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10 꼬따오 마지막날, 드디어 바다거북과의 교감!



아침 9시 반,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피곤함도 같이 몰려온거 같았다.


졸린눈을 비비고 현진이를 깨워서 바로 나갈채비를했다.


섬에있는동안 투어책자에서 강추로 한번씩 꼭 기제되어있는 Nangyuan섬으로 향해


따가운 햇빛을 등지고 섬의 북서끝으로 달리고 달린다. 


숲이 우거진길을 스쿠터로 20분여간 질주하자 Nangyuan의 표지판이 즐비하게 들어선 주차장에 도달했다.


주차장에서 부턴 신기하게 설악산 흔들바위만한 바위 사이사이 공간으로 길이 나 있었다, 


머리를 조심하며 돌길을 따라 바닷가쪽으로 하산을하자 시야가 탁 트이면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침일찍 달려와서 여행객은 없겠거니 했지만 중국관광객 네명이 팬티인지 수영복인지 알수없는 아랫도리를 입고 궁뎅이만 물밖에 내민채 스노쿨링을 하고 있었다.


물속에 살짝들어갔더니 사이리비치와는 달리 물이차다.


송이버섯이 팽이버섯이 되어버리는 추위!


스노쿨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접고, 


더위를 식힐겸, 땀을 씻어낼겸 물에 잠깐 들어갔다가 현진이와 나의 사진열정에 불을 지폈다.



누가보면 화보촬영을 나왔을 줄 알았을것이다


열심히 포즈 주문을 하면 현진이는 


"이렇게? 이렇게?" 를 외치며 사진촬영에 임했다.



'섬을 조금더 일찍 둘러볼걸..' 이란 후회를 하며 


아쉬움도 사진에 담아냈다.



현진이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스쿠바다이빙의 압박감이 크긴 컸나보다...



양팔을 쭉 뻗는 포즈를 주문하자 세상을 안았다.


갑자기 현진이가 한국에서 혼자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또 붉어진다. 


요즘 살이쪄서 찌찌가 형성되더니 여성호르몬분비율이 높아졋나보다, 쓸데없이 눈물이 많아진듯...


카메라 뒤에 숨어서 눈물을 훔쳐본다.



웃통을 벗고 물에 몇번 뛰어들었지만 더위가 가시지않아서


엄청 고급스러워보인 절벽위의 레스토랑에서 100밧짜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우리가 자주가는 음식점의 팟타이가 80밧이니까 엄청 고급진 아이스크림인가보다...


'맛은 그닥..'


식당의 테라스에 앉아서 넋놓고 바다를 바라보고있는것도 좋겠지만 오늘 우리의 목적은 스노쿨링 이었으니 다음 목적지로!


다음 목적지는 Tanote Beach.


샤크 베이에서 섬의 동쪽에 위치한곳인데 지도에도 길이 나와있지 않다...


가느다란 줄이 끊기는거 보니까 아무래도 비포장 도로일 가능성이 크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무조건 달렸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은 적중했다.


흙으로된 비포장 도로를 트랙션이 미흡한 오토바이로 미끄러지듯이 10분간 직하강했다.


위험을 감지했는지 내 어깨를 붙잡은 현진이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고


"괜찮냐?" 고 대여섯번 물어볼때마다 매번 


"응 괜찮아 조심해" 라며 셧더마우스하고 운전하랬다.


한참동안 먼지를 신나게 잡숴주고 이대로는 안될거같아 포기하고 되돌아가려는 찰나 리조트 같은곳의 입구에 도달했다.


정말 개미새끼 한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외진곳에서 매점을 운영하고있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서 길을 물어봤지만


아주머니는 영어를 못한다며 무조건 손사래만 치신다.


지도를 아주머니 코앞에 펼쳐놓고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자 아주머니는 자신도 저번주에 방콕에서 왔는데 현재있는 장소에는 트럭을 타고와서 자기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며 호통하게 웃어제끼신다...


이 모든 정보를 손짓발짓으로 전달하시는 아줌마도, 그리고 그걸 다 알아들은 나도 참 대단하다... 세계 공통어는 영어가 아니라 손짓발짓어로 추진해볼까하는...


