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8 유레카! 타이마사지!



"흐엉 배고파!"


여느때와 같이 배고픔을 못 이기고 침대에서 벌떡일어났다.


오늘은 바닷속 친구들과 교감을 하는 날.


중요한 날인만큼 다행이 컨디션도 좋다.


은혜깊으신 여직원누나의 배려 덕분에 적절온도의 에어컨바람을 쐬면서 넓고 푹신한 퀸베드에서 꿀잠을 잘 수 있었다.


너무나도 개운한 아침이다.


18살에 느꼈던, 세상을 바꿀 수 있을것같은, 그런 패기가 돋는 아침이다.



커튼사이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따갑지도 않은지,


대한민국 만세 자세로 자고있는 현진이를 뒤로한채 혼자서 방을 나섰다.


모레가 가득차서 꺼끌한 크록스를 질질끌고 텅빈 상점가를 누볐다.


새벽 7시 15분,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술취한 청년들로 붐비었던 번화가는 


따사한 햇볕이 드리우는 불가동피사체들의 그림자로만 가득했다.



엄지발가락을 괴롭히는 모레들을 빼려고 미친 다이아몬드스텝을 밟으면서


사이리 해변거리를 아무리 샅샅히 뒤져봐도 영업중인 음식점을 찾을수없었다.


포기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샌드위치샵으로 보이는 가게의 셔터가 열려있는게 보였다. 


"헬로~"


주방이란게 딱히 없는 가게라서 첫눈에 봐도 주인장이 없는걸 알 수 있었지만 예의상 인사를 하고선 가게로 들어섰다.


카운터앞에 서서 눈꼽을 떼며 메뉴를 찾았다.


계산기옆에있는 메뉴를 집어들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뭐먹지?"


그렇다, 난 주인도 없는 가게에 들어와선 맘대로 메뉴판을 찾아서 뭐 먹을지 고민하고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주문할거같이.


그렇게 5분동안 앉아있다가 더워서 벽에붙어있는 선풍기를 틀었다.


다시 5분동안 메뉴를 정독하다가


냉장고에있는 물을 따라마셨다.


그러다, 건너편 건물에서 한참 장사 준비를 하고있던 아주머니한테 다가가서 


"샌드위치가게 주인이 어디갔는지" 아냐고 물어보자, 


귀찮다는 표정을 잔뜩하시고선 따라오란다.


아주머니는 나를 이끌고 다시 샌드위치가게로 들어가선 주문을 받으신다.


아는지인의 가게인지 재료를 잔뜩 꺼내놓고선 나를 한번 휙 보더니,


알아서 만들어먹고 가란다. 


"네?"


라고 되물었지만 아주머니는 휙 돌아서서 아주머니의 가게로 다시 돌아가셨다. 그리고선 또 분주히 움직이신다...


아줌마 개멋있어.


잠깐 고민을 하다가... (뭐 먹을지...)


손을 닦으면서 가게안벽에 즐비하게 붙어있는 샌드위치의 그림을 정밀하게 분석한 후,


그림과 비스무리한 참치샌드위치와 햄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한술 더떠서, 현진이와 숙소에서 나눠먹기 위해서 은박지로 포장을 하고 주방을 정리했다.


그리고선 돈을 계산대위에 올려놓고선 마지막으로 가게를 휙 돌아보고선 생명줄이되어준 선풍기를 꺼놓은후 숙소로 돌아갔다.


잠에서 깬 현진이와 샌드위치를 나눠먹으면서 이 얘길 해주자,


별 감흥이 없다...


그저, "맛 괜찮네" 한마디를 던진채 오물오물 거리며 다이빙 나갈채비를했다.




반스다이빙에서 운영하는 장비렌트샵에서 스쿠바장비를 배분받은후 곧바로 다이빙보트에 올랐다.


갑판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깐동안 다이빙스팟 브리핑을 받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오늘의 다이빙은 현장학습및 실기시험을 같이병행하기로 한다.


비상상태에 대처할수있는 방법을 배우고 기본적인 스킬을 습득하는 과정. 


오픈워터 자격증에 도전하는 수많은 수강생들의 최고의 고비가 아닐까 싶다.


현진이는 명불허전; 물에들어가자마자 또다시 패닉상태에 빠진다.


수영장과는 다른, 


끝이 보이지않는 물속으로 뛰어든다는 공포에 휩싸인 현진이는 


현진이를 꼭 잡고 지도하려는 강사의 손길을 더 크게 저항했고,


정말로 소중한 다이빙타임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서야 진정을했다.


