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0. Ep.46 자각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Episode Fourty Six
2 0 1 6. 0 6. 2 2


Ode to the Camino




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 에 도착해서 알베르게로 향해 전력질주 하였다.


공영 알베르게가 있지만 코골이들을 피해 사설 알베르게에서 지내고 싶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레온에서 꽉찬 숙소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었기에...


수용인원이 8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라 카사 베르데 ("La Casa Verde").


이름과 걸맞는 초록색 ("Verde") 집이다.





개인집 1층을 개조해서 순례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곳이었다.


알베르게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을 대신해 기똥차게 잘생긴 보더콜리 멍뭉이가 우릴 맞아주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윗니는 기겁을 하며 내 뒤에 숨기 바쁘다.



윗니의 기겁하는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잠시후 인상이 좋아 보이는 스페인 누나가 나타났다.


올라.


올라.


자신을 "비아트리즈" 그리고 멍뭉이는 "쿠퍼"라고 소개하는 누나.


가족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쉬다 가라는 말에 카미노를 걷느라 경직되어 있었던 내 두 어깨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부엌에 달려있는 쪽방에 둥지를 트게 되었다.


방에 들어가려면 꼭 부엌을 통과해야 해서 혹시나 저녁에 시끄럽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인실을 사용하고 있는 순례객들은 벌써 저녁을 해먹고 있었다. 


론세스바예스에서 부터 인사를하고 지내던 괴짜 할아버지 세분이신데


매일같이 옷을 맞춰입고 다니셔서 어디 단체에서 온 줄 알았다.


스페인 맥주의 부심이 강한 갈리시아에서 왔다는 그들은 내 물음에 그냥 자신들만의 패션이라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후딱 마친후 볕이 잘 드는 마당에 앉아 발바닥 상태를 확인해 본다.


가방이 무거워 체중이 앞으로 쏠리다 보니 다시금 물집이 생겼다.


물집이 생긴거까진 좋은데 하루종일 짖눌렸는지 터져있다.


내일 카미노는 아주 즐거운 날이 될거라 예상해 본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윗니의 발을 점검해 보았다.


신발이에 닿는 부분에만 생겼던 물집.


다행이도 이제는 굳은살로 변해서 아프진 않다며 걱정말란다.


윗니의 제일 큰 문제는 근육하고 인대의 통증이다.


최선을 다해 마사지 해 주고 있지만 카미노를 걸을때만 유독 힘들어 하는 걸 보니 


여지것 축적된 스트레스가 이제 크고 작은 통증으로 발병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물집 치료를 하고 잠시 쉬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마트로 곧장 향했다.


간판도 없는 구멍가게앞에 도착하니 문이 굳게 잠겨져있다.


문에 걸려져있는 사인에는 오후 네시에 영업한다고 적혀있었다.


문 열기까지 20분을 가게 앞 벤치에 앉아 때우기로 했다.


멍을 때리고 앉아있는데 금발의 모녀가 길 저만치서 나타났다.


비쩍 마른 몸매에 축처진 어깨, 카미노의 고통은 다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나타나더니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왔다.


"Hello"


"Hi"


억양이 영국사람 같아 물어보니 남아공에서 왔단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그들이 하는 말들을 믿을수가 없었다.


하루에 50km 이상을 걷는다는 그들.


윗니와 내가 20일이 넘게 걸린 거리를 그들은 10일만에 왔다는 말에 "get out!", 말도 안된다고 (꺼지라) 했다.


물로 목만 잠시 축인채 금세 떠나는 그들에게 힘껏 외쳐줬다.


"See you in Santiago!" [산티아고에서 봐요]


그리고 그들이 사라질때까지 질투심에 저주했다, '발병나라 발병나라 발병나라.'




정확히 네시에 가게문이 열렸다.


외관상 가게 규모가 조금 있어 보여서 기대를 했건만,


가게 내부를 보고 허탈해졌다.


뭐든지 하나씩만 있는 가게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휑한 진열대.


콜라 한병, 쌀 한봉지 마치 피난민들이 휩쓸고 간듯한 모습이었다.


품목도 다양하지 않아 가게를 다 둘러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윗니]야 우리... 그냥 사먹을까?"



가게를 빠져나와 길가에 있던 펍으로 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담배 연기가 자욱한 내부.


동네 아재들이 도박을 하는건지 카드놀이가 한참이었고,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재는 인사도 없이 "뭐줄까" 라고 물어왔다.


저녁을 먹고 싶다고 하자 순례자 메뉴가 있다고 한다.


안봐도 뻔한 음식이기에 다른건 없냐고 물어보자 순례자 메뉴 외엔 샌드위치가 전부란다.


주인 아쩌씨에겐 나중에 오겠다고 말을 하고 마트로 다시 돌아갔다.



레온의 이틀간 지출이 엄청 났기에 앞으로 저녁만큼은 직접 해먹자고 윗니와 약속 했었지만


요리 할 마땅한 식료품이 너무나 없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마을이 워낙 작아서 괜찮은 음식점도 없고


대충 먹는건 음식을 중요시하는 내가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은 허기만 달래자며 엠파나다 ("Empanada")와 컵라면 두개를 마트에서 구입했다.


엠파나다는 스페인 북부지방, 갈리시아의 전통음식이다.


소금과 계란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안에 고기, 치즈 그리고 야채를 넣고 화덕에서 구워내거나 기름에 튀겨 만들어 낸 음식이다.


맛은 초등학생때 빵집에만 가면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라댔던 피자빵과 비슷하다.


라면은...그냥... 그랬다.


레온에서 하도 폭식해서 위가 한참 늘어났나보다. 밥을 먹고도 금세 또 배가고팠다.


(돈 걱정은 잊어버리고) 비아트리즈 누나에게 저녁을 부탁했더니 7시까지 부엌에 차려주겠단다.





별 기대를 하지않고 마당에서 쉬고 있다가 7시 땡과 동시에 부엌으로 향하니 만찬이 차려져 있다.


냄새부터 건강한 가정식 임을 알려줬다.


올리브오일에 구운 닭가슴살과 타파스로 흔히 알려진 파타타스 브라바스 ("Patatas Bravas", 마늘과 올리브오일 그리고 계란 흰자로 간을 한 감자요리)


그리고 신선한 야채가 가득담긴 샐러드가 차려져 있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맛있는 집밥.


또 그런 음식을 선호하는 나로선 감동할 만한 저녁식사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잔디가 무성하게 자란 뒷마당으로 향했다.


커플티를 입고 다니는 할아버지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셨는지 알베르게 전체가 조용하다.


윗니도 평온함을 느꼈는지 조용히 앉아 편지를 썼다.


그녀는 자신에게 쓰는 편지가 조금은 어색하다면서도 펜을 한번도 놀리지 않고 써내려갔다.





산티아고에서 열어보겠다고 적어 둔 내 편지를 발견하고선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윗니.


여지것 마음이 어수선 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단다.


많이 힘들어 했던 오늘 아침.


그녀도 많은 것들을 자각하고 새로운 다짐들을 했겠지.


편지의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지금보단 산티아고에서 훔쳐봐야겠다.






멍 때리며 알베르게의 재간둥이 쿠퍼가 뛰어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캐나다의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눈을 감았더니 우리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집떠난 아들놈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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