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9. Ep.64 카미노에서 수감되다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Nine
Episode Sixty Four
2 0 1 6. 0 7. 0 1


Imprisoned





새벽 3 시 반.


방광이 미칠듯이 조여와 무거운 몸을 일으켜세웠다.

카미노를 걷다보니 하루에 물을 기본 4~5리터는 마시게 되어 땀 배출이 적은 날은 화장실을 자주가게 된다.


2층에있는 화장실을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추울것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려는데 손잡이가 꿈적하질 않는다.


뭐...뭐지...?


열쇠를 넣고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를 확인한 후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봐도 미동도 없다.


혹시라도 윗니가 깰까봐 소리없이 패닉에 빠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손잡이를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돌려보는데 마치 밖에서 누군가 문을 잠근  것 마냥
꿈적도  않는 손잡이.


"왜그래?"


인기척에 잠에서 깼는지 윗니가 물어온다.


"우리...  갖힌거 같아"


울상인 내 표정에서 심각함을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오는 그녀.

열쇠를 뺐어들고 문과 사투를 벌이지만 마찬가지다.





30분간 계속해서 문과 씨름했다.

발로 걷어 차보기도 하고 저주도 해보고 손잡이와 대화도 나누어  보았다.


하지만

꿈적도 않는 문.


끝까지 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윗니를 달래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해서 그런지 다행히 화장실에 가야하는 욕구도 잊은채 깊은잠에 빠질수 있었다.




눈을 다시 떴을때는 천장에있는 창문으로 조양이 비추고 있었다.

벌떡 일어나 문과 아직 끝나지 않은 사투를 벌인다.


잠이 덜깼는지 그런 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는 윗니.

말없이 주고받는 눈빛대화를 통해


분노.  절규.  두려움 등.


너무나 많은 감정이 공유되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었다.

알베르게 직원들이 청소를 시작하려면 9시까지는 기다려야할텐데

그때까지 발견되지 않는다면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걸 떠나 우리의 하루 일정이 틀어질게 분명했다.

혹시나 건너편 3인실에 자고있는 4인가족이 우리의 소리를 들을까 해서 문을 두드려 보지만

아마 술취한 순례객쯤으로 생각하고 무시하겠지...


문 여는걸 포기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문 틈새로 인기척이 들려온다.

부지런한 순례객들이 나갈채비를 하고있는 소리임에 분명했다.


순간 살려달라고 외쳐야 한다 생각이 들어  문 바닥에 난 구멍 틈새로

"헤....헬프미"를 외쳤다.


두세번 외쳤을까?


내 울부짖음을 듣고는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와 무슨일이냐고 물어온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순간 눈물이 났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상황을 설명해줬다.

문 아래에 난 틈새로 열쇠를 건네줄테니 밖에서 열어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천만 다행이도 열쇠가 얇아서 그에게 전달되었고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우리의 구세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상황이 웃긴지 웃고있었지만 윗니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Palas de Rei -- San Xulian -- Pontecampana -- Mato Casanova -- Lobreiro -- Melide


화장실로 달려가 급한불을 끄고

나갈채비를 마쳐 지하1층에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어제 사 두었던 아침거리로 허기만 달래고

급하게 출발을 외쳤다.


옥살이 하다 나온 사람의 기분이 이런걸까?

아침공기가 너무나 상쾌하다.


배낭을 배달 맡긴 윗니는 어제보다 밝은 표정이다.

아침에 있었던 웃픈 해프닝을 되새김질하며 서로의 얼굴에 미소를 그려 넣는다.






길을 걷다보니 길다란 창고 같은게 눈의 띈다.

담장  위에 지여져 있는 걸 보아하니 (도둑의 손길이 너무나 쉽게 닿기에)  저장창고는 아닌거 같고.. 

간혹 조그마한 옆문에 자물쇠가 채워져있다보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나중에 알아보니 horreos라는 옥수수를 말리고 저장하는 구조물이란다.)



비가 오려는건지 아침부터 하늘이 먹물을 먹은듯 우중충하다.

덥지 않아 좋지만,  카미노에서 아직 만나지 않은 폭우를 만날까 두렵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카미노를 걷다보면 다들 비 한번씩은 만나 고생한다던데

혼타나스에서 찔금  그리고 카리온에서 찔금 맞았던 우린 하늘이 돕고 있는걸까?

(아니면 오늘 방에 잠긴 사건으로 악운을 땜방한걸까?)







15km정도를 열심히 걷다가 멜리드에 근접하여 어느 바 앞에 멈춰섰다.

