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Ep.9 꼬따오 탐방기.

새벽 7시.


오늘은 어쩐일인지 현진이가 먼저 일어나서 나갈채비를 하고있었다.


"아침 어떻게 할까?"


라는 현진이의 질문에 벽에 걸어두었던 바나나 (탁자위에 놓으니 개미가 꼬여서 창틀에 걸어두었다) 하나를 집어들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짤랑 짤랑'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 마트가는 느낌으로 동전을 흔들어대며 어제갔던 샌드위치샵으로 직행.


원래 배낭여행을 갈때마다 동전주머니를 항상 챙겼는데, 


이번여행은 비자문제로 급하게 챙겨나오느라 까먹고 사촌형이 터키에서 사다준 코끼리 동전지갑을 미쳐 챙기지 못했다.

 

샌드위치샵은 오늘도 주인없이 손님을 맞이한다.


다른점이 있다면 선풍기가 홀로 탈탈거리며 돌아가고있었다.


자연스레 물 한잔을 따라마시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놓고 빵에 버터를 발라 토스터기에 투척!


빵이 구워질때까지 기다리며 가게를 둘러보았는데,


벽에걸린 사진에는 어렷을적 동네 아가씨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을법한 아자씨가 환하게 웃고있었다.


사진들이 대부분 여행지에서 찍은걸로 보아하니 주인아저씨도 여행광이가 아니였나 추측해본다.


빵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참치를 듬뿍 올리려는 찰나 


얼굴에 머드팩같은걸 덕지덕지 바른거같은 여학생이 쓰레빠를 질질끌며 가게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나도모르게 손님에게 대하듯 인사를 건넨다,


"하이 굳모닝 하우어유?"


여학생도 허여멀건한 한국놈이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게 신기했는지 흠칫 하더니 이내 수줍어한다.


샌드위치를 능숙하게 만들고 은박지로 포장을 한 후 


토마토가 부족하길래 토마토도 썰어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는사이


계산대앞에 뻘줌하게 서 있던 여학생은 손님인지 놀러온건지 헷갈리게 가게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도마를 깨끗히 정리하고 손을 씻고 돈을 계산대위에 올려놓자 여학생은 내 얼굴을 한번 휙 보더니 씩 웃고선 자기 주머니에 돈을 넣었다.


".....뭐지....?"


설마 직원일까 싶어서 "유 워킹 히어" 라고 물어보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쏘리...?" 뭐가 미안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사과를 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게를 나서려는데


여학생이 "유 스쿠바다이브, 노 타임 아이 노우. 노프라블럼" 이라며 다 안다는 식이었다.


우리사이에선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상황이 너무 웃겨서 난 그냥 웃어제꼈다.


'낄낄낄 큭큭큭 에헤헤헤헤헤'


머리를 긁적이며 호통하게 웃고있는 날 보고선 여학생도 상황이 웃겼는지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어제와 같이 장비를 챙겨서 배위에 올랐다. 


파도가 심해서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는 배 위에서 브리핑을 받는내내 현진이는 안색이 안좋아보였고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멀미가 심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동시에 현진이는 배옆으로 달려가 아침에 먹었던 샌드위치를 뿜었다.


혹시라도 다이빙 스팟에 근접해있을까봐 현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등을 때려줬더니 


내장을 쏟아낼 기세로 웩웩거렸다. 


"오늘 물고기들 뷔페먹겠구먼"


아침에 먹었던걸 다 쏟아낸 현진이는 급속도로 안색이 좋아졌고


뻘줌해하는 현진이에게 말장난을 걸었다.


"오늘 물고기들 뷔페먹겠는데?"



우리팀엔 리치와 리치 친구 두명이 합류하고 특별히 수중영상 제작하는 친구를 섭외해와 총 네명의 다이브마스터가 같이하게 되었다.


리치와 친구둘은 서로 엄청 친한지 진짜 골 때리는 장난을 많이해댔다.


특히 대머리와 수박만한 뱃살이 특징인 마스터는 생긴건 브루스 윌리스 닮아서 난폭하게 생겼는데


노란색 곰돌이푸 옷을 즐겨입는 귀여운 아저씨였다.



리치는 귀여운 딸내미를 둔 아빠지만 하는 행동만 보면 장난많은 중고딩정도로밖에 보이지않는다.


그렇다고 절대로 팔랑거리는 캐릭터는 아니다.


장난이 많다가도 중요한 얘기를 할때면 카리스마가 줄줄 흘렀다.




삼층으로 된 다이브보트는 두팀이 같이 사용할수있을정도로 규모가 컸다. 


우리와 보트를 쉐어하게된 다이빙팀은 어드벤드스그룹인듯 싶었다.




보트의 시설과 일하는 직원들의 능숙함을 보니 


체계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늘의 다이빙은 18m의 깊이까지 내려가는 펀다이빙.



시험을 통과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졌는지 모두들 싱글벙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리치도 현진이가 숙련된 모습을 보이자 마음이 놓였는지 선두에서 이리저리 휘졌고 다니면서 바위틈 사이에 숨어있는 바다친구들을 보여줬다.


