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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5. 17:24

태국|| Ep.26 치앙마이 밤길을 달리다

나이트바자에서 돌아와 뜨신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에어컨님이 선사하신 찬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았다. 침대보위에 드리운 한기가 좋아 비비적거리다 하루종일 걸어다녀 아려오는 두 다리를 쭉 뻗어 무릎팍으로 전해오는 찌릿찌릿함을 인식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피곤마져 왈콱 쏟아져 두 눈꺼풀 위에 들어앉았다. '내일은 뭐하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 순간 잠이 확 깨버렸다. 여행책자며 블로그며 이곳저곳 뒤져보다 부아통(Bua Thong) 폭포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Sticky water fall이란 독특한 수식어가 붙어있고 리뷰를보니 평이좋다. 현석이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한대 태울동안 같이 난간에 기대어 한적해진 길가를 내려다 보았다. 신발 밑창의 고무마져 녹이버릴듯이 달구어져있던 시멘트 바닥은..

2016. 3. 26. 15:06

태국|| Ep.25 치앙마이 나이트바자(회)

도이수텝에서 내려와 부핑팰러스(Bhuping Palace)를 향해 힘껏 밟았다. 정상에서 너무 장시간 멍때려서 오후 세시가 훌쩍 넘어 버리고, 세시 반 까지 연다는 부핑팔라스의 입구라도 보고 오자는 플랜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3km를 미친듯이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장사를 접고 차에 짐을 싣고 있는 상인들로만 분주하고 여행객은 우리 둘 뿐이었다. '뭐.... 입구는 봤으니까!....' 그래도 부핑팔라스 입장료 50밧도 아끼고, 내장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을 맞으며 멋진 드라이브도 즐길수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스릴있고 짜릿하다, 눈썹이 휘날리게 달리는 나와는 달리 안전을 중요시하는 현석이는 서행이다. 계속 기다려야하는 입장이 되어 신경은 쓰이지만, 현석이의 - 동행하는 사람의 - 철학을 존중하..

2016. 3. 17. 22:01

태국|| Ep.24 천원에 팔아버린 양심

롤러코스터마냥 굽어있는 길을 따라 굴곡을 즐기며 도이수텝 사원 입구에 도착할수있었다. 여느 관광명소답게 줄지어있는 투어버스들과 상점들 멋부린다며 선글라스에 챙모자, 금에 광내고 왔는지 유난히 반짝이는 금목걸이와 팔찌 그리고 장님마냥 붕붕 휘둘러대는 셀카봉으로 치장한 여행객들이 즐비한 주차장을 지나 오토바이 세워둘곳을 탐색했다. 갓길을 주시하며 상점을 지나가는데 거의 마지막 상점 앞에 '무료주차장'이라는 푯말이 적혀져 있었다. 가게와 가게 사이에 뚤려있는 비포장도로에 화살표가 있는걸 보아하니 상점뒤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은듯했다. 나무판자로 위태롭게 짜여진 램프를 조심스레 올라, 비좁은 흙길을 내려가니 예상대로 오토바이 몇대가 세워져있는 아~~~주 의심스러운 공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뒤따라오던 현석이에게 잘..

2016. 3. 9. 17:19

태국|| Ep.23 치앙마이에서 맛 본 인생카레!

치앙마이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저녁에 내가 춥다고 징징대서 에어컨을 좀 줄여자고 일어났더니 방이 아주 찜통이 되어있었다. 땀이차서 촉촉해진 방댕이를 의식적으로 벅벅긁어주고 쌔근쌔근 자고있는 현석이를 위해 에어컨을 이빠이 틀어주고선 잠시 누워있었다. 잠시 미뤄두고 있었던 걱정들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여행밖의 걱정들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의미가 없다, 수철이 형님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한다. 형, 내일 저녁 6시에 출발해요. 후딱갈테니 카톡으로 지금 계신 숙소정보 알려주세요. 혹시나 수철이형이 다른지역으로 이동할까 걱정이 된다. 내가 왜 이렇게 형에게 메달리는 걸까? 분명 좋은 사람은 맞지만, 내가 동행에 이렇게 목숨을 거는건 표면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으리... 방콕에서 밍기적 거리고 있는 나를 이끌어 ..

2016. 3. 3. 23:10

태국|| Ep.22 도보로 치앙마이 정복

빽빽히 들어서서 미로를 형성한 건물들 사이로 사람과 차, 쓰레기와 주인없는 개들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을뿐 인도의 자이살메르처럼 성벽내에 역사와 모던함이 어우러져 있길 바랬는데...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역사가 숨쉬는"이란 형용어는 누구의 술주정부리였는지 만나면 귓방망이를 한대만 때려주고 싶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성태우는 혼잡한 사거리에 멈춰섰고 기사 아주머니는 "타페게이트" 라고 외치며 내리란다. 썽태우에 마구 구겨넣어진 외국인들도 같이 내릴 줄 알았는데 다들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위치파악을 하고있었다. 눈을 마주치니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기는 아직이란다. 폴짝 뛰어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맥도날드도 보이고, 스타벅스도 보이고.... 성벽같은게 보인다, 타페게이트 인가보다. 현석이도 같이내려서 숙..