'아....아줌마...'


조금 어의가 없었지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왔던길을 되돌아 올라갔다.


내려갈때는 몰랐지만 비포장도로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급경사에다가 협곡이라 불러도 과장되지않은 구멍들을 피하느라 손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어깨축지가 저릴정도였다. 


그렇게 지옥같은 비포장도로가 끝나고 포장된 길에 다다르자 반대편에서 오토바이한대가 다가왔다.


길좀 물어볼까해서 손을 흔들어 불러세워본다.


오토바이에서 내린건 프랑스발음이 섞인 영어를하는 백인커플.


다짜고짜 타노테 해변을 찾아가고있다고 말하자 자기들도 거기로 향한다며 따라오란다.


'아싸라비요'


커플은 독특하게 여자가 운전을 하고 남자가 뒤에서 여자의 허리춤을 포옹하고있었다.


차후에 대화를 해보니까, 자기들은 섬에서 이주동안 있었단다 그리고 타노테해변에는 큰 돌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서 절벽다이빙을 할 수 있다며 자기들은 그거때문에 오늘 타노테해변을 방문한단다.


역시 외쿡애들은 위험하다싶은건 꼭 다 한다. 



타노테해변은 수년간 부식된 산호로 형성된 새하얀해변이었다.


다시말해, 신발없이는 절대 걸어다닐수없을정도로 뾰족한 산호무덤.


스노쿨링을 서둘러서 하고싶어서 옷을 해변에 훌러덩 벗어던져놓고 오리발을 헐레벌떡 끼고선 바로 물에 입수했다.




스쿠버다이빙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서 현진이가 혹시나 버벅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마우스피스 클리어링과 물에 떠있는 방법을 가르켜줬더니 곧잘 따라했다.


바다가 너무 맑아서 수심 20미터는 족히 보인다.


타노테해변은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지형이다. 


시퍼런 바다가 무서웠던지 현진이는 지레 겁을 먹었지만 내가 손을 잡고 끌고 다니니 덜 무서워했다.


열심히 스노쿨링을 하고 있는데 진짜 거짓말보태 100마리가 넘는 물고기들이 어떤 한사람을 따라다니는걸 목격했다.


물속에 있어서 뭐라 말도 못걸고 그저 신기해서 물에 둥둥떠서 한참을 쳐다보고있는데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움켜쥐고있던 주먹을 펴보인다. 


내 손을 펴보란 시늉을 해서 그랬더니 노란색 물체를 내 손에 쥐어주고선 한번 씩 웃더니 유유히 사라지셨다.


'이게 도대체 뭐지?' 하고 아저씨가 손에쥐어준것을 펼쳐보자 


다름아닌 바나나였다.


열대어들은 바나나를 좋아하나보다... 정말 개신기했다.


바나나를 손에 펼쳐보이자 물고기들이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진짜 좀비들처럼 미친듯이... 


조...조금 무서웠다.


그도 그런게 현진이는 바나나를 쟁취하려는 물고기한테 손가락을 물렸다.....


'내 꼬추를 안물린게 천만다행....'


바다쪽으로 조금 더 멀리 가보고싶었지만 현진이는 무조건 "안되"를 외쳤다.


아쉽지만 열심히 발장구치며 해변으로 복귀.


비포장에서 힘을 다 써버리고, 물놀이까지해서 그런지 힘들었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달렸다.



꼬따오에 있으면서 섬을 돌아다니지 않은 4일동안은 섬 주변정보를 엄청 열심히 수집했다. 


지도도 여러개 비교하면서 제일 디테일한 녀석을 골라서 들고나왔더니 길찾는데는 어렵지가 않았다.


타노테를 찾아가는길에 봐 두었던 전망대로 향했다.


걱정과는 달리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의 로드컨디션은 최고.


처음엔 무슨 저수지 같은게 나오길래 실망을 했지만, 절벽쪽으로 걸어가보니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테라스가 멋드러진 카페가 있었다.


