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11. Ep.26 그림자


밤비



Camino de Santiago
Day Eleven
Episode Twenty 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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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




아헤스에 도착하니 처음보는 순례객들로 가득하다.


6월2일부터 생장에서 같이 출발한 순례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느껴진다.


매일 아침 서로에게 부엔 까미노를 외쳐주고 저녁에는 술잔을 맞대던 사람들인데...


이대로 가면 정말 윗니와 둘만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발렌타인은 총 29일을 잡고 왔기 때문에 언젠가 우리곁을 떠나야한다.)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고 뜨거운물로 씼었더니 피곤이 싹 달아났다.


1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혼자서 Clara con Limon 한잔을 벌컥 벌컥 들이켜댔다.


끌라라 콘 리몬은 맥주에 레몬 소다를 섞어 마시는 스페인 스타일 음료인데


무더운 스페인 여름 날씨에게 어퍼컷을 날리는듯한 시원함이 특징인 국민 음료이다.


씻고 내려온 윗니와 둘이 앉아서 발을 치료하고


발렌타인과 맥주잔을 연신 기울여 대다가


배고파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한다.




맛있어 보이는건 죄다 시켰더니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주방이 없는 알베르게를 선택해서 어쩔수없이 사먹게 되었지만,


솔직히 편히 쉬면서 배를 채우는 편리함이 돈을 아껴야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한방에 꺾어버렸다.


 


저녁을 먹고나니 해가 지면서 골목마다 그림자가 드리워 진다.


스페인 답지 않게 꽤 쌀쌀하다.


잠바를 껴 입고 앉아있는데 다들 말이 별로 없다.


평소같았으면 발렌타인과 나 둘만 있어도 라디오처럼 온 종일 떠들어 댔을텐데


오늘은 그도, 그리고 나도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술잔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최대한 끝까지 함께 하자던 말을 카미노 길 어딘가에서 잃어버렸다.


하나 둘, 떠나간 이들의 자리를 메꾸기엔 그들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복잡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처음으로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로 한다.






혼자 있고 싶어서 산책을 하기로 한다.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규모의 마을을 한바퀴 빙 돌아본다.


알베르게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일까?


마트도 없고 사람이 살것같지 않은 집들만 가득한 유령마을 아헤스.


생기라곤 한점도 찾아볼수없는 삭막한 마을에 혼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돌아다니는데 나처럼 혼자 산책을 나온건지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윗니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다가가 발을 맞춰본다.


매 마을마다 하늘을 수 놓는 이름모를 새들도,


그리고 그 흔하디 흔한 성당의 종소리도 울리지 않는 아헤스.


그 무거운 정적을 깨고 하루종일 혀 끝을 맴돌던 말을 조심스레 꺼내본다,


"나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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