반스다이빙스쿨 로고인 엔젤피쉬, 바위틈새에 숨어서 빼꼼빼꼼 얼굴을 보여줬던 가오리, 


니모를찾아서 영화에 나왔던 클라운피시 그리고 새끼 클라운피시


등등 30여종이 넘는 바다친구들과 유유히 수영을 하고 


재주를 부리며 수중촬영에 임했다.




내가 스쿠바다이빙을 하면서 느꼈던 쾌감과 행복을 현진이와 공유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매번 "진짜 재밌지?" 라고 물어보면서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기쁨의 눈물을 웃음과 함께 삼켜냈다. 


너무 행복했다.


지난 4년동안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달려왔던지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려는 인연을 너무나도 꼭 붙잡고 있었기에 난 행복했던 순간마져도 즐길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단 이 순간을 즐길수있다는 것만이 너무 감사했다. 



스쿠버다이빙이 늘 그렇듯 너무 빨리 끝났지만.


아쉬운 감정은 전혀 없었다.


그저 앞으로 내 여행에서 생길 수많은 일들과


나와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행복을 함께 공유하게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분명히 피곤할수도 있는 날이었지만 에너지가 몸에서 넘처흘렀다.


매번 가는 Duck99 음식점에서 팟타이를 또 한접시 해주시고 수영복과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서 오토바이에 올랐다.


망고베이라는 스노쿨링 스팟이 있다길래 지도를 머리에 입력하고 섬의 북쪽으로 달렸다.


언덕길을 신나게 달려 산 중턱에 도착했는데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경사가 80도는 족히되 보이는 길목에 들어섰더니 우리처럼 붕붕이 스쿠터를 같이타고 급경사 구간 앞에서 정지해있는 커플을 만났다.


길좀물어볼까해서 이 길이 망고베이로 가는길이 맞냐고 물어보자 그렇단다.


왜 안가고 있냐고 물어보니 길이 너무 험하고 오토바이가 힘이 없어서 못갈거같단다.


우리의 오토바이를 슬쩍 쳐다보더니 "너희거는 125cc니까 올라갈수있겠는데?" 라며 먼저 가보란다.


뒤에타있는 현진이를 돌아보니 고개를 절래절래, 위험한건 하지말자며 돌아가잖다.


시동을 끄고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도를 한번도 훑어봤다.


숙소에서부터 이동한 거리를 앞으로 가야 할 길이와 대조해보니 아직 한참이나 가야한다,


짱구를 굴려보니 '미친짓' 이라는 판단이 섰다.


쿨하게 오토바이를 돌려서 왔던길을 되돌아 간다. 그리고 섬의 동쪽끝에 적혀있는 샤크베이로 향한다.




사이리비치를 기준으로 15분정도 꼬따오 섬 동쪽 끝으로 달렸다.


무작정 직진으로만 달리다보니 샤크베이(Shark Bay)라는 곳에 도달했다.


같은섬이지만 샤크베이는 사이리비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해변까지 가 볼까 생각해봤지만 너무 더워서 인증샷만 남기고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오는길에 봐 두었던 일본음식점으로 향한다.



현진이는 녹차 아이스라떼를 시키고



돈까스와 치킨야키소바를 시켜서 흡입.


조금 야박하게 주는 공기밥이 아쉬워서 밥 한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고선 밥을 한공기 더 시킬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왔다.


섬주변을 조금더 방황해볼까 생각해 봤지만 저녁에는 스쿠버다이빙팀과 펍에서 파티를 열기로한 약속이 생각났다.


아쉽지만 사이리비치로 돌아갔다. 가는길에 대형마트도 눈도장찍어놓고 선착장에 즐비했던 레스토랑에 잠깐들려 밀크쉐이크와 쥬스한잔을 사먹고 바로 펍으로 향했다.


해가 지고 매번같은 그림같은 노을이 지평선까지 펼쳐진 하늘에 드리워진다. 


반스다이빙리조트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펍에갔더니 벌써 모두들 한잔씩 한 분위기였다.


현진이를 너무나도 자상하게 지도해줬던 리치가 고마워서 내가좋아하는 flaming doctor pepper 두잔을 시켜서 단숨에 들이켰다.


두 남자의 묵언의 이해와 고마움 그리고 알겠다는 제스쳐가 오가고 난 리치에게 현진이를 잘 이끌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정중하게 감사를 표현했다.


"My pleasure"라며 악수를 건네는 그는 내손을 두손으로 꼭 잡고선 넌 좋은 동생이라고 말해온다.


지랄맞은 눈물이 또 눈시울을 붉혀와서 화장실을 가야한다며 도망쳤다.


30분정도 술을 마시며 어울리고 있는데 우리의 스쿠버다이빙 영상을 상영한다고 옥상으로 모이란다.


우리의 영상을 보면서 서로의 얼굴이 나올때마다 박수를 치며 깔깔 웃어댔다. 


현진이가 뒤떨어져서 혹시나 우리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우리와 함께했던 수강생들은 모두들 현진이가 영상에 나올때마다 더 환호해주고 박수를 쳐줬다. 


너무 고마웠다.


한참을 떠들고 웃다가 내일일정을 또 소화하기위해서 현진이와 둘이 먼저 펍에서 빠져나와 바로 딥슬립에 빠졌다.


꼬따오에서의 하루는 너무 빨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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