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11 길거리 음식의 메카, 수랏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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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앙!"


괴성을 지르며 기지개를 켰다.


침대 귀퉁이에 앉아, 밤새 잠들어있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지난 5일을 회상해본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오늘도 어김없이 풋쳐핸섭 자세로 자고있는 현진이를 살짝 흔들어 깨우고 


발코니에 널어놓았던 빨래들을 걷어 들고서서 잠시 햇빛을 만끽해본다. 


따갑게만 느껴졌던 꼬따오 첫날의 햇볕은 벌써 익숙한 따스함으로 변해있었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


다시 잠들은 현진이를 깨워 앉히고선 컨시어지로 향했다.


솜사탕같이 한없이 부풀은 머리를 긁적이며 걸어들어오는 나를 반갑게 반겨주는 직원들, 


서로 알고지낸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반갑게 아침인사를 나누고 아침부터 깨알같은 안부를 물어온다.


여직원들과는 특별히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이유인 즉슨, 우리에게 특별대우를 해줬던 답례로 한국에서 가져온 마스크팩을 선물해줬더니 난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남이 되어버렸다.


항구까지 무료로 제공해주는 픽업서비스를 신청하고, 양손을 격렬하게 흔들어 직원들과 빠빠이를 하고선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이동도 반나절이 걸리는지라 짐을 꼼꼼히 정리해서 가방에 싸놓고 


정들었던 침대에 괜스레 한번 누웠다가 방문을 걸어잠그고선 픽업장소로 향했다.


매핫항구까지 가는 5분동안 섬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침을 못먹어서 항구에서 해결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마땅히 먹을게 없어서 생수 두병만 사들고 배에 올랐다. 




롬프라야회사의 쾌속선을 타고 싶었지만 저렴한 쏭썸페리(Songserm)를 선택, 어쩔수없이 꼬팡안과 꼬싸무이를 찍고 수랏타니로 이동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멀어지는 꼬따오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상하게 매번 여행할때마다 행복한 순간에, 내가 지금 이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잡생각을 물리치는건 밥이 최고다. 쏭섬페리 안에있는 매점에서 라면과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MAMA 브랜드의 똥얌꿍맛 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태국여행 하는 내내 급하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때마다 애용하였다.


아침일찍 첫배를 타서 그런지 페리안에는 승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밤새도록 술을 때리붇는 백인여행객들이 몰리는 시간대는 오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현진이와 둘이서 8자리를 차지하고 드러누워 이동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수랏타니 선착장에 도착하니 버스기사들이 마중나와 우리옷에 붙여있던 스티커를 확인한 후 버스를 배정해줬다. 


매핫에서 composite ticket을 구매하니 매표소직원이 "옷에다 붙이고 잃어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마도 승객의목적지를 구분하는 시스템인거같다.


혹시라도 아저씨가 실수할까봐 수랏타니가 맞냐고 세네번 확인한후 버스에 올라 또다시 이동.


한적한 시골길을 40분간 달리자 도시의 외각이 나타났고 도시까지 들어 갈 줄 알았던 버스는 소똥이 가득한 외딴 버스터미널에 우리를 떨궜다.


태국여행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여행사든 뭐든 이동에대한 구차한 설명좀 해줬으면 한다.


그냥 무작정 내리라면 어딘지도 모르는곳에서 내려야하고, 기다리라하면 2,3시간이 넘도록 멍때리며 누군가 날 찾아와서 픽업해주길 기다려야한다. 


의심병과 지랄병이 심한 나는 진짜 미치고 팔짝 뛸 시츄에이션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20분동안 소똥냄새를 맡으며 기다리자 납치범들이 애용할것같이 생긴 승합차 두대가 오더니 수랏타니 도심으로 가는사람들은 언넝 오란다.


시스템에 불신이 많았던 나는 미리 대기를 타고있다가 일등으로 승합차로 달려가 차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가 부족하다며 늦장부리다 뒤늦게 달려온 몇 승객들에게는 다시 올거니까 기다리란다. 결국 프랑스인 두명이 화가나서 욕을 해대며 운전기사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난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피곤에 쩌들어있는 기사 아저씨가 불쌍했다. 분명 아저씨 잘못이 아니고, 태국의 관광사업 시스템의 문제일것이다.


승합차는 또 20여분간을 달려서 어떤 대형 쇼핑몰 앞에서 우릴 내려줬다.


성서(여행가이드북)를 꺼내들고선 호텔이 밀집되어있는 중심부로 향가기로한다. 


성서에 기재된 지도를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가 서있던 큰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무작정 배낭을 메고선 큰길을 따라 걸어서 지나치는 사거리마다 길 이름을 확인하고 지도에 대조해봤다.


안되겠다 싶어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길을 물어봤다. 전부다 돌아오는 답은 "노!"


