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 Ep.7 다리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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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론세스바예스-[주비리]-라라소아냐. 거리:27.4km.



새벽 3시.


주위에서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어서 눈을 떳다.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계단 옆 소파에 앉아 인스타그램에 일기를 올린다.


삼십분즘 지났을까?


나처럼 잠귀가 밝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한가족이 되었다.


그 중 한놈은 내 침대 건너편에서 자던 멕시코 녀석.


주위에 코골이가 너무 많다며 칭얼댄다...


"너도 코 엄청 골거든!!!!" 이라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쓴 웃음을 지어본다.





그렇게 한참을 밀린 일기를 쓰다가 5시즈음에 배낭을 챙겨메고 다시 계단쪽으로 가서 (계단쪽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무릎과 발 치료를 해본다.


하루만에 무릎이 나간게 믿겨지지 않는다.


배낭의 무게도 무게지만,


젊은피 따라간다고 하얗게 불태웠던게 관건이었나?


무리를 해서라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내 체력을 앞섰나 보다.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아파오는 무릎에 보호대며, 약이며, 좋다는 약은 다 쳐바르고선


'또 오늘만 견뎌내면 내일은 어떻게 되겠지' 라는 기약없는 생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한참을 앉아서 느긋하게 배낭을 싸고 있는데


생장에서 잠깐 보았던 한국커플이 보인다.


노랑머리가 눈에띄는 남성분과 자꾸 눈길이 가는 여성분.


담소를 나누며 오늘의 일정을 물어보니 주비리까지 가 보고 라라소냐까지 갈 수 있으면 가겠단다.


또 뵙자며 인사를 나누고 준이와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비상식량으로 챙겨온 미숫가루와 어제 먹다남긴 바게트 빵을 아침으로 먹기로 한다.


일단은 내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게 목표이기 때문에 비상이건 아니건 무조건 먹어치우는게 급선무다.


준이와 나는 눅눅해진 바게트 빵과 말라비틀어진 하몽을 입에 쑤셔 넣으며 하루의 계획을 세워본다.


주비리까지는 25km 그 다음 마을은 27.4km.


완만한 길이라며 위안을 삼지만, 어제의 고통이 아직 뼈속 깊이 울려온다.


준이와 내가 많이 친해보이나 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친구랑 같이와서 좋겠다며 부러운 눈빛으로 씁슬한 미소를 짓는다.


나 역시도 혼자 오른 길에 끝까지 혼자가 될 까봐 두려움이 있었다.


한달이 넘는 시간을 혼자하면 아마 중간에 포기 할 거라 걱정도 하고 있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사를 나누고, 동생이란 이유로 챙겨주고, 형이란 이유로 내게 맞춰준다.


준이랑은 가치관이 잘 맞는 이유도 있지만, 난 무엇보다 준이의 듬직함과 날카로운 결단력,


그리고 갈등앞에서 쭈볏거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모습에 반해있었다.


동행에대한 별다른 상의없이, 한걸음씩 같이 걷게 되었고 한명이 늦춰지면 잠시 내 발길도 멈추어 뒤 돌아보며,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 각별한 사이가 되어있었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출발하려는 찰 나


독특한 한국분을 만났다.


텐트를 들고 다니면서 쉬고 싶을때 쉬고 걷고 싶을때 걷는다는 그는


작은 체구에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진을 한장 부탁하고 길 위에서 다시 보자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준이와 출발을 힘껏 외치고 다음 마을을 향해!





새벽에 삐걱거리던 무릎의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걸을만 하니까 신이나서 속도를 내 본다.


론세스바예스를 빠져나와 처음 지나간 마을 부르게(Burguete).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작은 마을들을 통과하는 카미노 스러운 카미노 길에 올랐다.







한시간 즈음 열심히 걷다가 준이도 새로 사온 부츠에 뒷굼치가 쓸리는지 재정비가 필요하다해서 잠시 멈춰섰다.


잠시쉬다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멀리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바욘에서 택시를 같이 잡아탔던 홍만이 누나와 배불뚝이 커플이다.


셋은 같이 걷기로 했나보다.


아침인사를 나누고 "같이 택시탈래?" 라고 말장난을 걸어오는 할아버지께 10유로씩 내고 여기서 타고 가자며 받아친다.


카미노 길이 하나인 만큼 앞으로도 자주 만나리라 예상해 본다.





도시들이 다들 아담하다.


농협같은 대형마트 하나없는 이곳에서 뭘 먹고 살지 궁금하다.


분명 바게트와 올리브오일만 퍼먹고 살겠지...






열심히 걷다가 아침에 인사했던 한국인 커플과 다시 마주쳤다.


준이와 나도 뛰다싶히 엄청 열심히 걸었는데 우리 앞에 있다는건 그들도 기본체력이 좋다는 말이었다.


"저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인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준.


그들을 따라잡자는 마음으로 엄청 열심히 걸었다.


그렇게 다섯시간정도를 묵묵히 걷다가 피레네를 이어 다시한번 내리막길 구간과 맞닥뜨렸다.


"준아... 먼저 가... 형 천천히 갈게. 주비리에서 보자"


어제처럼 준이를 지체하고 싶지 않아서 먼저 보냈다.


녀석 기다렸다는듯이 쌩~하고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간다.


금세 풀숲너머로 사라지는 준이의 뒷모습을 보며 힘이 빠졌다.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심을 갖고 살던 내가 뒤쳐지다니...





준이와 작별한지 한시간만에 주비리마을의 입구에 있는 다리위에서 다시 재회를 했다.


뙤양볕 아래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듯 조금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짜식 의리하나는 끝내준다.


주비리에있는 상점에 들려 음료로 더위를 달래본다.


부츠를 벗어서 발을 체크하고 있는 나에게 준이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형, 더 가실 수 있으세요?"


마음은 벌써 주비리를 출발해서 라라소아냐를 향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부츠에 쓸리는 뒷굼치에선 피가 주르륵~


"준아 잠시 쉬었다 생각하자..."


앉아있는데 홍만이 누나가 분주히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다리위에서 만났을때 누나는 주비리가 자신의 한계라며 오늘은 이 마을에서 스탑할거라 했다.


라라소아냐까지는 2.4.


빨리걸으면 30분이면 도달 할 거리다.


금방이라도 떠날것같이 짐을 챙기는 준이를 보고있자니 쓸데없는 승부욕이 발동 되었다.


"그래! 가자! 뭐...가다 못가면 기어가면 되지!"


준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주비리를 떠나면서 생장에서처럼 다시한번 '돌아오지 못하는 다리'를 건넜다.


더 더워지기전에 서둘러서 라라소아냐에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순례객들보다 먼저 도착해서 시설이 좋은 알베르게에 묵고싶다.


주비리에서 라라소아냐까지의 길은 공장부지와 비좁은 풀 길의 연속이었다.





물도 동이 나버리고,


너무 더워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하루종일 스페인의 따가운 햇빛에 달궈진 시멘트 바닥이 온돌방 바닥마냥 따숩고 너무 좋다.


준이랑 둘이 나란히 누워 내리쬐는 자외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카미노에서 겪는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뒤돌아 보면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으로 변해있겟지.






이 길의 끝에선 좀 더 나은 내가 서 있길 바란다.


그래서 카미노에서 한없이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싶다.


행복한 나를 다시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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