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Ep.14 하루만에 앙코르 유적지 둘러보기 [앙코르 톰 편]






앙코르 톰의 남문을 지나 숲길을 달렸다. 얼마못가 저만치에 뭔가 웅장한것이 나타났다.

프라삿 바욘(Prasat Bayon)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앙코르 톰의 심장부를 지키고있었다.

안젤리나 졸리누나가 나온 툼 레이더 영화덕분에 유명세를 타고있다는걸 지나가다 들은거같다. 


조금 위험하다 싶은 구간이 있어서 당연히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한국사람은 역시 하지말라는거는 꼭 해야 적성이 풀린다.





인류의 레고놀이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시작해서, 세계 곳곳의 유적지에서 볼수있다.


그 정교함과 면밀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덤프트럭만한 얼굴조각이 수십개나 되는 바욘은 불교신자였던 자야바르만(Jayavarman)왕이 앙코르 톰을 나라의 수도로 정한뒤로 건축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프라삿 바욘의 얼굴조각상들은 자야바르만 왕의 얼굴을 쏙 빼닮았다고 학자들은 의견을 내세우고 있단다. 



바욘 내부에는 몇십톤은 될법한 돌들이 아슬아슬하게 쌓여져있는데 혹시나 내 머리위로 떨어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실제로 콧방귀만 뀌어도 떨어질거같은 돌들이 몇개보였는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하게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닌다...


동남아 역사학 수업에서 들은바로는 캄보디아는 1941년도부터 45년도까지 일본이 점령했었다고 한다.


94년도부터 일본고고학팀이 앙코르유적지 복원작업에 들어갔는데 2005년도까지 8년간 공식적으로 진행되었다고한다. 

일본새끼들 한국에선 고대 유적지하고 유물들을 존나게 부숴놓고선 캄보디아에서 복원놀이 하고 있었다니... 이중인격 싸이코패스가 아닐지싶다...



흑백필터로 담기는 바욘의 느낌이 좋아서 대륙의 이동을 요리조리 피하며 사진몇장을 남겨보았다.




10분도 못돌았는데 앙코르왓 팀이 넘어왔는지 바욘이 중국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해져서 어쩔수없이 빠져나왔다.

저만치서 쉬고있던 빤에게 다가가서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코끼리 테라스(Elephant terrace)를 지나 공터에 줄지어있는 음식점에 우릴 데려다 주었다.


대화도 나눌겸 빤에게 합석을 권했지만 자기는 벌써 밥을 먹었다며 우리보고 천천히 먹고 오란다. 


물론, 다 먹으면 자기가 알아서 찾아오겠단다.

딱봐도 위생이 심각하게 불결한 음식점이었지만 숙소근처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많이 뺐길거 같아서 


그냥 빤이 소개해준 가게에서 (아마도 손님을 소개해준 댓가로 뒷돈을 받을거다) 대충 먹기로 했다. 


주문한지 십분만에 음식이 나왔고, 파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야외인것도 부족해 근처에 쓰레기장도 보였다.

분명 주방에도 음식물이 많을텐데 왜 궂이 우리 음식에만 달려드는지... 

음식점 주인 아주머니는 밥을 한숟가락도 못떠먹고 파리를 쫒고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부채질을 해주셨지만,

좀비같이 달려드는 수백마리의 파리에겐 전혀 소용이 없는듯했다.


어쩔수없이 아주머니가 선풍기를 틀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방에서도 발전기를 사용하고있어서 전기가 매우 귀했을텐데)

그나마 강풍으로 틀어주신 선풍기 바람덕에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수있었다.

게걸스럽게 접시를 비우고 잠깐 앉아있는데 


배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온다.

마치 한국의 6월 장마가 시작되는 천둥번개의 소리랄까.

"화장실!" 이라 현진이에게 짤막하게 외치고 요동치는 배를 붇잡고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물론, 동남아 화장실문화의 필수품인 휴지를 들고)


화장실문을 닫고 바지와 팬티를 한방에 내리고 아랫문이 열리는 순간 악마를 보았다. 

'주와아아아아아구오오오오오오수아아아아아아'

지옥의 문이 열리고 화장실안은 서브 우퍼도 따라올수없는 악마의 저음으로 가득채워졌고 이어 파르르떨리는 나의 신음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더해저 3중주 콘서트를 열었다.

얼마나 거대한 악마가 내 몸을 빠져나갔는지, 현진이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서 돌아온 나에게 "얼굴이 왜이렇게 핼쑥"해졌냐며 말장난을 쳐온다. 





