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Ep.13 꿈에 그리던 앙코르왓! [일출편]

새벽 네시.


잠이 부족해도 한없이 부족하다.


어제저녁 설레는 마음에 새벽 두시까지 현진이랑 노가리 까다가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알람은 내 귀청을 찢어버리겠다는듯이 울어대고 있었다.


"가자" 라는 짤막한 말 한마디, 느그적 느그적 양치하고 세안은 쿨하게 패스한채 호텔정문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해뒀던 앙코르왓 투어 ($14).


뚝뚝이라 불리우는 삼륜 오토바이와 운전기사가 하루종일 동행하는 일종의 관광 패키지였다. 


타 회사와 다른점이 있다면, 우리가 가고싶은곳을 마음대로 정할수있고 숙소로 돌아오고싶을때 언제든지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점이었다.


약속시간보다 15분 이른 4시 15분에 픽업장소인 호텔정문에 서있는데 소박한 몸매에 눈알이 유난히 반짝이는 청년이 다가와선 악수를 청한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곧바로 출발. 혹시나 일찍 나올까봐 네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


몇마디 안나눴는데 벌써부터 이 친구가 마음에 든다.



어둑한 씨엠립을 신나게 가로지르는 뚝뚝이는 신기할정도로 안정감이있다.


앞에 유리가 없어서 바람을 그대로 맞는데 불쾌하기는커녕,


눈을 떴을때부터 5초간 한번씩 하품을 뿜어대던 나의 잠을 모두 쫒아버릴정도로 상쾌하다.


매표소로 보이는곳에서 10분간 줄을서서 하루이용권을 끊고 다시 뚝뚝이에 탑승.


울창한 산림욕을 지나서 우리는곳 앙코르왓 정문앞에 도달할수있었다.


 우리의 운전기사의 이름은 빤, 


자기는 뚝뚝이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아무때나 주차장쪽으로 걸어오면 자기가 찾아오겠단다.


이 많은 인파사이에서 날 찾겠다는 그의 말이 의심되었지만 일단은 앙코르왓을 빨리 보고싶어서 그가 말해주는 주의사항에 고개만 끄덕이다 "씨유쑨" 이라는 말과동시에 


경보로 이동했다.


가이드북에서도 앙코르왓과 일출을 담으려면 일찍가서 자리를 잡아야한다고 해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느릿하게 걸어가는 여행객들 20명정도를 제치고 서둘러서 사진으로 유명해진 물구덩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한방.


사진 후보정을 싫어하는 나에겐 자연 그대로의 채색이 가장 "인생샷"이라 불리우는 명샷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건기때는 물이말라서 연못에 비치는 앙코르왓의 절경을 담을수없다고 한다.


다행이도 우리가 오기전 비가 많이 와줘서 잔잔한 호수위에 수채화처럼 드리워진 앙코르왓의 양상을 카메라에 담을수있었다.



해가 높이뜰때까지 호수앞에 앉아서 멍을 때렸다.


내가 처음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항상 꿈꿔왔던 이 장소에 앉아있는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 탑 10에 올려두었던 앙코르왓! 



해의 위치가 변하면서 하늘색도 변하고, 앙코르왓의 돌무더기 색상도 변하는게 신기해서 사진을 몇장 더 담고,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서둘러서 앙코르왓의 중심부를 탐사하러 나섰다.




원래 여행할때 사전에 현지 역사에 대해 공부를 잘 안하는 편이지만 


앙코르 왓 다큐멘터리를 수시로 찾아보는 습관이 있어서 기본정보는 빠삭했다. 





앙코르왓은 900년전, 12세기에 지어진 크메르 왕국의 건축물이다.


처음엔 힌두교 사원으로 지어진 앙코르 왓은 힌두신들이 살고있다고 믿었던 히말라야 저편의 메루 산(Meru Mountain)모양을 본떠서 건축되었다고 한다. 


문명(civilization)이란 단어의 어원이 그럴듯 라틴어의 civis(시민) civilitas (도시); 100만명의 시민들과 1000제곱키로미터나되는 도시로 형성된 거대 문명이었다.



쉴새없이 '셔터 한번누르고 감탄 한번'을 반복하며 


사원내부의 이곳저곳을 누볐다.




특별한곳에 온 만큼 현진이에게도 특별한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서 


1일 모델로 임명하고 장시간 이동때문에 잃어버렸던 우리의 사진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사원 곳곳에 정교한 조각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훼손되어있거나 도난된 조각들을 보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악랄함과 물질적인 욕심을 비판하였다.



해가 낮게 떠 있어서 어둡게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이도 현진이가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있어서 반사판 역할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의도치않게 쓰고온 모자도 사진컨셉과함꼐 시너지 효과를 냈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구도와 나만의 스팟을 찾아 비좁은 통로도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고 



최대한 여행객들이 담기지 않은곳을 찾아헤맸지만


중국단체관광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앙코르 왓은 금세 자금성이 되어버렸다. 




김치맨은 김치를 해줘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념사진 한방.



뭔가 아쉬워서 아침에 갔던 연못으로 되돌아가서 사진을 몇방남기고,





앙코르왓을 뒤로한채 빤을 찾으러 출발~




정말 '항시대기를' 준수하고있는 서비스정신인지 빤은 우리가 정문을 나와서 두리번거리는 찰나에 뚝뚝이를 끌고 우리앞에 나타났다.


남문앞에 우릴 내려주고, 자기는 주차를 할수없다며 문 반대편까지 걸어오란다.




덕분에 앙코르 톰(Angkor Thom)의 남문앞에있는 다리위를 느긋하게 구경하고 





문 반대편에서 미소를 지으며 우릴 기다리고 있는 빤과 합류해서 앙코르 톰 중심부로 향했다.



빤의 작은 체구에 비해 그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듬직하고 늠름하다.


달리는 내내 간간히 뒤를 돌아보면 한번씩 미소를 지어주는 그의 모습이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하고 왜 그가 이런 직업을 택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몰던 뚝뚝이라며 소개하던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있었지만 너무 사적인 질문은 극히 돈으로 연류된 우리 관계에 금이가게 할수있는 행동이다. 


그는 내가 딱히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만의 소신을 갖고 서비스를 제공하는것이고 난 그저 감사한마음만 가지면 된다. 동정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나만의 페티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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