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1. Ep.47 물집과의 사투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One
Episode Fourty Seven
2 0 1 6. 0 6. 2 3


Nike Airmax





"흐엉 추웡"


손발이 시릴정도로 한기가 맴도는 방안.


카스틸-레온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일교차가 심해졌다.


어제밤 분명히 일찍 잠들었는데 눈꺼풀이 무겁고 몸에 힘이없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선 순간 발 뒤굼치에서 이상하리만큼 날카로운 고통을 느꼈다.


침대 귀퉁이에 앉아 검사해 보니 새끼 손톱만한 물집이 잡혀있다.


졸린눈을 비비고 바늘을 집어들었다.


뒤굼치라 그런지 유난히 두꺼운 굳은살을 뚫고 물을 빼는데, 누런 고름이 흘러나온다.





방문을 여니 부엌에서 아침을 차리고 있는 비아트리즈 누나.


아침을 먹지 않겠다는 윗니와 나를 위해 샌드위치를 싸주셨다.


준비를 하고 알베르게를 떠나기전 사진 한장을 찍기로 한다.


맛있는 저녁과 아늑한 침대를 제공해주신 누나에게 고개를 숙여 진심어린 감사를 표한다.


"Gracias!"




예상했던 것과 같이 발 상태가 좋지 않다.


카미노 후반부에서 물집으로 고생이라니...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해프닝이다.


아파오는 부위는 일부러 지르밟으며 고군분투를 했다.


속도를 내보자며 보폭을 늘려보지만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무리하지 말라며 만류하는 윗니의 손을 이끌고 꾸역 꾸역 걸어본다.



뒤굼치가 배기는 돌길이 싫어서 도로의 갓길로 걷는데


큰 화물트럭이 지날갈때마다 몸이 휘청휘청 거렸다.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갈수 있는 선택이었지만 걷기위해서라면 뭐든 해야했다.





고통에 적응 되었을 즈음 농가로 이어지는 카미노 길.


소똥의 냄새가 딱히 그리웠던건 아닌데, 차가 없는 한적한 시골길이 반가웠다.


한시간 반 정도 걸었더니


산 마르틴에서 7km되는 지점에 있는 푸엔테 데 오르비고 ("Puente de Orbigo"), [오르비고 다리] 전 마을에 도착하였다.





진한 커피향이 가득한 거리.


커피향의 근원을 따라가니 순례자들로 북적이는 음식점이 나타났다.


아침을 해결하기로 한다.


달달한 빵을 사서, 비아트리즈 누나가 싸준 샌드위치와 함께 먹기로 한다.


갓 구웠는지 결이 살아있는 빵, 그리고 달달한 케잌, 그리고 단맛이 강한 에스프레소가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줬다.





너무 쉬면 다리가 풀리기 때문에


밥만 먹고 서둘러서 다시금 출발하였다.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 마을로 연결해주는 푸엔타 데 오르비고 다리.


13세기에 지어진 고딕 건축 양식의 다리가 길게 뻗어져 있다.


수많은 전쟁과 자연에 의해 훼손되었지만 엄청난 규모와, 기품이 높아 카미노 프랑스 루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에는 재밌는 스페인 설화가 얽혀져 있다.


1434년도에 레온의 기사 수에로("Suero")가 사랑하던 여인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격분해 이 다리 위에서 마상창시합 (말에 올라타 나무로 만든 창을 들고 상대 기사에게 질주하여 적을 쓰러트리는 싸움)을 열었다고 한다. 야곱의 기일이 있던 해라 많은 기사들이 참가를 했고 수에로는 2주동안 300명을 쓰러뜨렸다고 한다. 그의 소문이 스페인에 퍼져 카탈란에서 온 어느 참가자는 두터운 갑옷을 입고 수에로를 무찌르겠다고 했고, 수에로는 하찬다며 여성의 치마를 입고 상대를 제압했다고 한다. 이후 자신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사랑에서부터 풀려났다고 느낀 수에로는 산티아고를 향해 순례길을 걸었다고 한다.


현재도 마상창시합이 열리는지 다리옆에 경기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매일같이 손을 잡고 걷는다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상대방과 걸음 걸이도 맞아야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힘들면 모든게 귀찮아 질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손은 서로를 갈망하는듯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고 외롭기까지 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지나치는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과, 격려 그리고 축복을 받아 더욱더 꼬옥! 잡고 걷게되었다.





하루종일 뒤굼치를 신경쓰며 걷다보니 괜찮았던 무릎까지 아파왔다.


아무리 참으려 애써도 앓는소리가 절로나와 하루종일 찡찡이가 되었다.


매일같이 어루어 주고 달래주는 윗니가 편해진걸까?


아픈 내색을 잘 하지 않는 내가 윗니앞에서 아프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스토르가라고 확신했던 마을이 아니고, 가파른 언덕이 나오자 내 칭얼거림은 배가 되었다.


그녀도 나만큼 힘들고, 나만큼 아팠을텐데...


그녀는 끝까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내 곡소리가 타령으로 이어질때 즈음 아스토르가로 향하는 마지막 언덕을 넘었다.


언덕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저멀리 보이는 아스토르가가 마치 내 고향인것마냥 반가웠다.





수년째 해왔는지, 이제는 카미노를 걷는 수많은 순례객들의 사진에 담겨있는 아스토르가의 할아버지가 우릴 위해 노래를 불러 주셨다.




El coreano va caminando para Santiago de Compostela

el coreano Oye!

llega Astorga por el camino y de Santiago

Coreano Coreano Oye!

[  ]  es el coreano

que este va por el camino el camino de Santiago

se segando astorga

para gilla maranada 

que es excuse el camino de la villa de la plata

no yo lleva Oye!

y yo no lleva que el camino de comprara

la peregrina va caminando para Santiago de Compostela

no yo lleva Oye!

y no yo lleva de que el camino de comprara

el coreano va caminando para Santiago de Compostela

no yo lleva Oye!

no yo lleva que el camino de comprara


한국인이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있네

한국인이!

순례길을 위해 아스토르가에 도착한 그는

한국인이라네 한국인이라네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 길인가, 산티아고향하는 길이지

아스토르가를 가로지르는 길.

바보같이 뒤섞인 운명이 성지(은의 마을)로 향하는 이유 되었네.

난 데려갈 수 없겠지, 나 혼자선 갈 수 없는 길


여성 순례자가 산티아고를 향하는 순례길을 걷고있네

나를 데려갈 수 없겠지만!

난 데려갈 수 없겠지, 나 혼자선 갈 수 없는 길

한국인이 산티아고를 향해 걷고있네

날 데려 갈 수 없겠지만!



할아버지의 기교와 흥에 나도 덩달아 신이나서 춤을 추며 걸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오니 산 후스토 데라 베가("San Justo de la Veg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수대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서둘러 마을을 통과하려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카리사 누나와 크리스틴, 마리아,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아이리스.


그들은 언제부터 같이 걸은걸까?


다섯이서 똘똘뭉쳐 웃음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어보니 다들 아스토르가에서 멈추지 않고 다음마을까지 걷겠단다.


다음마을이라면 카탈리나 데 소모자 인데 아스토르가에서 10km가 넘는 거리이다.


오늘 총 35km를 걷겠다는 셈인데...


유난히도 더운 오늘 잘 걸을수 있으려나 걱정된다.





다시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하고 아스토르가로 향하는 2km를 쉴새없이 걸었다.


매일 마주하는 지옥같은 마지막 2km.


도착해서 물집 치료할 생각밖에 없다.


걷는동안 뒤굼치에 물이 가득찼는지 나이키 에어맥스 신발을 신은거 마냥 쿠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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