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9. Ep.65 열정이 가득한 카미노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Nine
Episode Sixty Five
2 0 1 6. 0 7. 0 1


Cum Omnibus Passionis




시에스타를 고려해 씻지도 않고 광장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로 향했다.

저녁해먹을 식재료와 내일 아침에 먹을 식량을 잔뜩사서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저녁시간까지 기다리기 힘들것 같다는 윗니는 군것질을 하고,






난 저녁요리를 구상했다.



샤워를 마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과는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8년동안 자취하는 내내 밥해먹기 싫다고 그렇게 투정부리던 나 였는데

윗니에게 맛있는 저녁을 해줄 생각에 아픈 무릎에 힘을 빡!  주고 주방에 섰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가 요리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었다.

내 음식을 먹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선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을 느꼈다.









오늘 메뉴는 돼지 통삼겹 허브  &  허니 구이와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어제 쓰고 남았던 허브4종과 마늘+양파 그리고 스페인에서 유명한 로즈메리 꿀로 양념을 했다.


샤워하기 전에 양념이 잘 베도록 냉장고에 숙성시켜두었던 삼겹살을 꺼내 올리브 유를 양껏두른 팬에 투하!


너무 바싹 익히면 육질이 단단해 지기때문에 처음에만 시어링으로 charcoal향을 내고

불을 줄여 오븐으로 굽듯 팬 뚜겅을 덮고 조리했다.







속까지 잘익은 통삼겹을 새색시 칼질마냥 예쁘게 썰어주고







샐러드로 사온 야채위에 올려

플레이팅을 완성했다.





알리오 올리오는 마늘향 내는게 서툴러  맛이 조금 심심하다싶어  고추피클을 곁들였다.


분명 4인분이 넘는 음식을 만들었지만

윗니와 내가 포크를 내려놓은 순간 접시에 담겨있던 모든 음식이 사라졌다.


이...이게 정녕 카미노의 마법이란 말인가!


도저히 못먹겠다고 남긴 통삼겹은 크로상과 남은 야채를 곁들여 내일 아침에 먹을 샌드위치로 만들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배부르다"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스크림 한박스(6개)를 게눈감추듯 해치웠다.

(사실은 내가 두개 윗니가  나머지를....)


Cum omnibus passionis


뭐든지 열정적으로 하라는 말은


분명...


밥도 열심히 먹으라는 말이었을것이다....


오늘은 왠지 산책할 마음이 없다.

대신 잠자리에 일찍 들기로 한다.

이제 산티아고까지는 2일 일정밖에 남지 않았다.

도착할 상상을 하니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몰려와 벌써부터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잠에 들기전 낮에 구매했던 카미노 목걸이를 윗니의 목에 걸어주었다.


처음엔 그저 "카미노"를 의미하는 조개였건만

이젠 "우리의 카미노를" 뜻하는 증표가 되었다.


내가 상상했던 카미노와는 너무나 다르지만

너무나 좋게 다르다.


자신있게 외쳐본다.


난 지금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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