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2. Ep.50 최악의 저녁식사 폰세바돈!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Two
Episode Fifty
2 0 1 6. 0 6. 2 4


Intolerable




머무르는 자는 있어도

지나치는 자는 없다는 폰세바돈.


피레네 산맥이 수능이었다면, 폰세바돈까지의 산행은 깜작퀴즈랄까?

카미노를 걸으며 꾸준한 체력관리를하지 않았다면

깜작스레 나타난 산길에 대한 답안이 없었을 것이다.

(레온에서부터 주구장창 평지였다)


어제 아스토르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나에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온 장면처럼

도레미 송을 부르며 뛰놀법한 루트였지만


반면에,


있지도 않은 베드버그와 밤새 사투를 벌인 여전사 윗니는

폰세바돈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위에 작렬히 전사하였다.

핏기도 없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선 이불만 살포시 덮어주고

술동무를 찾아 알베르게를 나섰다.




갈리시아 전통주라는 카라지요 한잔을 시켜서 전망이 좋은 테라스에 모여있는 순례자들과 합석했다.

스테이크 킬러 미켈란젤로는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순례객을 동행으로 삼았다.

어쩌다 그 둘 사이에 앉게 되었는데

술에 취해 혀가 심히 꼬부라진 스페인어를 구사해댄다.

둘이서 숨 넘어가듯 웃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조용히 앉아 술을 두잔 더 들이키니

신기하게도 그들의 말을 알아듣겠다.

무슨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나 귀담아 들어보았다.


백인애들 장난이 짓궃은건 알았는데 너무했다.

그들이 잇몸을 다 들어며 웃어대는 이야기는 이러했다,


같이 다니던 여학생에게 간간히 스페인어를 가르켜줬다는 미켈란젤로.

스페인에서 유명한 문어 요리인 "뿔뽀"를 주문할때 어떻게 말해야 하냐는 여학생의 질문에

"Me gustaria tener un pulpo gran"라고 가르켜줬단다.


"그게 뭐가 어때서?" 라고 물어보는 내 질문에


미켈란젤로는 바지에 손을 넣어 남자성기를 묘사하더니,


"이 지역에서 '뿔뽀'란 단어는 이거야" 라는 말과함께 다시한번 자지러 진다.

세계 어딜가나 남정네들 노가리는 다 비슷하다.


그 여학생은 아직도 펍에가면 거대한 꼬추를 주문한단다.





한참을 떠들다 씨에스타 시간을 틈타 낮잠을 자겠다는 순례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웠다.

산행하고 낮술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나는 술도 깰겸 산책을 택했다.


거대한 바위 경사면에 자리잡은 폰세바돈.
몇십년 전만 해도 유령도시였단다.

카미노에 오르는 순례자가 늘면서 다시금 개발되었지만

알베르게 건물만 5개 있고 마을의 많은 일부가 폐허로 남아있다.


으슥한 골목길을 홀로 누비다

문득 호러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개인행동하던 캐릭터가 꼭 잔인하게 살인당하던데...


'힝 무서웡'


등골이 오싹해져 발에 모터를 달고 알베르게로 돌아갔다.



침실로 돌아오니 윗니는 아직도 한밤이다.

마음 같아선 계속 자게 두고 싶지만,

폰세바돈은 저녁장사를 늦게까지 안한다기에

그녀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깨워본다.


"저녁 먹어야지?"





주민이 30명도 안되는 폰세바돈에 이상하리 만큼 멀끔한 레스토랑이 있다길래 찾아갔다.

식당안에 들어서니 스페인 중세시대 성안에 들어온것마냥

기사들의 유품과 그 시대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심지어 직원들도 킬트와 가죽으로 만든 중세시대 복장을 입고 있다.


문앞에 어정쩡하게 서서 테이블로 안내받길 기다리는데,

웨이터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다.


"미안하지만 곧 영업마감이라..."


!!

시계를 보니 아직 6시 50분이다.

무슨놈의 레스토랑이 저녁 7시에 장사를 접는다 말인가...




시무룩해져 거리로 나왔는데 순례자들로 가득한 알베르게가 눈에 띄었다.

알베르게마다 음식솜씨가 달라 각 마을마다 순례자들이 모이는 곳이 꼭 한군데씩은 있다.


'여기다' 싶어 무작정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30명 정도 되는 순례객들이 비좁은 가게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폰세바돈의 모든 순례자들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다들 순례자 메뉴를 먹는듯, 거대한 철판에 서빙된 빠에야를 쉐어하고 있었다.


직원에게 다가가서 저녁식사 가능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순례자 메뉴는 동이났고

원하면 직원들위해 만들어 놓은 저녁식사를 주겠단다.





그래도 집밥이면 맛있지 않겠냐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앞에 놓여진건 콩 밥.


레온 이후로 질려서 내가 냄새도 맡지 않겠다고 선포한 '병아리 콩' 과

설익은 밥이 전부였다.

고추장이라도 있었으면 비벼먹었겠지만

소금간도 하지않은 삶은콩하고 맨밥을 어찌 먹으리.


울며 겨자먹기로 입에 꾸역꾸역 쑤셔넣었다.

역할 정도로 건강한 맛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겠다며 밥을 먹다말고 구멍가게로 뛰어갔다.

구멍가게을 샅샅히 뒤져 냉동 닭가슴살 파스타를 찾았다.

냉동음식을 20살 이후로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도저히 닭고기라고 믿을수없는 식감이지만,

마법의 MSG 크림소스는 나쁘지 않았다.


카미노에서의 '최악의 저녁식사'.

폰세바돈을 떠올리는 수식어로 사용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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