마을을 지날때마다 계속 "다음! 다음!"을 외치다 드디어 맛집같은 음식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릴 구출해 주었던 우리의 구세주 형도 이곳에서 맥주 한잔과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형에게 다시한번 땡큐를 외쳤다.


옆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햄버거 두개와  고추튀김 (Pimientos de Padron)을 시켰다.

음식이 나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는 내내 우리의 구세주 형은 후리를 힐끗힐끗 보며 숨 넘어 갈 듯 웃어제꼈다.


문틈사이로 "헬프 미"를 외치는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그리고 문을 연 순간 마주한 잔뜩 울상인 우리의 표정이 그의 카미노 무용담중에 아주 치명적인 순간이 되었을 것이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감탄사는 아낀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다.

수제햄버거라 그런지 맛이 아주 기똥차다.

스페인에선 햄버거에 스페인 베이컨을 넣어주는데

짭조름하고 기름기가 많아 햄버거의 불량스러운(?) 맛을 극대화  시켜준다.

궁금해서 시켜 본 고추튀김은 뭔가 획기적인  맛을 기대했던 내 바램과는 달리 아주 평범했다.


감자튀김과 고추튀김까지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히 비운  후

먹느라 수고했다며 서로에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뭐든지 가리지 않고 잘먹는 윗니랑 식성도 너무나 잘 맞는다.

그녀와 단 둘이서 걷게 된 후 매 끼니마다 전투적으로 먹어댔다.

그런 우리의 배고프면 흙도 퍼먹을 식성앞에 스페인은 무릎을 꿇었다.


주인장 아저씨께 엄지를 척 들어보이고선 순례자신분을 되찾아 길에 올랐다.






Melide -- Boente de Baxixo -- Castaneda -- Ribadiso de Baixo -- Ribadiso da Carretera -- Arzua


멜리데를 지나 마을을 통과하지않고 공장이 있는 외딴길로 카미노 길이 이어진다.

순례자를 겨냥한 기념품 가판대와 푸드트럭의 수가 늘어난걸로 보아하니 확실히 산티아고에 가까워진거라는 느낌이 든다.


수많은 가판대중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 뭔가를 분주히 준비하는 아저씨의 신체에 눈이간다.

왼발에 의족을 하고있는 그는 무언가를 하다말고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어 주셨다.

자본주의적인 미소는 아니라  판단되어 경계심을 걷어내고 그의 가판대로 다가갔다.

가만히 보니 왁스스틱과 씰스틱이 준비되어 있다.


이거다 싶어 윗니에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어머 이건 꼭 사야해"






1유로를 내면 기본적인 (발 모양의) 왁스 씰  도장을 찍어주시고 3유로를 내면 하트 모양의 고리를 왁스 씰로 순례자여권에 달아주신다.

커플  아이템이라며 좋아라하는 내 호들갑에 윗니가 흐뭇하게 웃어보인다.


→다시 오른 카미노엔 높고낮은 언덕이 즐비했다.

요 며칠간 괜찮아서 방심했던 무릎이 다시금 아파온다.

윗니에게 짐이되기 싫어 징징거리면서도 쉬지않고 걸었다.


오늘 일정이 왜 스페인 순례객들에게 "disyuntor de la pierna" 다리 절단기 라 불리우는지 잘 알것  같다...







목적지인 아르주아에 도착할 즈음 내 무릎은 굽혀지길 거부하고 있었다.

서있어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아픈 무릎을 달래고 어루고 달래 아르주아로 향하는 마지막 언덕을 넘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조금의 고민도 없이 처음 들어간 알베르게에 둥지를 트기로  한다.

가방만 내려놓고  윗니의 배낭이 배달되었다는 공영 알베르게로 향한다.

도심 정 중앙에 위치한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돕고있는 직원에게 배낭의  행방을 물어보자 종이조각에 스페인어로 뭐라 적어준다.

건물을 나가서 왼쪽에있다길래 무슨 창고에 있겠거니 했다.

종이에 적힌 주소를 찾아가니 광장 한켠에 위치한  펍이 나타났다.

펍안으로 들어가서 배낭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자 배낭을 가져다 주었다.


알베르게도 아니고 순례자 사무실도 아닌곳에 배달된 배낭.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잘 도착해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 왔던길을 되돌아 알베르게로 향한다.


제발 쉬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무릎을 무시하고 알베르게로 향하는 길에
동네 마실 나온  사람들마냥 정어리시식 행사에 참여해

정어리홍보 페이스북페이지에 올려질 사진한장을 찍고 밀짚모자두개와 캔정어리 두개를  사은품으로받고,

(아마 스페인 정어리 홍보 페이지에 윗니와 내 사진이 떠돌고 있을거다.  껄껄껄...)

기념품가게에  들러 카미노 조개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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