"아이돈노"도 아니고 무조건 "노" 아니면 꿀먹은 벙어리마냥 도리도리 잼잼.


플랜을 바꿔서 도심부에 있는 큰 사원의 위치를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물어보자는 맘으로 근체에 있던 카페에 들어가서 지도를 꺼내보이자 여직원이 손사래를 치면서 주방에다 뭐라고 소리쳐댔다.


가게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나오더니 어디가냐고 영어로 물어온다. 


'아, 할렐루야 아멘'


숙소위치를 지도에 손으로 콕 찍어보이자 청년은 알겠다며 따라오랜다.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신이나서 쫄랑쫄랑 따라가니까 큰길에서 썽태우를 잡아줄테니 타고가란다.


그가 길가에 서서 건너편 차선에 지나가는 썽태우에게 "어이!" 라고 크게 소리치자 


한참 신나게 달리고 있던 썽태우 운전기사아저씨는 뒤도 안돌아보고 유턴을 하더니 우리앞에 멈춰섰다.


청년은 썽태우 아저씨에게 뭐라고 솰라솰라 하더니 우리보고 얼른 타란다.


너무 고마워서 악수를 건네고선 "썡유 베리마치"를 몇번해댔더니 잘가라고 손까지 흔들어 준다. 


썽태우 안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릴 쳐다보고있었다.


멎쩍어서 인사를 하니까 고개를 획 돌리더니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 난 이방인이고 모르는 사람이니까....


'흠... 부모님이 교육을 잘 시키셨군'


썽태우는 정찰제인듯 싶었다, 운전기사아저씨께 20밧을 드리자 직접 짐 내리는것까지 도와주셨다. 


'역시 여행객들이 잦은곳은 로컬들이 친절하다.'




수랏타니는 공항까지있는 소규모의 도시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선 극히 경유지로만 알려진 도시인지라 1박을하는 사람들은 드물다고한다.


성서에도 기재되있는 숙소가 두군데밖에 없고 주변정보는 없는거랑 다름없을만큼 협소했다.


다행히도 호텔이 있어서 800밧의 거금(?)을 내고 방을 잡았다.


방에 들어선 순간 경악을 금치못했다. 


정말 5성급 못지않은 비쥬얼에다 영어채널이 나오는 티비까지 있었다. 게다가 영화까지 무료대여해주고 모든 호텔시설이 무료이용이었다! 


직원들이 영어로 못하지만 계산은 정확하고, 주변정보가 가득한 인토메이션 부스도 있었다.




호텔에서 잠깐 씻고 숙소 바로옆에 열리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정말 로컬들만 오는듯해 자잘한 기념품은 하나도없고 정말 오로지 길거리 음식과, 식자재 그리고 수랏타니 전 주민이 다 집합한듯 동네주민들로 북적였다.


이곳도 오랜시간의 중국교류와 화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중국상인들과 가게들이 많이보인다.




현진이가 오렌지 쥬스가 먹고싶다고해서 하나사줬더니 맛이 이상하다면서 먹어보란다.


한입먹어보니, 정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맛.


알고보니까 무슨 라임같이 생긴 과일인데 나에겐 안맞는 맛....그래도 아까워서 원샷...




오늘 우리의 목표는 100밧으로 저녁 해결하기였다.


10밧짜리 꼬치가 맛있어 보이길래 하나 사먹어 보았다.


그리고 세개 더 사먹었다... 뭔가 익숙한 맛이었는데, 뭐랄까 한국의 "궁중 떡갈비 너비아니" 맛이랄까?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자꾸만 군것질에 눈에가서 이것저것 입에쑤셔놓고선, 



줄이 엄청 긴 팟타이 가게가 있어서 무조건 줄을 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팟타이를 볶고있는 아주머니와, 옆에서 포장을 돕고있는 아들을 한참동안 넋을놓고 보고있었더니,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팟타이 하나를 포장해준다. 


30밧을 지불하고 건너편에 있는 닭백숙가게로 들어갔다.


똑같이 30밧을 지불하니 아주머니가 가게에 앉아있으라고 손짓을 하신다.



엉덩이가 의자에 닿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국물도 나오는데 맛이 꼭 삼계탕같았다. 


다만, 오리와 함꼐 끓였는지 기름기가 많다는게 단점이랄까? 


팟타이는 코코넛물로 볶았는지 코코넛향이 강했다. 아쉬운게 있다면 양이 조금 적다는것.


음식을 먹으면서, 내일 일정을 현진이에게 설명해주었다.


내일은 에어아시아를 타고 캄보디아로 향한다.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되었던 앙코르 왓으로!


저녁을 먹고 뭔가 아쉬워서 소화도 할겸 큰 도로가를 정처없이 배회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발만씻고 레드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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