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2. Ep.8 순례자 요리대전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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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소아냐에 가는 길.


부츠를 벗어서 옆에 흐르는 강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잘못된 신발을 선택한걸까?


보통은 트레킹화와 운동화를 신고 카미노길 위에 오른다고 한다.


이래라 저래라 전문가들의 말이 많지만, 카미노에 맞는 신발이란 없다


그저 자기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선택해야한다.


내 경험상으론 배낭의 무게를 견딜수 있는 신발은 등산화밖에 없다.


10년간 나와 함께한 등산화를 믿을 수 밖에 없다.


인도의 시궁창도, 캐나다 겨울산도, 그리고 백번도 넘는 산행을 견뎌내며 물 한방울도 새지 않았다.


그랬던 녀석이 카미노에서 문제를 일으키다니...






부츠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장서던 준이가 멈춰섰다.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며 아재 답게 흥얼거렸다


"들어는봤냐~~~ 라라소아냐~~"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하고 다리부터 확인했다.


뒷굼치에서 눈물이 피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다행이도 발바닥에는 물집이 하나도 없다.


다른 순례객들은 물집과의 전쟁이라던데...


역시 등산화가 발목을 잘 잡아줘서 발가락이 쓸릴일은 없다.





뜨거운물로 샤워를 하고 곧바로 손빨래를 해 놓고 알베르게 앞에있는 벤치에 발라당 누워버렸다.


하나, 둘 우리를 뒤따라 도착한 순례객들이 이십분전의 나와같이 지친 얼굴을 하고 뽀송한 상태로 누워있는 날 부럽게 바라본다.


그 중, 백인7명이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수영하러 가겠다고 난리 법석이다.


"물 엄청 차갑던데...." 라고 넌지시 일러주자


"더워서 괜찮아, 같이갈래?" 하며 물어오길래 손사래를 쳤다.





잠시 쉬고있다가 준이가 빨래를 마치는 동시에 마트에 가기로 한다.


걸어서 오분도 채 안되는 작은 마을, 그 마을 끝에 작은 상점겸 펍이 있었다.


온 동네가 떠나갈정도로 왁자지껄한 펍에 들어서니 아까 그 외국인들 7명이 한데앉아 술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너네 수영간다며?"


"귀찮아서."


이유도 간단명료하다.


분명히 술 한잔하자고 앉았다가 눌러 퍼진게 분명하다.


녀석들이 하도 합석 하라고 아우성 이길래 맥주 한캔을 골라 계산대로 갔다.


주인장 아저씨가 계산에는 관심이 없고 와인을 한병 꺼내 들더니 플라스틱 컵 세잔에 와인을 가득 채운다.


그러곤 잔을 들고서 마시라는 다자고짜 "Salut!" 을 외친다.


얼떨결에 잔을 들고 입에 털어넣었다.


체리향과 짙은 포도맛, 단 내와 싫지않을 정도의 떫은 끝 맛. 엄청난 명품이다.


눈이 동그래진 나의 모습을 보고 주인장 아저씨가 웃는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 한병을 계산에 추가한다.



술이 들어가고, 가게 구석에 기타가 있길래 집어든다.


주인장 아저씨가 틀어놓았던 노래를 끄고 바람을 잡아준다.


"자~ 매일 오는 공연이 아닙니다."


취기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노래를 불렀다.


아는 노래가 나올때마다 잔을 들어올려 보이며 같이 노래를 불러 주는 젊은 친구,


조용히 눈을 감고 분위기에 취해 생각에 잠긴 노인네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고있는 주인장.


노래가 끝나자 주인장 아저씨는 와인 두병을 공짜로 내 주셨고 한참을 그렇게 마시며 떠들다가 저녁거리를 사 들고 알베르게로 돌아왔다.





주방에서 이상한 요리 대전이 열렸다.


워싱턴에서 온 미국녀석은 콩,치즈, 그리고 토마토 퓨레를 곁들인 빠에야를 만들었고.


난 초리조를 넣은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었다.




티비에서 본건 있어서 쉡들이 나와 요리를 장황하게 설명해줬다.


유쾌한 녀석들이다.


일찌감치 잠에 드려는 다른 순례객들에겐 미안했지만


두시간이 넘게 식사와 술을 마시며 떠들고 놀았다.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된 이 녀석들 이외에도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잠깐 인사했던 수염둥이 한국분,


그리고 나이가 좀 있어보이시는 한국 남성분도 함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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