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4. Ep.13 히치하이크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Four
Episode Thirteen
2 0 1 6. 0 6. 0 6
Hitch-hike





용서의 언덕을 지나


카미노 길 위에서 만나는 두번째 마을. 무루자발(Muruzabal).


마을내에 딱히 그늘도 없고, 쉴만한 곳도 없어서 다음 마을로 서둘러 이동하려는 중


마을 끝자락에있는 잔디밭에서 애완견과 쉬고있는 여성 순례객을 만났다.


옆에 앉아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나란히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내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자신의 애완견과 같이 카미노를 걷고 있었다.


강아지녀석도 힘든지 혀를 이빠이 내밀고 끙끙거리며 앓고있다.


유난히 날씨가 더운 오늘,


그녀도 여태 걷고있는걸 보니 멍뭉이 때문에 자주 쉬어야 하나보다.


푸엔타 라 레이나까지 같이걷자고해서 배낭을 메고 출발하려는데


페페(멍뭉이) 녀석이 그늘밖으로 나오려고 하지않고 투정을 부린다.


녀석의 마음을 알아서 더욱더 안쓰럽다.


결국 주인의 품에 안겨간다. (부..부럽다..)


다음 마을인 오바노스(Obanos) 까지 2km를 한시간 넘게 걸었다.


페페도 잠깐 엎어주고, 같이 쉬다가 시계를 봤는데 다섯시가 훌쩍 넘었다.


배낭과 애완견까지 엎고 걷느라 속도가 너무많이 뒤쳐지는 페페엄마와는


오바노스 마을에 들어가는 언덕 아래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선 혼자 걷다가 오바노스 마을에 있는 자판기 앞에 주저앉아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 멀리 용서의 언덕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한다.


푸엔타 라 레이나까지는 아직 2.7km를 더 걸어야하는데...


이것저것 따질 마음의 여유조차 없어서 무작정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본다.


신념? 약속? 목표? 따위도 중요치 않다.


배낭을 메고 지압판 위를 걷는거 같이 아프고,


무릎은 벌써 기권표를 날려 굽혀지길 거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8시간 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음료수 두캔과 물 한병으로 갈증만 달래고 있던지라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일어 설 힘 조차 없었다.





10분정도 길가에 앉아 엄지를 치켜세우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데


마을도 작고 씨에스타 시간이라서 차도 많이 없을 뿐더러,


땀에 쩔여 바닥에 주저앉아 행선지도 알리지 않고 엄지만 치켜세우고있는 나에게 운전자들이 관심을 줄 리가 없었다.






포기를 하려는순간


길 저만치서 쓰레기봉투를 한다발 안고 집을 나서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미친척하고 다가가서 혹시 푸엔테 라 레이나까지 태워 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당황스러운 부탁임에도 아주머니는 잠시 쓰레기만 버리고 올테니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란다.


'하... 역시 죽으란 법은 없구나.'


때마침 길 반대편에서 페페와 페페엄마가 걸어온다.


언능와서 같이 타자니까 페페엄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어두웠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푸엔타 라 레이나까지 가는 2.7km동안


차 안에서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끝까지 걸어 간다고 내 자신과 약속했는데.


난 방금 포기를 해 버린걸까?


무엇이 날 푸엔타 라 레이나까지 가게 하려는가?


오바노스에 있는 알베르게에 스탑해도 됬는데...





출발한지 5분만에 푸엔타 라 레이나 공영 알베르게 앞에 떨궈졌다.


태워주신 아주머니께 두세번 90도 인사를 하고 고맙다는 말을 대여섯번 한 후 작별인사를 나눴다.


페페와 페페엄마는 예약해 둔 숙소가 있다해서 다음에 보자며 인사를 나누고


알베르게에 서둘러 들어가 팜플로나에서 함께했던 윗니, 발렌타인, 롯데형과 트루디 누나가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응! 여깄네." 카운터를 보던 직원은 투숙하는 순례객들의 정보가 적힌 가계부를 몇장 넘겨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배낭을 질질끌고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개정도 되는 방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마지막으로 들어간 방에서 발렌타인씨를 발견했다.


"흐엉..찾았다"


바닥에 철푸덕 주저 앉아버렸다.


"어!!!?? 형? 이제왔어요?" 낮잠을 자려고 했는지 눈이 살짝 풀린 발렌타인씨가 맞아준다.


"흑흑...넘나 힘들었엉..." 시계를 보니 6시 반이다.


9시간만에 24.2km를 끝냈다. 정말 끝날것같지 않았던 일정을 끝마쳤다.


한참동안 발렌타인씨에게 고통을 호소하고선,


후딱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모두들 휴게실에 모여있다.





10초도 못 서 있을것 같았지만 무슨 오기였는지


칼을 잡았다.


내 솥뚜겅운전 경력이 10년이 넘는다며 소매를 걷어올렸다.


주방에서 부족한 식재료와 한참 부족한 주방기구를 사용해 모두를 위해 저녁을 만들었다.






시주르 메노르에서 구입한 초리조가 들어간 토마토 파스타와 샐러드 그리고 와인 한병과 맥주를 곁들여 맛난 저녁을 먹었다.


다들 뭔가 아쉬운지 술자리를 이어가기로해서


일찍 잠에들려는 다른 순례객들에게 소음이 되지 않게


알베르게 앞 시멘트 길 위에 철푸덕 앉아 남은 술을 나눠 마셨다.


술이 부족해 아쉬움을 앉고 침실로 향한다.


침대위에 숨죽이며 누워있는데 발바닥이 아직도 얼얼하다.


무릎에 이어 발바닥도 고장이 나버린 걸까?


밤새 발을 주무르며 잠에 들었다.



한폭의 그림같던 푸엔테 라 레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걸었다.


비록 마지막 2.7km를 히치하이킹 했지만. 내일을 위해선 어쩔수없는 선택이라고 내 자신을 달래본다.


순례자들 사이에선 이런 "옵션"의 선택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토론이 오가고있다.


가방을 다음마을까지 배달시킨다던가, 버스를 탄다던가 아니면 나처럼 히치하이킹을 한다던가 하는 선택에 대해서 말이다.


다들 자존심과 연계된 기로에서 자신을 얼마나 채찍질하고 있을까.


푸엔테 라 레이나에 도착했을때 난 일부러 다른 순례객들에게 "내가 히치하이킹을 했노라" 하고 떠들고 다녔다.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고 할까...


그들이 나의 어려웠던 선택을 조금은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2016. 5/31 -7/13 프랑스-스페인 순례자의 길[Camino de Santiago] 여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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