빤이 소개해주는데로 이름모를 유적지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날씨가 진짜 쌍욕나올것같이 더워지자 중국관광객들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난 더워서 디지겄는데 현진이는 싱글벙글, 심지허 땀도 안흘리면서 안덥냐고 매번물어보는 내 질문에 "조금 더운데?" 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해온다. 얄밉다.

 


들고다니던 물병을 금세 동내고 음료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구석진곳에서 아이스박스를 가져다놓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서 음료수를 구매했다.

아까 쏟아낸 악마가 다시찾아오지않겠냐며 걱정해주는 현진이를 무시하고 박카스를 집어들었다. 땀을 너무많이 흘려서 현기증이나서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에선 본적도없는 250ml 박카스! Taurine 과다섭치로 뒈지라는건지 함유량이 어마무시했다. 그래도 앙코르 유적지를 다 보려면 어쩔수없다.


한번에 원샷하고 힘을 내본다.


▲길잃었다가 우연히 찾은 프라삿 프레아 팔릴레이 (Prasat Preah Palilay)

여길가도 저길가도 돌무더기, 


이정표도없고 설명판도없고 안내원도 없다. 

관광투어옆에 붙어서 설명을 몰래듣고싶었지만 중국팀뿐... 중국말을 배워둘걸...




한참을 돌았는데 점심을 먹었던 코끼리 테라스옆으로 빠져나왔다...

뭔가 엄청나게 빙글빙글 돌았는듯...


빤에게 빅트리(big tree) 툼레이더 어딨냐고 물어봤더니 쑨(soon)이란다. 





빤이 따께오 (Ta Keo)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다고 강추해줘서 기어서 올라갔는데




꼭대기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 분명 역사적으로, 그리고 건축기술면으로 엄청난 가치가 있겠지만....

내 객관적인 시선엔 그저 돌무더기일뿐... 

사원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는지 아직도 복구작업이 진행되고있는 부분도 많았고 앙코르왓과 바욘처럼 상징적인 부분도 없는듯했다.

속은거같아 기분상한 표정과 더워디지것는데 온돌방보다 뜨거운 돌무더기에 올라갔다가 땀을 흘리며 돌아오는 현진이와 나에게 미안했는지 빤은 바람을 쐬라며 뚝뚝이의 속도를 내줬다.

달리는 뚝뚝이 안이 좋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을 만끽해본다. 금세 기분이 풀린다.



중국팀이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여기 모였네?!?!?!

타 프롬 (Ta Prohm) 입구에 도착했더니 집채만한 단체관광버스들이 빼빼로처럼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되어있었다.

줄지어서 들어가는걸 보아하니 뭔가 대단한게 있는건 확실했다.


앞뒤옆에서 미친듯이 밀어대는 질서없는 대륙의강에서 엄청나게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사람들이 몰려있는곳에 도달하였다.

영화에서 봤던 수십개의 나무가 유적지와 동체가되어있는 모습을 상상해왔지만,


기대와는 달리 나무 한그루만 모든 여행객들의 사진세례를 받고있었다. 




중국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타프롬내부를 쥐잡듯이 탐색해서 다행이도 포토스팟 몇군데를 찾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포토존 반대편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의 여행지 "구라" 사진에 적합했다.




현진이와 여행하는 좋은게 


내가 안물어봐도 알아서 사진을 잘 찍어준다.

인생샷 몇장을 남기고 타 프롬을 빠져나왔다.


타 프롬을 보고나니, 뭔가 다 본거같은 느낌이 들어서 긴장도 풀리고 동시에 몸에 하루종일 축적되었던 피곤도 한보따리 방출되어버린듯 했다.

시계를 보니, 일몰시간까지는 네시간정도 남았고 도저히 노점음식을 두번다시 못먹을거같아서 빤에게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영혼을 씻겨 버릴것같이 상쾌한 샤워를 하고 침대위에서 뒹굴다가 샌드위치를 투고해서 다시 앙코르 유적지로 향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일몰을 보면서 도시락이 까먹자는 계획이었다.



빤이 추천해주는 프놈바켕 (Phnom Bakheng)에는 역시나 엄청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고있었다. 

앙코르 유적지중에 제일 높은 지형에 위치해있는 프놈바켕. 


일몰을 보기에 적합하다고해서 여행객들 사이에선 선셋템플 (Sunset temple)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고 있다.


주말에 북한산 올라가는거같이, 여행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지어 비좁고 먼지가 흩날리는 흙길을 올랐다.


날도 더운데 산행이라니... 손발에 땀이많은 나는 발바닥이 다 젖어서 크록스가 뽀득뽀득 소리를 낼 정도였다.