2016. 3. 2. 10:09

태국|| Ep.21 페이스 체인지! 치앙마이 입성!

커튼사이로 따갑게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너무좋다. 밤새 신나게 달리던 기차는 도시 변두리에 근접했는지 서행을 하고 있었다. 뒤뚱뒤뚱 덜컹거리는 기차의 느릿한 리듬에 맞추어 내 심장박동도 느긋하게 가슴을 두드려댔다. 아래 벙크베드(Bunk Bed)에 자고있는 현석이가 깨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복도의자에 앉았다. 햇빛에 달궈진 창문에 머리를 맞대고 폐를 쏟아낼 기세로 하품을 해대다 창밖이 이뻐서 멍을 때린다; 방콕과는 대조되는 초록색이 가득한 산길에 빨려 들어가고있는 기차. 이런 기차여행이라면 몇일, 아니 몇달이라도 좋을듯하다. 잠도 깰겸 바람을 쐬고싶었다. 침실칸 문을 열고 열차 연결부분으로 들어서자 태국의 익숙한 끈적함이 온몸을 끌어안았다. 문에 매달려 고개만 뺴꼼 내밀고 아침공기를 폐 안 깊..

2016. 2. 2. 20:18

태국|| Ep.20 굿바이 방콕! 치앙마이로 기차여행!

글쓰기에 앞서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글 아래에 있는 공감버튼을 한번씩만 눌러주세요~ 글쓴이에게 힘이 된답니다. -밤비 이번편도 음악과함께 ▲Damien Rice || Delicate 기차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가볍다. 다시 혼자가 됐다는게 두려움보단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번 여행 시작부터 계속해서 누군가와 동행을 하게 되었던건 축복받은 일이지만, 여행중에는 혼자만의 자유를 선호하는 내 취향상 말못할 답답함이 머리위에 눌러앉아 날 짓누르고 있었다. 호텔에서 뛰쳐나온뒤 생각없이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근래에 돈을 쓰는게, 그리고 편한걸 찾는 습관이 벌써 몸에 베어버린것 같다... 무슨 허세끼가 끼었는지...없는놈 인심이 더 좋다고,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팁을 후하게 드렸더니 배낭까지 짊어메고 창구 ..

2016. 1. 13. 19:19

태국|| Ep.19 잠깐의 이탈, 실수와 만회

홍익인간은 여전하다. 마음은 분명히 어딘가를 가길 갈망하는것 같지만 손발이 묶인듯 홍익인간에서 장기투숙하고 있는 여행객 5명. [난 마음속으로 그들을 "방콕 독수리5형제"라 부르고 있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30대중반의 독수리 5형제의 맏형은 "또왔어?" 라며 날 반겨주셨다. 나머지 독수리 형제들은 여느때와같이 도미토리에서 널브러저 있었고, 독수리5형제의 기에 눌려 겉도는 다른 투숙객들은 그들만의 그룹을 형성했는지 1층 라운지에서 여행담을 늘어놓고있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독수리5형제의 그룹에 소속되어 홍익인간에 있는동안 알수없는 권력을 누릴수있었다. 미묘한 계층이 형성이 되어있고, 어떠한 실수도 용남되지 않을것같은 집단, 홍익인간으로 돌아왔다. 형진..

2016. 1. 13. 11:15

태국|| Ep.18 꼬란에서 헤롱헤롱

일찍 일어나서 이동하자는 계획은 "계획"일뿐이다 라는걸 엄격히(?) 준수하고, 중천에 떠있는 햇빛을 스포트라이트마냥 받은채 나반(Na Ban)선착장으로 향했다. 녹슨부분을 페인트로 덕지덕지 눈가림한 배에 올라 삐걱거리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깐 졸았더니 눈깜짝할새에 꼬란에 도착. 선착장으로 서두르느라 공복이었던 형진이와 나는 곧장 음식점으로 향했다. 시장바닥마냥 시끄럽던 음식점엔 하나투어를 통해 온 한인 단체관광팀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어글리 코리안과(단체관광에대한 나의 선입견) 섞이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음식점 구석에 자리잡고 메뉴를 정독했다. 아쉽게도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는 음식은 볶음밥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은 뭐 먹나 두리번 거렸더니 부엌아주머니 한분이 나오시더니 다짜고짜 "신라면?..

2016. 1. 13. 10:30

태국|| Ep.17 친구따라 파타야가다.

홍익인간에 있다보니, 잉여가 되어버렸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인사를 나누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배고플때 밥을 먹고, 졸릴때 잠을자다가 아무것도 하기싫을때는 의자에 파뭍여 말도안되는 말들을 일기장에 끄적여댔다. 버스킹을 하려고 3만원에 구입한 기타는 그저 심심풀이용 장난감이 되어버렸고 어딜가서 무얼하겠다는 생각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내리다 말았다하는 방콕의 비처럼 내 마음속 한켠에서 깜박이며 점 점 희미해져갔다. 그러다 형진이란 친구가 나타났다. 여행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부산하게 움직여대던 형진이는 파타야를 가야한다며 근처에 있는 여행사를 추천해달라 했고 홍익인간 바로옆에있는 여행사에 같이가서 예약을 도와주려다 내 티켓까지 같이 두장을 끊었다. "같이가자?" 라는 뜬금없는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