리치는 수업을 진행해야 해서 수고좀 해달라는 표정이 담긴 눈웃음을 지은채 현진이를 나에게 맡겼다.


가까이 가거나 도움을 줄 수 없어서 멀리서 마음만 졸이고 있던나는 현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옆에 꼭 붙었다.


하도 물밖으로 나가서 성에가 가득해진 마스크,


그리고 그 사이로 비친 현진이의 눈망울에는 아직도 두려움이 가득했다.


걱정되어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다행이도 손가락에 쥐 나도록 꽉잡은 내 손에서 그나마 안정감을 찾은지 저만치서 지휘하는 리치(강사)의 핸드 시그널에 현진이는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조금은 버벅거렸지만 실기시험도 잘 마치고


첫 오픈워터 다이빙을 무사히 마칠수있었다.




내가 중2때(2004년도) 이수했던 오픈워터과정과 꼬따오의 현(2015) 과정의 다른점이 있다면,


다이빙워치와 수중나침반 사용법과 다이빙루트 플랜의 개요를 가르켜 준다는 것이었다.


계획에없던 오픈워터과정을 밟은 덕분에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다.


그래, 이렇게라도 마스터과정과 펀다이빙을 못한다는 아쉬움을 달래야지...



두번째 다이빙에선 다행이 현진이가 능숙함을 보이며 조금은 두리번 거리며 


우리주위를 꿀발라놓은듯이 서성이는 물고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수심이 8m밖에 안되는 스팟에서의 다이빙이라 그닥 많은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세계에 있는 그 많은 다이빙스팟중 왜 꼬따오가 인기를 끄는지 알 수 있을정도로 좋았다.


오키나와에서도 보지 못했던 종류의 수많은 종류의 열대어와, 코랄리프 


그리고 다른곳에선 상상도 못했던 리프를 통과하는 해저터널 다이빙도 경험 할 수 있었다.



실기시험도 무사히 마치고 자축을 하기위해 


반스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간만에 칼질했다. 


캐나다에서 먹던 코끼리 허벅지만한 고기덩어리는 아니였지만


오랜만에 이사이에 끼는 소고기가 나쁘지않다.


이런 행복사이에도 여행경비를 생각하고있는 내가 싫지만


남은 경비를 생각하다가 현진이에게 또 쓴 소리를 했다.




"마사지 받으러갈래?"


여행경비 얘기 때문에 개무룩해 보이는 현진이에게 제안하자,


금세 또 얼굴이 피더니 고개를 격하게 흔들어댄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마사지샵에서 난 스포츠마사지를, 그리고 현진이는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주인아저씨로 보이는 아저씨가 허리와 등을 집중적으로 조물락 조물락하자,


뭉쳐있던 근육이 마법같이 풀리면서 여행의 피곤함이 스펀지의 물이 빠지듯 주르륵 몸을 떠나버렸고,


졸음이 한바가지 쏟아졌다.


아저씨의 능숙한 손놀림이 너무나 시원해서 베게에 침까지 질질 흘렸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마사지를 받아서 아저씨에게 엄지 두개를 투척하고선 내일도 오겠다 말 하고 가게앞 해변으로 향했다.


찰흙같이 고운 해변을 어슬렁거리며 걷고있는데 경치가 너무이쁘다.


석양이 제멋대로 빨갛게 칠해놓은 하늘이


술마신 여행객들의 머리가 둥둥떠다니는 바다위에 내려앉았다.



사진에 담으려고 열심히 찍어보지만,


재능이 없는건지 기술이 없는건지 모든 사진이 흐리게 나왔다.


금세 때려치고 


배에들은 거지님을 달래려 음식점으로 향했다.



오늘도 같은 음식점에 와서


같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발전이 없다),



같은 생각을 하며 (생각이 없다),



같은 음식을 먹고 (여전히 맛있다),



그리고 같은 동물과 교감한다.



때론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일상이 아니지만, 뭔가 반복적인 생활이 되어버린 꼬따오 여행.


하지만 내일은 다르다.


내일은 대망의 펀 다이빙.


실기도 끝내고 필기도 끝냈으니 이젠 즐기는 일만 남았다.


현진이도 긴장을 풀고 내일은 많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오후엔 꼬따오 탐방에 나설것이다! (드디어)



밥을 먹다가 문듯 나무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배를타고 세계여행을 같이 할 여행친구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부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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