주인장아저씨는 점심을 드시려는지 부엌에서 한참 요리를 하고 계셨다.


허기졌던 나는 침을 질질흘리며 메뉴판을 스캔했지만 음식은 없고 음료만 있었다.



산정상에서 그것도 해가 제일 뜨겁다는 12시에 우리의 사진에대한 열정은 엄청났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겠다며 뙤양볕아래서 삼십분간 사진촬영을 했고,


카페옆에 설치되어있는 조형물을 배경삼아 몇십장의 사진을 남겼다.


둘이같이 사진을 찍고싶었지만 한동안 아무도 전망대에 오지않아서 포기하고 내려갈려던 찰나 백발을 휘날리며 도착한 노부부에게 부탁을 해서 다행이도 사진한장을 남길수있었다.


노부부와 대화를 조금 해보니까 자기들은 타노테 해변 옆에위치한 Ao Leuk 해변에 숙소를 잡았는데 거기도 멋있다며 강추를 하신다. 


나도 타노테해변을 강추 해드리고 혹시라도 우리처럼 헤메실까봐 지도를 펼쳐 길을 알려드리고 빠빠이를 했다.


뱃가죽이 등가죽이랑 딥키스를 해댈무렵 사이리해변으로 돌아왔다. 


선스크림을 부침개 계란옷입히듯이 고루고루 잘 발라줬지만, 하루종일 뙤양볕아래서 놀아서 그런지 현진이와 나는 벌겋게 익어있었다.


숙소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한국에서 챙겨온 알로에크림을 발라보지만 소용이 없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다며 군대샤워를 하고선 이젠 집밥같이 느껴지는 Duck99 음식점에서 팟타이와 쌀국수를 흡입해주시고선 다시 숙소로 돌아가니 오후 세시쯤이 되었다.


"잠깐 낮잠도 자고 숙소에서 쉴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꼬따오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더 보고싶어서 현진이를 데리고 또 달렸다.



우리가 다음으로 향한곳은 어제 잠깐 들렸던 샤크베이.


지도를 보니 상어와 바다거북이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고 표시되어있었다.


별 기대는 안했지만 일단 입수!


현진이 손을 잡고 열심히 휘젓고 다녔지만 타노테해변만큼 깊이가 있는 지형이 아니여서 볼게 별로없었다.


"이제 그만 갈까?" 라고 말을하려는 찰나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뱃사공이 손을 엄청 흔들어 대면서 "터틀" 을 외치는 거였다.


'뭐시여!!!! 바다거북!!!??'




발에 모터를 달고 한참을 바다쪽으로 나가보니 수심이 금세 깊어졌다.


'아하!' 바다거북은 아무래도 뭍쪽은 피하다 보니까 수심이 조금 있는곳에 출몰하는듯했다.


뱃사공아저씨가 손가락을 가르키는 곳으로 다이빙을 하자 거대한 생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지출처 WWF


진짜 대박 레알 거대했다.


코딱지만한 거북이를 예상했지만 진짜 내 몸집보다 더 컸다.



100년은 족히 됬을법한 거북이는 내가 아무리 옆에서 알짱거려도 느릿한 몸짓으로 산호를 씹어먹으며 만찬을 즐기셨다.



물속에서 막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서 호흡이 곤란해질뻔한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아쉬운점이 있다면 수중카메라가 없어서 인증샷을 못남겼다는 것이다...



그저 나의 기억 한켠에 남아주기를.




오늘도 어김없이 노을을 보면서 아이스커픠를 한잔 드링킹했다.


밀린 일기도 써보고. 



감사함을 느껴본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배가 고팠던 현진이와 나는 꼬따오에서 유명하다는 햄버거 가게에 들려서 버거 두개를 해치웠다.


진심 내가 살면서 먹어본 햄버거 중에서 (미국에서 먹었던 심장마비 햄버거 보다도) 고기비중이 제일 컸던거 같다...


300밧이라는 거금이었지만 꼬따오를 하루밖에 관광하지 못한것에대한 아쉬움을 햄버거로 채워버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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