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3. Ep.52 회복.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Twenty Three
Episode Fifty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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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very





"응급차 부르자"


안절부절 못하는 윗니.

그런 그녀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팔에 힘이없어 포기하고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약 한번만 더 먹어보고..."


해열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을 힘겹게 삼키고 다시금 누웠다.

끊임없이 물수건을 만들어와 식은땀을 닦아주는 윗니.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밤새 안절부절해 했을 윗니를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했다.

전날 밤 아스토르가에서도 밤을 지새웠는데...

이틀째 고군분투하는 그녀도 지금 쓰러질만큼 힘들겠지...


"미안해..."


"괜찮다"는 그녀.

그녀의 손길과 토닥임에 잠들었다.



다시 잠에서 깬건 오전 11시가 넘어서 였다.


옆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윗니.

그녀의 천사같은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혹시나 내 인기척에 깰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일어나 앉았다.


'조금 괜찮아걸까?'


두통이 가시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괜찮아?"


잠귀가 밖은 윗니. 벌떡 일어나더니 내 곁에 다가와서 체온 쟀다.

온도계의 눈금을 두세번 확인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38도네. 다행이다"


"고마워. 덕분에 살아났다."


8년간 자취를 하며 아플때마다 늘 혼자 방구석에 박혀서 끙끙 앓았었는데,

타인의 손길이 이렇게 따뜻한 건지 몰랐다.


"그리고... 미안해"


내가 갑자기 아픈 바람에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내일 출발해도 이틀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몸 상태가 어서 호전되어야 버스를 타던 하루에 40km씩을 걷던 할텐데...

일단 오늘의 일정은 포기하고, 폰세바돈에서 하루 더 쉬다가 내일 아침 상태를 봐서 차후의 계획을 결정하기로 한다.






너무 누워만 있었더니 더 아픈거 같아 잠시 산책을 나섰다.

부지런한 순례객들이 벌써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마을에 도착하고 있다.

지쳐 보이지만, 걷고있는 그들이 왜 이렇게 부러운건지...


'꼬르륵'


윗니의 정직한 배가 밥때임을 알린다.





"나 그럼 대충 빵만 먹을게..."


최소 하루는 굶어야 하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자신도 밥을 먹지 않겠다는 윗니.

그녀의 배려는 고맙지만, 조금은 바보같다.

맛난거 먹으라는 내 말에 그럴 순 없다며 간단히 빵과 초콜릿 우유로 허기만 달래겠단다.

내 상태가 괜찮아 지면 같이 맛난 저녁을 먹자며...







숙소로 돌아와 쉬는데 어제 새벽부터 시작한 설사가 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탈진할 것을 대비해 소량의 아쿠아리스 (이온음료)를 섭취하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할것도 없고해서 한참을 뒹굴다가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윗니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내본다,


"윗니야... 혹시 내가 내일 걷지 못하게 되면 혼자서라도 걸을래?"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


"아니! 싫어."


단호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눈빛엔 슬픔이 가득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침묵을 지키더니 그녀의 심정을 쏟아냈다,


"나 이제 카미노를 완주하겠다는 목표에대한 미련이나 욕심은 버렸어. 레온 이후로 난 그저 너와 함께하는 시간에 감사하고, 또 그 시간들을 즐기려고해. 그러니까 너도 미안해 하거나 부담갖지 말고 나와의,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에만 최선을 다 하자. 이제 내게 카미노는 너와 함께하는 길이야."


너무나 고맙지만 너무나 미안했다.

그녀에게 절대 짐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꼬르륵'


저녁시간을 알리는 윗니의 배.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 윗니를 끌고 폰세바돈의 맛집인 La Taberna de Gaia로 향했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고,

나 때문에 하루종일 굶고있는 윗니에게 맛난 저녁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지구의 여신 '가이아'의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중세음식을 전문으로 하고있단다.

배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직접 먹진 못하지만, 내 취향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어제 잠시 들렸을때 보지 못했던 소품들을 둘러보는 윗니.

가게 분위기를 봐선, 엄청 맛있을거 같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귀여워 미소를 지을수 밖에 없었다.





"너 너무 야위었어..."


카미노 라이프에 적응되었는지 가만히 있어도 몸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열량을 태우는 듯하다.

게다가 온종일 먹은것도 없으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걱정하는 윗니의 마음도 모르고, 사진에 이쁘게 찍힌다며 좋아라하는 나.





기대하던 음식이 나왔다.

비쥬얼이 어마무시하다.

중세시대 테마를 준수했는지, 투박하지만 미니멀리스트한 에스테틱의 플레이팅.


직접 맛보지 못하니 윗니에게 묘사를 부탁했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호박죽은 짭조름한 스위스 치즈와 곁들여져 식욕을 자극하기에 적절하였다.

단 호박이 아니기에 디저트로 먹는 한국의 호박죽과는 많이 다르다.





메인메뉴는 햇감자와 송아지 스테이크 그리고 구운 파프리카와 버터로 구워낸 하드 크러스트 빵.

송아지 지방에서 특유의 비린내가 역하기 때문에 보통 지방이 없는 부위로 서빙을 하지만,

스킬렛에 센불로 구웠는지 잡내가 덜했다.


먹는내내 내 눈치를 보는 윗니.

그래도 배부를때까지 먹는걸 보니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나는 바람을 쐬고, 윗니는 소화도 할겸 둘이 손잡고 마을을 거늴었다.

처음본 얼굴이지만 반갑게 인사해 오는 순례객들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한국 순례객도 보여 잠시 대화도 나누었다.


갑작스레 아파 일정이 많이 틀어졋지만 윗니에게 받는 넘치는 관심과 애정덕에 마음이 따뜻한 하루였다.

내일은 꼭 씩씩하게 걷자며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잠에 들기전에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카미노 신이시여 부디 자비롭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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