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깟바의 식탁, 해산물 샤브샤브! |베트남|깟바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후. 마음을 힐링해 숙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해안가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숙박시설 중 사전에 알아 두었던 곳들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한참을 둘러보았지만, 숙박시설 앱에 올려진 사진과는 다른 현실에 결국 발품을 팔기로한다. 10달러에서 30달러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지만 육안으로 확인해본 결과, 시설과 객실 상태는 별반 차이점이 없었다. 결국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지만 옹알이로 모든 질문을 대답하는 (담배냄새) 진동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을 선택했다. 



깟바섬은 외국인 여행자보단 베트남 사람들에게 휴양지로 광각받는 곳이라고 한다. 근래에 유입되는 배낭족들의 수요를 겨냥한 숙박업소가 들어서며 인프라가 조금씩 갖춰지는 모습을 보이고있지만. 빅 브랜드 (하얏트, 리전시, 하드락 등등)는 자리잡지 않을걸 보아하니 캐리어족들이나 단체관광 패키저들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인가 보다.



외딴 섬인데도 와이파이가 빵빵 잘 터져 숙소에서 짐을 풀고 잠시 검색 타임을 가진 후 깟바 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시아 아웃도어" 여행사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전세계 여행지 어디를가나 호주, 또는 뉴질랜드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가 있는데, 아시아 아웃도어가 바로 그런곳이었다. 파란눈을 가진 직원의 안내를 받아 깟바섬에서 할 수 있는 투어에 대해 설명을 받는데, 내일 당장할 수 있는 데이투어는 예약이 이미 꽉찬상태. 실례인걸 알지만, 타 여행사를 추천해달라니 아시아 아웃도어의 자매 회사라는 "깟 바 로컬"에서 문의해 보란다.

깟 바 로컬은 알고보니 우리 숙소 바로 옆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 나이또래 같은 친구가 프론트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베트남에서 만난 친구 중 제일 출중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에 빠듯한 스케쥴을 가지고 있는 윗니와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다가, 깟바섬에서 예정보다 하루 더 머물고 닌빈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내 놓았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내일 반나절 동안 하롱베이 데이투어를 하고 저녁시간에 하노이로 이동하여, 하노이에서 바로 저녁기차를 타고 닌빈으로 향했을 것이다. 데이투어의 일부를 포기하고, 정신없이 이동하면서 대략 하루정도를 길 위에서 낭비할뻔... 여행사 직원이 6시간만에 닌빈으로 갈 수 있는 표를 끊어 준 순간 포기와 타협했던 것들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었다.



모든게 다 잘 해결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기위해 음식점들이 즐비한 부둣가를 따라 맛집탐사에 나섰다. 지치고 배고팠지만 음식에 대해선 너무나 엄격한 우리 둘. 절대 어디가서 대충 먹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맛집을 찾아 한시간 넘게 마을을 배회하게 하였다. 섬에 온 만큼 해산물을 배터지게 먹어보자며 해산물 전문 요리점을 찾던 중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어 테이블을 잡았다.  



코코넛홀릭인 윗니는 코코넛 스무디 한잔을 주문.



그리고 같이 나눠먹을 해산물 샤브샤브가 서빙되었다. 바지락, 베트남에서 "마닐라 클램" 이라 불리우는 조개도 있고 캐나다 마트에서 흔히볼 수 있었던 베트남산 새우와 블루크랩 그리고 식재료로는 처음 접한 카 마우 새우 (Ca Mau crayfish)도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건 다양한 야채. (그리고 두부)



유럽 국가들의 지배를 받아서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그런지 동아시아(한,중,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 문화가 눈의띈다. 보통 동아시아에서 접하는 샤브샤브의 육수는 우마미(감칠맛)가 강하거나 매운맛이 (스촨성, 일본) 대부분인데 베트남에선 파인애플과 레몬그라스 그리고 토마토가 들어가 있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걱정했던거와 달리 토마토&파인애플이 해산물의 잡내와 비린내를 잡아줘서 야채를 육수에 푹 익혀 먹어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않을 정도였다.




서로의 눈치보지 말고 편하게 먹자는 말과함께 정말 정신없이 물고 뜯었다. 설마 라면사리까지 먹겠어 했던 우리는,



엉덩이의 뼈가 저려올 정도로 오랜 시간 앉아 테이블에 놓여진 모든 음식을 올 클리어했다. 매 끼니때마다 있는 일이지만, 윗니와 난 우리의 먹성에 매번 감탄한다...




숙소에 바로 들어가는게 아쉬웠는지 윗니가 음식점 건너편에 있는 칵테일 바에서 멈춰선다.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칵테일을 두잔 시켜놓고 윗니와 대화를 나눈다. 아직 여행이 반 이상 남았지만 벌써 아쉽다는 윗니. 아쉬움이 남아야 이곳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있을거라는 내 말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나도 안다, 여행이 짧아서 아쉬운게 아니라 이렇게 걱정없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이제서야 우리에게 주어져서라는 걸. 내일은 더 열심히, 더 행복한 시간을 가질 걸 약속해 본다. 비워낸 술잔의 얼음이 다 녹아내릴즈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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