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시아| EP.1 인생여행 후 4년만의 해외여행.

살면서 수많은 일들을 벌려만 놓고 끝맺음을 짓지 않은 내게, 5년이란 짧지않은 시간동안 열중하였던 글쓰기 취미를 일절 중단했다는 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변명과, 정당한 사유가 적절히 버무려진 이 진취적인 글을 시작했다는 건 분명 그만큼 큰 결심과 목표도 생겼다는 것일거다.
하지만 큰 약속은 하고싶지 않다. 며칠 못 가 다시금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2019년 7월 21일부터 내 삶은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다 담을 수 없는 다사다난이었다. 인생의 두번 째 이민, 결혼, 그리고 지금의 커리어에 닿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일들. 주막에 제대로 자리잡고 앉아,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는 사람을 붙들고 짤막하게 썰을 풀자하여도 꼬박 일주일 밤을 지새워야 할 만한 분량이 될 것이다. 

이민

정확히 말하자면 역이민이다. 분유가 한참 맛있던 난 사납디 사납다는 회색곰이 와도 줄행랑 친다는 말코손바닥사슴이 사는 단풍국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던 와중, 우울증 치료랍시고 떠난 순례길에서 만난 여신과의 장거리 연애를 4년동안 하다, 가방 세개만 들고 모국으로 역이민을 오게 되었다. 

이민 짐이 단촐하다

결혼

장거리 연애 3년이 되던 해에 발칸에서 재회를 가졌던 여행중에 슬로베니아에 있는 블레드 호수의 작은 성당에서 뜬금없이 청혼을 하였고, 그 이후 꼬박 2년이 지난 2020년 12월에 평생 함께하자는 약속을 나누었다.

동화책의 삽화같은 모습을 가진 블레드 호수
블레드 호수의 마리아 승천 성당. 사랑하는 여인을 업고 99개의 계단을 오른 후 성당의 종 세번을 울리며 가장 고귀한 혼이 맺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생활

넓게 풀어 한국생활은 쉽지 않았다, 허접한 알바도 해봤고 수많은 인터뷰와 인턴, 다양한 직군을 거치며 한국에서 경제생활을 경험했지만 검머외의 '다름'이란 극복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대표의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커리어의 실무,기술경력을 쌓고 있는중이다. 

카미노에서 만난 형님 덕분에 시작한 코엑스 알바
한국에서 최악의 기억으로 남은 직장생활
이제는 대표

글도 내용도 너무 중구난방이라 혼란스럽겠지만, 앞으로 써내려 갈 글들에 자연스레 녹아내릴 예정이니 걱정(?) 안해도 될 것이다. 

(내 자신에게 하는 말) 가볍게, 쉽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5년만에 다시 시작하니 만큼 질리고, 지치지 않도록. 


소아시아 [Asia Minor]

여행지도 선택과 집중이 따르는 법. 4년만에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신중한 선택을 해야했다. 윗니와 나에게 너무나 좋은 추억을 남겨주었던 발칸과 접견해 있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한번 오고싶었던 산토리니를 포함 시킬 수 있는 여행. 서구문명, 현대문화, 철학의 발상지, 문학의 줄기 등 수 많은 수식어가 붙은 지역이면 우리의 메말라 있던 여행세포를 일깨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스에서 시작하여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터키를 마지막으로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루트를 짜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만들어낸 결과물:

이것이 정녕 극P의 여행계획서란 말인가

난 극P다 MBTI의 그 즉흥적이고 계획을 극혐하는 극 P란 말이다. 그런 내가 이런 파워 J적인 여행계획서를(워드로 14장 분량이었다) 세웠다는 건 그만큼 이번 여행이 중요했다는게 아닐까?

내 나이 서른셋. 적지도 많지도 않을 나이지만 모험&가성비와, 편안함의 선택의 기로앞에서 이제는 조금씩 편안함과의 타협을 두고 고심하게 된다. 나도 바퀴달린 가방 끌고 뽀송한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기고 싶다. 그래도 해온 습관이 무서운지라, 이번에도 등에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출발하는 전날 밤 까지도 나는 여행을 부정하였다. 마치 다음 날 일어나면, 어떤 사유로 인하여 여행이 취소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날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를 물어오면 정말 격양된 어투로 특정 나라를 욕할 수 있겠지만, 인도여행을 통해 습득해 온 Karma를 굳게 믿고 있는 난 분명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모든것은 분명 똑같은 되값음을 돌려받을 거라 생각하여 생략하겠다.

 

가장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길었던가...
4년만에 오는 인천공항

사우디아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 우리는 온라인 사전체크인이 안되는 걸 확인하고선 출발시간 4시간전에 공항에 도착 해 라운지에서 여유로운 출발을 갖으리라 계획했지만, 도깨비 시장마냥 혼잡한 라운지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아 그냥 출국장에서 멍때리기를 선택했다.

멍때리기 스킬이 줄었나보다... 계속되는 기다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여권을 꺼내게 될 날이 올 줄이야..

20대 때야 돈이없고 시간은 많을 때라 장시간의 환승도 서슴치 않았는데, 돈은 여전히 없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30대엔 환승시간에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다. 그저 지루하고, 그저 피곤하다. 더군다나 새벽환승이라니...

허세는 여전하다. 원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때가 된거라 한다. 장수 할 운명이다.
리야드에 있는 티미, 4년만에 보니 반갑다.

기내에서의 시간은 30초간의 기절과, 짜증섞인 기상의 번복이었다. 앉아서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무엇보다 소음에 예민한 예민보스라 이동하는 19시간 내내 비행기가 이렇게 비좁고 불편했었나? 하는 질문을 수도없이 되새김질했다. 이것도 오랜만에 하려니 익숙치 않나보다.


오랜만에 끄적이다 보니 두서없는 글의 좋은 표본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필력이 없었나? 하는 고민조차도 낯부끄러운 실력이다. 이것도... 하다보면 익숙해 지겠지...

반응형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