘기만 했던 아침에 이런 감동을 받다니,

발렌타인의 말대로 포르토마린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골마을이라 그런지 인간의 소음은 하나없고 무거운 정적이 마을을 짓누르고 있다.

마을너머로 눈꼽만큼 내민 해가 집들의 하얀 외벽을 붉은빛으로 물들어 놓았다.
낮게 내려앉은 구름과 호수에 깔린 물안개는 신비함을 극대화 시켜

마치 어느 유럽 화가의 수채화  속 마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저녁  마트에 들려 사놓은 과일과 에너지바로 허기를 달래고 출발을 외쳤다.


기분 최고!  컨디션 최고!


알베르게를 나서서 방향이 헷갈려 길을 못찾고 헤메었다.

다행이도 다른  순례객들을 따라 걷다보니 숲으로 향하는 카미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호수를 등지고 서쪽(산티아고)으로 향하는 길을 또 하염없이 걷는다.

7km가 되는  거리를 묵묵히 걷다보니 사람들로 들끓는 음식점이 나타났다.

오늘 포르토마린에서 출발한 순례객들이 모두 모여있을 법한 왁자지껄함에 약간의 혐오감을 느껴 다음  마을에서 쉬기로 한다.





곤자르와 카스트로마요르 중간지점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멈춰섰다.

맛집의 향기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을받아 수제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스페인 베이컨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하나씩 주문하고

건물 왼편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윗니와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남은 기간동안 그녀에게만 집중하고 싶어 자꾸만 조용한 곳을 찾나보다.

아무말 없이 조용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미래가 어떻든 카미노에서 그녀의 모습을 내 기억속에  영원히 가두고 싶다.

하루종일 먼지를 뒤집어 쓰고, 땀범벅이 되고,  자외선에 벌겋게 익어 초췌한 모습이 되어도 그녀의 모습은 항상 아름다웠다.

그녀를 보고있자하면 "오래두고  봐도 예쁘다"란 시말이 생각날  정도다.


정적을 깨고 그녀가 물어온다,


"우리 피스테라는 어떻게 하지?"


피스테라에 가는 일정을 끼워넣기 위해선 무조건 하루  일정을 줄여야하는데

더 이상의 실수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무리하지 않되 마지막 날 기력이 되면 2틀치 일정을 하루안에 소화해 보기로 한다.


우리가 이토록 피스테라에 메달리는 이유는 피스테라에  붙여진 수식어 때문이다.


로마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겼던 피스테라는 카미노에 관련된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산티아고에서 100km지점에 위치한 유럽대륙의 서쪽 끝 해안가.

0.000km  비석이 세워져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미노를 마친 순례객들이 자신이 입었던 옷을 태우며 카미노와의 작별인사를 나누고

걸으면서 했던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한다는 곳.


윗니와 함께 간다면 너무나 의미가 있을법한 피스테라에 꼭 가고 싶어졌다.


뭔가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하다.

서로 생각에 잠겨 말없이 걷는 날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무난한 맛의 샌드위치를 먹어치우고 다시금 카미노 길에 올랐다.






오늘도 태양은 작렬하다!

구름한점 없어 뙤양볕이지만

산등선을 쓸어내리는 시원한 바람에 눈이 절로 감긴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그많던 순례객들이 모습을 감췄다.

우리가  그들을 앞지르고 있어서 일까...?

아침에 봤던 순례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윗니와 단둘이만 카미노 길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 먹구름이 몰려왔다.

잘걷고있던 윗니가 힘들어 한다.

체력적인 한계일 것이다.

입가를 떠나지 않던 그녀의 미소가 어디로 달아났는지 생기가 없어보이는 표정을 짓고선 앞만 보며 걸어가는 그녀.

혼자 좀 걷겠다며 자기만의 시간을 달라는 그녀에게 난 눈치없이 장난만 걸어댔다.


그래... 가끔은 위기라고 생각하는 상황과 마주했을때 혼자서 극복하고싶을때도 있는데...


난 그저 그녀의 웃음을 찾아주겠다고, 이리저리 방방 뛰어다니며 까불어댔으니...