정상에는 더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다. 어린이날에 놀이공원 입구를 연상시키는 모습...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우리도 미친척하고 합류했다. 알고보니 프놈바켕은 사람 수 제한이 있단다.


행여나 일몰시간을 놓칠까봐 조마조마 줄을 서고 있는데 우리 앞에 서 있던 중국 관광객들은 가족단위인지 모두가 한꺼번에 못 올라가면 올라가지 않겠다고 안내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사이에 옆에서 조용히 서 있던 안내원이 우리보고 먼저 올라가란다.


조심스럽게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오른 아저씨를 지나 사원을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아저씨가 어의가 없는지 잠시 조용해지다가 언성을 더 높인다. 어글리 촤이니즈.


엄청나게 탁 트인 시야를 상상했지만 프놈바켕 사원위에선 별로 보이는게 없었다. 게다가 안전요원들이 돌아다니는걸로 보아하니 음식물 섭취도 안될듯 싶어서 사진 몇장만 남기고 사원을 바로내려와 앙코르 왓으로 향했다.


20분도 안되서 내려온 우리를 보고 빤은 고개를 갸우뚱. 날씨도 좋고 하늘도 맑아서 노을이 보일텐데 왜 벌써 내려왔냐는 표정이다. 


서둘러서 앙코르왓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뚝뚝이에서 내리자마자 앙코르왓으로 냅다 달렸다.



역시 내 직감은 맞았다.


현진이와 나는 마치 연어가 거친 물살을 역류하듯, 프놈바켕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의아해하는 눈초리를 받으며 그들과 반대방향인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5분뒤면 퇴장을 해야한다는 안내원의 말을 흘려듣고 서둘러서 앙코르 왓 중심부로 달려가 인생샷 두장을 남겼다. 



여행객이 한명도 없는 그리고 역광이 아닌 순광을 받으며 한낮의 직사광이 아닌 해질녘의 부드러운 채색이 담긴 앙코르 왓의 모습을 담을수 있었다.



평생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것이다. 


역시나 목적이 있다면 뜻이 따르고,


뜻이 있으면 길이 보이고,


길이 보이면 


여행이 시작된다.



앙코르왓을 퇴장하는길에 입구에서 설정샷도 몇장담아보고 



뒤를돌아 앙코르왓의 마지막모습을 내 마음속에 한장, 그리고 사진속에 한장 남겼다.  




해가 저물었을즈음 씨엠립 도심에 도착했다. 

뚝뚝이를 모는 빤의 뒷모습이 인상깊어 사진에 한장 담아본다. 


숙소 입구에 정차하고선 그와 악수를 나누고 $20 달러짜리 한장을 건넸다. 


그리곤 고맙다고 말 한마디와 다음에 또 보자는 말 한다미와 함께 우리는 작별인사를 나눴다. 


비록 그에게 $6를 더 쥐어주었지만 내 감사한마음을 좀더 인간적으로 표현할수 없다는게 아쉬울뿐이다. 그에게 내가 "난 호갱이오" 라는 이미지로 남지 않기만을 기대해본다.


내일 아침에 비행기 타기전에 메콩강 투어를 하라는 그의 말에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사양했다.

담넌사두악을 이어 최악의 여행지라고 선정된 메콩강투어를 그와함께 한다는건 그와 내가 가진 아주 가느다란 좋은 감정의 끈마저 끊어버리는 일이 되지않을까 싶다.






숙소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바로 우리숙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혹시나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반수의 투숙객들은 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해결하는듯했다.



메뉴에 보이는 제일 비싼 코스메뉴를 주문했다.


그래봤지 $12. 풀코스로 나오는 캄보디아 전통 음식 세트란다. 



특별한 향신료는 사용하지 않는듯했다. 


4가지 다른 주재료를 사용한 캄보디아 전통 카레는 어머니 아버지 못찾을만큼 매운 고추가 듬뿍 들어있었지만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한듯, 뭔가 엄청 익숙한 맛이었다. 


반나절동안 앙코르 유적지에서 들고다녔던 샌드위치도 다 먹어치우고 소화겸 근처에있는 나이트마켓으로 향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의 기념품들로 가득한 상점들을 대충 휙 둘러보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풀마디 마사지를 받기로 한다.


꼬따오에서 받았던 타이마사지의 감동을 기대해봤지만 


역시나 무료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라서 그런지 안마사들의 기술이 시원찮다. 


안마사들에게 팁이라도 줄까 생각도해봤지만 너무 시원찮아서 그냥 고맙다고만 하고 방으로 돌아가서 씻고 바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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