마지못해 웃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엔 살기가 담긴 진지함이 묻어났다.

난 한발짝 물러나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그녀를 초조하게 바라보기만 해야했다.






힘든것도 되돌아보면 추억이 된다고,

그녀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본다.

자신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다며 정색을 하지만

난 그녀가 나중에 이 영상을 보면서  이때의 흔들림없던 의지와 정신력을 되돌아보며

일상의 어려움도 극복해낼수 있는 용기를 얻을거라 생각되어 꿋꿋이 카메라를 그녀에게 비추었다.

(그리고...  글쟁이에게 좋은 소재거리가 되기때문에.  암쏘리..)






PortoMarin-------Gonzar--Castromaior---Hospital de la Cruz--Ventas Ne Naron--Λ^--Ligonda--Eirexe---Portos------Palas de Rei


리곤다에 도착할 즈음 윗니는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미소도 카미노 길 어딘가에 흘린  듯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앞만 주시 할 뿐이였다.

그런 그녀의 입을 열게해준 Fuente del Peregrino  알베르게.


도장 받아가라고 손짓하는 순례객들에게 이끌려 이곳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알베르게 내부에는 순례객들을 위한 음료와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티 한잔으로 피곤을 씻겨내리고

괜찮다고 사양하는 윗니를 의자에 앉혀 발 마사지를 해줬다.

먼지가 소복히 쌓인 부츠를 손수 벗기고 발바닥을 주물러 주자 그녀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끝을 향해 걷다보니 조금해진 마음에 내가 그녀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렸던거 같다.

갸녀린 그녀의 몸으로 내 페이스에 맞추는건 당연히 힘든일 일텐데

자신의 몸을 잘 모르는 윗니는 득달같이 내 뒤를 쫒으며 몸에 무리를 줬던게다.


알베르게 한켠에 기타가 있길래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노래했다.





Wherever you are
Well, know that I adore you
No matter how far
Well, I can go before you
And if ever you need someone
Well, not that you need helping
But if ever you want someone
I know that I am willing


Oh and I don't want to change you
I don't want to change you,
I don't want to change your mind
I just came across a manger
Out among the danger
Somewhere in a stranger's eye


"고마워.  이제 좀 괜찮아 진거 같아."


얼굴을 붉히며 말해오는 윗니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우리 여기서부턴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걷자.  목적지에 다 왔으니 서두를거 없잖아"


잠시 휴식처가 되어준 푸엔테 델 페레그리노 알베르게.

('순례자의 다리'라는 뜻이다.)


Agape라는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인데

아가페는 라틴어로 조건없는 사랑 또는 절대적인 사랑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전혀 없을정도로 사랑이란 이름하에 영적인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

사랑으로 배풀고 사랑으로 봉사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다시금 카미노길에 올랐다.


10미터즈음 걸었을까?

발을 심하게 절던 윗니는 멈춰섰다.

조용히 그녀의 배낭에서 짐을 덜어내 내 배낭으로 옮겼다.

묵직해진 배낭을 짊어매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출발할까?


미안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내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발걸음을  떼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순간 조금 난해한 질문이 머릿속을 떠돈다.


내가 그녀를 위해 봉사하고 도움을 주는건 조건적인 일인가  아니면 아가페일까?







천천히 걷다보니 윗니도 여유를  찾았다.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돌아왔다.

다행이다.






목적지인 팔라스 데 레이를 근접하니 숲길이 나왔다.

하루종일 뙤양볕 아래를 고군분투하다 나무그림자가 드리워진 길을 걸으니

지상낙원에 온 것 같았다.




마을 초입에 놓여진 사인을 보고

"엇?  벌써다왔네?"  라는 말이  우리  둘 사이에 오갈정도의

매번 지옥같던 마지막 2km가 수월했다.


"고마워"


"나도 고마워"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너무나 잘 알기에...


배려와 의지속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헷갈려한  하루.

그 어느때보다 생각을 많이 한 하루였다.


카미노는 발로 한번,

머리로 두번,

그리고 마음으로 세번걷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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